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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운 PB Feb 12. 2022

경작(Cultivation) 이론

금융영업 4대 이론 소개


신규 고객을 꾸준히 증대시켜 주며 은행 생활하는 동안 실적 때문에 고민하지 않게 해주는 방법이 바로 이 경작 이론이다. 저자는 지난해에 은행 직원들을 위해 PB 영업 노하우 공유 차원에서 이 경작 이론을 “영업 원시인 극복하기”라는 제목으로 동영상 강의를 제공한 적이 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잠재고객을 빠른 시간에 가망고객으로 전환시켜 일정 규모의 풀(POOL)을 경작하듯이 관리하다 보면 정말 우리가 기대하지 않은 매직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와 구체적인 방법 등을 설명한 것이다. 이제부터 경작 이론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과거 원시인은 어느 한때 사냥을 잘하면 일정 기간 정말 편하게 살 수 있었으나 추운 겨울이 오거나 건기 등으로 수렵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말 그대로 굶주림에 허덕이는 생활을 해왔다. 이 모습이 어쩜 우리 PB들의 신규 VIP 손님 증가 영업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 큰 건 하나가 터져 한 평가 기간은 풍요롭게 지내지만 이후 들어왔던 자금이 세금 등으로 유출이 되면 다음 평가 기간은 위 사례의 원시인처럼 굶주림에 허덕이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고통을 극복해 낼 수 있을까?



경작 이론의 정의

해답은 너무도 간단하다. 과거 원시인의 진화 과정에 그 해답이 있다. 과거 원시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Cultivation” 경작을 시작하면서 한 곳에 정착하고 문명화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바로 우리 영업도 영업 원시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Inventory라고 부르는 잠재 손님을 경작하듯이 관리하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빠른 시간 내에 잠재 손님을 가망 손님으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다.


잠재 손님 vs. 가망 손님

저자는 우리가 혼재해서 쓰고 잠재 손님과 가망 손님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구분해 봤다. 먼저 잠재 손님은 은행원의 입장에서 내가 Target으로 생각하는 모든 알고 있는 아직 은행 거래가 없는 손님들이라고 정의한다면 가망 손님은 손님의 입장에서 은행원인 나의 Value을 인지하고 관련 need가 생기면 나에게 연락할 수 있는 상태까지 관계가 진전되어 있는 손님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진정 의미 있는 숫자는 잠재 손님이 아니라 가망 손님 수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고액자산가 대상 PB영업 초창기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열심히 외부 신규 손님들을 만나는데도 원하는 대로 신규 손님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저자는 PB영업을 하기 전 WM본부에서 신임 PB에게 초기 만날 수 있는 잠재 손님 풀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4년 반 정도 해왔었기 때문에 사실 PB영업에 대해 그렇게 어렵게 만은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PB영업 초기 내 성과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이때 저자가 알게 된 사실이 초기 내가 만나는 많은 잠재 손님들이 아직 가망 손님 단계로 관계 진전이 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은행원인 나에 입장에서만 만나는 손님을 향후 Target 손님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쫓아다녔지 아직 손님은 내게 은행원이라는 정도 외에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슨 구체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명함 교환하고 의례적인 전화 통화와 미팅을 진행했을 뿐이었다.


저자는 잠재 손님과 가망 손님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구분하고 난 후 그동안 영업을 진행하고 있던 손님을 두 기준으로 나눠 보았다. 드디어 그동안 왜 신규 손님 증가가 원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내가 만나는 상당수의 잠재 손님이 아직 내가 무슨 차별화된 Value을 드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직 잠재 손님 단계에서 가망 손님 단계로 관계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재/가망 손님 구분 방법

그렇다면 잠재 손님과 가망 손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이 두 기준을 PB가 먼저 구분하고 있으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만나는 손님이 구분되는데 가장 먼저 전화 통화할 때 가장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나에 대한 인지 여부이다. 내 이름을 핸드폰에 저장해 놓아 바로 나를 인지하는 경우는 가망 손님일 가능성이 높은데 누구의 이름을 핸드폰에 저장하는 것은 나중에 언젠가 한번 다시 전화하려고 어떤 필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드려야지만 인지하는 단계라면 아직 잠재 손님 단계이다. 만약 손님이 먼저 어떤 구체적인 문의 또는 다른 도움 요청 전화가 왔다면 이 손님은 바로 가망 손님으로 구분해도 좋다. 이 두 가지 기준은 영업을 하는 PB가 아웃바운딩 신규 손님 영업을 하면서 미리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으며 내가 처음 만나는 손님에게 가능하면 빨리 나의 Value을 인지시켜야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란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신규 손님을 만나다 보면 어떤 때는 가망 손님인 것 같다가도 또 어떤 때는 아직 잠재 손님 이라고 느낄 때도 많다. 그러나 우리가 잠재 / 가망 손님의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 각 단계별 손님을 접촉할 때 우선해서 해야 할 일이 정해지므로 훨씬 효율적으로 신규 손님 개척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잠재/가망 손님 전환 방법 및 관리 방법

이제 잠재 손님을 가망 손님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에 대해 설명드리고 각 단계별 손님 관리 방법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다. 먼저 전환 방법은 내가 만나는 손님이 아직 잠재 손님이라면 내가 줄 수 있는 Value을 가장 쉽게 스토리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능하면 잠재 손님이 가지고 있는 need나 관심 있을 법한 need에 대해 제공 가능한 나만의 Value을 설명하는 것이 좋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처음 만난 손님과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누며 이러한 need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앞장 특화 이론에서 '고객 집단'과 '지식과 경험'의 전문화를 강조한 바 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고객 집단을 만나면 손님이 당장 need을 말하지 않더라도 동 고객 집단의 유사 다른 손님들의 need을 통해 훨씬 설득력 있는 잠재 need을 찾을 수 있고 빠른 시간에 나의 value을 인지시킬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전문가다운 지식과 경험이 있는 분야가 있다면 잠재 손님이 쉽게 다른 곳에서는 듣지 못한 스토리들을 전달할 수 있어 훨씬 빨리 잠재 손님의 관심을 유발시키고 결국 나의 Value을 인지하여 빠른 시간에 나의 가망 손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잠재 손님 단계라면 나의 Value을 인지시키는 것이 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접촉 기회를 가져야 하며 만약 일정기간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잠재 손님에게서 나는 잊히게 된다. 그러나 만약 손님이 가망 손님 단계로 전환되었다면 손님이 나의 Value을 인지하고 있으므로 관련 need가 생기기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부모님이 연세가 많아 상속을 준비하는 손님을 가망 손님으로 관리하고 있다면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충분히 설명드리고 이제 실제 부모님 상속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은행 거래가 시작될 가능성도 높으나 PB가 가망 손님을 경작하듯이 관리할 수만 있다면 굳이 급하게 손님의 은행거래 시작을 PB의 스케줄에 맞출 필요가 없다. PB인 나의 스케줄이 아닌 손님의 스케줄에 맞춰 은행 거래를 시작하면 이미 신뢰를 가지고 거래가 시작되어 조만간 충성도가 높은 손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잠재 손님을 가망 손님으로 전환시켜 경작하듯이 손님을 관리하며 고객 화하면서 신규 고객에게 자주 듣는 말이 이 부장은 어떻게 계좌 하나도 만들어 주지 않았는데 내가 거래하는 은행 PB 보다 더 나를 잘 관리해 주느냐라는 것이다. 이미 이 손님은 내 서비스에 만족하시고 신뢰를 해 주신 것이다.



Big Client 한 명을 신규로 개척한다는 것은?

경작 이론을 마무리하며 우리가 Big Client 한 명을 신규로 개척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저자는 특화 이론에 맞춰서 내가 특화하여 관리하는 고객 집단인 기업 오너를 1순위로 만나고 고객 화한다. 내가 개척한 가장 큰 자산규모 기업 오너는 관리하는 금융 자산이 개인과 법인을 합쳐 4,500억 원 정도 된다. 최근에는 기업을 Exit 하면서 개인이 한 사람이 5,000억 원 이상을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개척한 사례도 최 상위에 랭크되는 사례이다. 보통 은행 PB가 관리하는 자산이 2,000억 원 내외라고 볼 때 자산 규모로는 적지 않다. 이 정도 신규 손님을 처음부터 개척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은행 PB 로서 근무하며 2년 전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되었다. 바로 사모펀드 사태 때문이다.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이 정도면 손님의 자산을 충분히 투자해도 되겠다 판단되어 사모펀드를 추천했는데 동시다발 적으로 여러 펀드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정말 괴로웠다. 어떻게 그 고통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실제로 초기 한 10일 정도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고통을 극복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모두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니 먼 훗날 내가 은행을 은퇴하고 나서 지금 이 고통의 원인과 극복 방법을 잘 정리해서 후배들에게는 이러한 고통을 더 이상 받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다시 한번 글을 더 쓰려고 한다.


이렇게 고통스럽던 여름날 집에 있으면 자꾸 더 힘든 생각이 나를 지배하여 무작정 경기도 오포 어느 길을 걷고 있는데 정말 신기한 장면 하나를 보게 되었다. 도로 가장자리에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오는 잡초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참 놀라운 모습이었다. 한 참을 쳐다 보며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고 생각에 잠기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다.


저자는 더운 여름날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오는 잡초 하나를 보며 바로 이 모습이 PB가 Big Client 한 명을 개척하는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아스팔트 밑에 있던 잡초가 '내가 어떻게 저 두꺼운 아스팔트를 뚫을 수 있겠어'하고 미리 포기했다면 지금 이런 광영은 없었을 것이고 만약 '반드시 아스팔트를 뚫겠다'는 의욕이 넘친 나머지 초봄 일찍 아스팔트를 뚫으려고 한들 그게 가능했겠는가? 자연의 순리에 맞춰서 한 여름에 온도가 올라가서 아스팔트 타르가 좀 유연해지고 때마침 차들이 지나가며 도로에 크랙도 좀 난 이후 아스팔트를 뚫으려고 했어야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가 Big Client 한 명을 개척하기 위해 잠재 고객을 경작하듯이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렇게 큰 자산가를 어떻게 내가 고객화 할 수 있겠어'하고 미리 포기한다면 영원히 고객화 가능성은 없게 되는 것이고 처음부터 의욕만 넘쳐 아직 손님은 거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PB만 무모하게 쫓아다녀도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자칫 PB는 지쳐서 더 이상의 고객화 노력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잠재고객 선정은 신중하게 하라!

일단 PB들은 자기의 잠재고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고객 집단으로 지금 당장 보유 현금 자산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지금은 현금자산이 없지만 향후 포텐셜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하는지? 등 자기만의 잠재고객 기준이 정해 졌으면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잠재고객 관리를 할 필요는 없다. 기준은 까다롭게 지키되 일단 대상 잠재 손님을 만났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관리해서 가망 손님을 만들어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매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매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일정 규모 이상의 가망 손님을 관리해야 하는데 저자의 경험으로는 이 매직 넘버는 15명이다.


이 정도의 매직넘버 가망 손님을 관리하다 보면 거의 매 평가 기간마다 생각지도 않았던 신규 고객이 창출되게 된다. 강남의 초대형 빌딩 오너의 경우 본인 건물 1층 타행 지점장이 거의 수족이 되어 관리해 주고 있어 도저히 저자는 새로운 은행 거래는 힘든 상황이었으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관리하다 보니 매직이 발생했다. 1층 타행 지점장이 본부장으로 승진을 해서 이동하게 되었는데 새로 부임한 지점장은 아무래도 본부장 승진한 전 지점장보다는 흡족하지 않았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 본부장 승진을 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고객 관리가 뛰어났겠는가? 사소한 일에 새로 부임한 지점장에게 실망한 빌딩 오너 회장은 저자가 출근하고 있는 아침 일찍 전화를 해서 본인의 모든 거래를 저자의 은행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저자가 본인 건물에 타행이 있는 회장님을 미리 포기했다면 이런 기회는 잡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사례는 매우 많은데 그렇게 건강하셨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타행에 있던 300억 원 예금을 상속 재산 분배를 해야 하는데 당행 계좌 개설을 요청하기도 하고, 시세보다 너무 높게 건물 가격을 제시하여 벌써 수년 동안 팔리지 않던 빌딩이 중국계 자금에 매각되었다고 계약서 작성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말 모두 매직들이다.


이 글을 읽으셨다면 꼭 저자가 제시한 매직넘버 15명의 가망 손님 관리를 지금 당장 시작해 보시기를 적극 권유한다. 가망 손님이 10명만 넘어도 충분히 저자가 경험한 매직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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