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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운 PB Feb 20. 2022

불량고객은 뭔가 다른 구석이 있다

Black Consumer


“모든 고객이 좋은 고객은 아니다.”라는 전제를 하며 보통 관계마케팅 책 마지막 장에는 소비자의 불량 행동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저자 또한 동의하는 전제이다. 그러나 저자는 10년 이상 PB 영업을 하면서 그래도 사람은 처음 선하게 태어나므로 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나름 손님에게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년 전 은행에서 판매한 사모상품들이 부실해지고 고객 응대를 하면서 나의 이러한 믿음은 다소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간혹 사람은 처음 태어나면서부터 악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라고 믿음을 바꾸게 되었다. 관계마케팅 책에는 불량 행동 고객에 대해 경고, 벌금, 관계의 단절, 고객 거부, 법적 대응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되어있고 일선 서비스 제공자를 대처방안 수립과정에 적극 참여시키고 현장에 권한을 대폭 위양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은행 현실은 아직 책 내용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불량고객은 감정노동자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심각한 업무 스트레스와 정서적 탈진을 주고 있으며 특히 사모상품 부실 이후 직원들의 사기 저하로 이제 전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서도 다소 적극성이 결여되고 있지 않나 염려되고 있다.


책에 나와있는 대로 불량고객을 전담하는 별도의 팀을 운영하여 불량고객 거부 및 처벌하는 적극적인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이 글을 읽는 PB들에게 불량고객으로부터 스스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1차적인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보통 때는 불량고객이 잘 구분되지 않을 수 있다. 투자상품 손실 등 특별한 상황에서만 불량고객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데 아시는 것처럼 이러한 불량고객은 극히 소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수의 불량고객에게는 애초부터 뭔가 다른 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알게 되었다. 조직에서 불량고객을 적극적으로 대처해 주지 못한다면 1차적으로 금융 서비스 제공자가 불량고객의 징후를 미리 발견하여 애당초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으로 생각하여 저자가 경험한 불량고객의 뭔가 다른 구석을 글로 적어보고자 한다.



극단적인 상대에 대한 배려심 부족

저자가 경험한 불량고객의 가장 큰 특징적인 사례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상대와 통화할 때 자기 말만 하고 상대가 이야기할 때는 전혀 호응 없이 그저 듣고만 있다는 것이다. 투자상품 소개 등 통화 시간이 긴 경우 정말 벽을 바라보고 혼자 허공에 떠드는 심정이다. 너무 부자연스러워 “여보세요”라고 한번 확인하면 “네 계속 이야기하세요”라고 한다. 한 30분을 벽을 보고 혼자 떠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물론 이 사례는 극히 단편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돌이켜 보 건데 애초 배려심이 없는 인간의 징후로 인지해서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말았어야 했지 않았나 후회한다.


아직 확보되지 않은 신뢰 관계

불량고객에게 1차 전화로 투자상품에 대한 소개를 하게 되면 추가적으로 궁금한 사항에 대한 자료 요청 정도는 얼마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는데 이상한 것은 꼭 내가 한 말을 정리해서 메일로 다시 보내라는 것이다. 모두 느끼시는 것처럼 아직 신뢰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손님을 처음부터 장기간의 관계를 유지하며 고객 화하였기 때문에 이런 경험이 별로 없었으나 센터에서 문제 고객을 갑작스럽게 담당하다 보니 그때는 이를 불량고객의 징후로 인지하지 못했다. 물론 이를 불량고객의 징후로 보지 않는다 할지라도 아직 고객과 신뢰를 확보하기 전이라면 향후 문제의 소지는 만들지 않기를 권유드린다. 이런 고객은 신뢰 확보가 우선이다.


극히 비합리적인 사고방식

상당수 손님들은 은행 거래를 하다 보면 합리성이 떨어지는 자기만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불량고객은 저자가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한다. 언젠가 배우자랑 유럽 여행을 떠나는데 하필 그때 이 불량고객과 새로운 투자상품 관련 통화를 하게 되었다. 매우 관심을 가지며 계속 질문을 하기에 꽤 오랫동안 통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자와의 통화 때문에 유로화 환전을 못하고 비행기에 타버렸다며 언성을 높이며 방법을 찾아 달라는 것이다. 물론 방법을 찾아 드리긴 했지만 저자가 그때 이 불량고객의 징후를 발견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게 된다.


이해하기 힘든 업무 처리 방식

  언젠가 당행 VIP 카드를 배우자에게도 발급해 달라는 불량고객의 요청이 있어 절차에 따라 배우자 카드를 발행해 주었다. 그런데 카드 영문 이름이 여권과 다르다고 재 발행을 요청해서 신청서를 통한 방법보다는 시간도 단축하고 편리한 콜센터를 통한 방법을 제안해 드렸다. 저자는 이렇게 업무 처리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후 카드사에 민원이 접수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본인들의 업무 편의를 위해 고객에게 콜센터에 전화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불량고객이 아니어도 오해에 의해 일반 손님에게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반복적인 일련의 이해하기 힘든 이런 업무 처리 방식들을 불량고객 징후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이상의 사례들을 읽으면서 혹시라도 떠오르는 불량고객 징후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만은 없기를 바란다. PB 생활을 하는 동안 가급적 이런 불량고객은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꼭 소수이지만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징후를 파악하여 PB 스스로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를 추천드린다. 아직 공식적으로 서비스 거부를 할 수 없다면 PB가 스스로 판단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다만 악마와도 계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만드는 실적평가가 언제나 PB의 자유로운 선택을 가로막는데 앞장에서 터득한 신규 고객 창출 4가지 이론을 꼭 실전에서 활용하시어 불량고객과 관련한 의사결정 정도는 실적평가에서 자유로운 PB가 되기를 간곡히 기원한다.


저자는 실제 사모상품 부실화 이후 불량고객 응대 과정에서 있었던 일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으므로 지금은 여기에 적지 않았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고통을 극복하며 느꼈던 일들, 인간이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제 경험, 평범했던 은행원의 생활방식 자체가 바뀔 정도의 충격, 이런 모든 것들을 잘 정리해서 소명감을 가지고 향후 저자의 후배들은 이러한 일들을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게 할 수 있게 다음에 추가로 글을 한번 더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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