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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판매자의 역할

고객의 경험 창조자(Experience Creator)

by 닥터 세일즈

2001년 경영대학원 전략 수업 시간에 케이스 스터디 팀 리포트로 ‘애플 컴퓨터’에 대해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애플컴퓨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3%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IBM, HP의 컴퓨터가 미국 컴퓨터의 다수를 차지했던 때였다. 애플 컴퓨터는 뛰어난 그래픽 기능으로 미술, 디자인 쪽 사람들이 쓰거나, 튀기를 원하는 개성 강한 고객들이 사용하는 소수의 브랜드였다.


우리가 작성한 보고서의 주 내용은 애플이 마켓셰어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관한 것이었는데,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우리 팀이 애플에 대해 놀랐던 것은 그들의 '판매채널 전략' 때문이었다.


그 당시 미국 시장 내 컴퓨터의 주된 판매 경로는 베스트바이 같은 전자제품 전문판매점에서 매대에 진열을 해서 판매하는 방법이었는데, 애플은 자신만의 ‘애플스토어’를 비싼 도심 땅에 짓겠다고 발표를 해 버린 것이었다. '고객의 매장 경험을 통해 판매를 촉진한다'라는 애플의 전략이었다. 의도는 알겠지만 기존에 판매방법 (가전제품 전문점의 가판대에 고객이 찾아가 구입하는)에 익숙한 나는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플스토어와 애플 컴퓨터의 그 이후 스토리는 모두 잘 알 것이다(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매출액이 가장 높은 소매점이 되었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애플스토어 성공의 큰 역할을 하였던 ‘지니어스 바(Genius Bar)’란 구역에서 일하는 '지니어스'라는 판매자들이다. 그들을 통해 '판매자의 미래의 역할'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미국의 유명한 마케팅 전문가 다니엘 핑크는 판매자의 새로운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구매자들이 판매자들보다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면 판매자는 더 이상 정보를 감추거나 정보를 공급하는 주체가 아니다. 그들은 수많은 팩트, 데이터, 옵션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 정리자 겸 큐레이터’이다." 1)


애플스토어가 성공을 한 요인 중의 하나는,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판매자의 정의에 부합되고 매장의 분위기를 고객중심으로 이끄는 ‘지니어스’때문이다. 이들은 제품의 판매를 담당하지만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무를 하고 있으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고객이 자신의 문제 해결을 통해 자연스럽게 상품을 구입하게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간단한 A/S 담당 지니어스, 제품의 수리를 담당하는 지니어스 등으로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어 전반적인 애플스토어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애플스토어의 지니어스를 기존의 전자제품 매장의 판매자와 비교를 해 보면 판매 역할의 차이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례에 나의 생각을 더해 미래의 판매자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1. 판매자는 고객을 교육하는 사람이다.


점점 복잡해져 가는 상품과 서비스 속에서 고객을 교육하는 것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시니어 고객들에게 학습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고객 설문에서도 고객들이 판매자에게 가장 원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을 ‘교육’ 해 달라는 요청이다. 판매자는 고객을 위한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재무상담사의 스토리셀링’이란 책에서는 '미국 증권업협회 의뢰 연구결과 투자자의 3분의 2가 증권회사보다는 브로커 개인에게 더 높은 충성도를 보였고 투자자의 거의 절반이 브로커가 고객을 가르치는데 더 많이 노력함으로써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2)


2. 판매자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컨설턴트이다.


고객은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다수의 고객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고 있다. 판매자는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답안을 제시해야 하며, 이 답안과 상품을 연결시켜 판매를 유도해야 한다. 세일즈가 판매자의 이익을 위한 것만이 아닌 고객과 판매자 상호의 이익을 위한다는 점이 여기서 실현되게 된다.


김난도 교수는 이러한 판매자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업의 미래의 한가지 모습은 영업과 컨설팅이 합쳐진 종합컨설턴트 세일즈 판매이다. 구매자가 직면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매 채널이 다양해지고 상품 정보가 넘칠수록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선별해 주는 영업의 큐레이션 역할이 더 강조되기 때문이다." 3)


3. 판매자는 고객의 상품 큐레이터이다.


요즘 같이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때, 결정장애를 경험하는 고객이 많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길 원하는 고객에게 판매자는 상품 큐레이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즉, 고객의 성격, 특성, 취향 등을 파악해 이에 가장 어울리는 상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단편적인 조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데이터 관리를 통해 지속적인 1:1 마케팅을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는 어떻게 마케팅의 무기가 되는가’란 책에서는 고객 경험의 개인화를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개인화라는 말보다 큐레이션(Curation)이라는 말로 더 많이 쓴다. 그 이유는 개인별로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개념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상품과 콘텐츠 중에서 고객의 취향에 맞게 골라서 보여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4)


4. 판매자는 상품의 디스플레이와 관리를 담당한다.


물론 기업의 전문 디스플레이 부서에서 매장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매장 디스플레이의 주된 담당자는 판매자이다. 그런데 매장 디스플레이의 목적이 과거의 ‘상품 진열’ 뿐만 아니라 ‘상품 체험장’의 의미도 갖게 되었고, 고객이 편히 쉴 수 있는 시설과 고객들이 감상할 수 있는 '예술작품 전시장'의 역할도 하고 있다. 즉 판매자는 상품 진열의 능력뿐만 아니라 상품 체험 안내, 고객 편의시설 관리, 예술작품 설명의 도슨트의 능력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5. 과학기술에 능숙한 다중채널의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김난도 교수는 영업의 미래의 모습을 영업과 과학기술(빅데이터, 모바일 등)을 합친 '스마트영업'과 영업과 유통채널이 합친 '다중채널 영업'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미래의 영업은 ‘온라인 판매+매장 판매+방문판매’를 접목한 다중채널 관리 형태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영업의 강점을 온라인에 결합시켜 고객에게 최선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옴니채널 현상도 이를 가속화할 것으로 김교수는 예상한다. 5)


'빅데이터는 어떻게 마케팅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의 저자는 다중채널(옴니채널)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옴니채널은 라틴어로 모든 것을 뜻하는 ‘omni’와 유통경로를 의미하는 ‘channel’의 합성어로 모든 유통 채널을 하나로 만든다는 의미이다.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예를 들면 피팅 후 구매를 결정한 옷은 모바일로 주문한다.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한 옷은 노드스트롬 로컬 매장에서 받아 착용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환불하는 ‘드롭 앤 고(Drop&Go)' 정책을 운영한다." 6)


판매자는 이러한 판매의 다중채널의 성공적인 활용을 위한 과학기술(빅데이터, 모바일 등)에 능숙해야 하며, 고객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중채널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6. 판매자는 고객의 이벤트 플래너이다.


고객을 확보하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기업은 VIP 고객 대상 프로모션 이벤트를 종종 실시한다. 이때에는 물론 핵심 이벤트 콘텐츠는 지원부서에서 준비하지만 그 외의 행사의 총진행은 판매자의 책임이다. 이벤트가 가장 효과적일 고객을 타깃팅하고, 연락을 취해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이벤트 진행 참여를 잘 안내하고, 이벤트 후 마케팅 후속 업무 진행 등의 다양한 활동들을 판매자는 성공적으로 수행해 낼 수 있어야 한다.


7. 판매자는 고객 데이터의 수집가이다.


고객 데이터를 가장 잘 수집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판매자이다. 판매자가 고객과의 관계 속에서 고객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 정리하고 세일즈와 마케팅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회사차원의 적극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리테일의 미래’라는 책에서 황지영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쇼룸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 매장 운영비를 줄이면서 시장을 확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옴니채널로 풍부하게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면 소비자 이해도가 높아지고 온 오프라인 매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 7)




판매자를 단순히 ‘기본 교육만 받고 고객에게 판매만을 실행하는 자’라는 개념을 계속 고수하는 기업들은, 그 수준에 맞는 인력만을 뽑게 될 것이고, 판매자를 위한 교육도 과거와 달라진 것 없는 내용을 반복할 것이며, 판매자의 역할도 상품 판매에 제한된 것만 요구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점점 상실해 갈 것이다.


반면 판매자를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다양한 경험들을 창조할 수 있는 주체(Experience Creator)로서 활용하는 기업들은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기업의 급격한 성장, 상품과 서비스의 차별화가 어려운 저성장의 시대 속에서 판매자의 역할은 기업에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1) 파는 것이 인간이다 (다니엘 핑크, 청림출판)

2) 재무상담사를 위한 스토리셀링 (스콧 웨스트, 미치 앤소니, 서울엠)

3) 트렌드 코리아 2017 (김난도 외, 미래의 창)

4) 빅데이터는 어떻게 마케팅의 무기가 되는가 (윤미정, 클라우드나인)

5) 트렌드 코리아 2017 (김난도 외, 미래의 창)

6) 빅데이터는 어떻게 마케팅의 무기가 되는가 (윤미정, 클라우드나인)

7) 리테일의 미래 (황지영,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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