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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Mar 03. 2024

마드리드에서 포르투로 (12)

푹 쉬어가는 포르투

미술관 3개를 열공한 마드리드를 뒤로하고 포르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베리아 반도 내에서의 이동이지만 그래도 1시간은 걸리는데 비행기값이 3만 원이라니!

4월 제주도 갈 일이 있어 137,000에 끊은 비행기값과 비교된다. 한국은 너무 비싼 거 아니야?


포르투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우버도 11유로가 조금 넘는다. 우 씨! 이것도 싸다


짐 풀고 첫날이라 동네 산책 나갔는데 가다 보니 상 벤투 기차역이다. 푸른색 타일로 벽을 장식한 것으로 관광 포인트가 된 곳이다. 벽화에는 전쟁을 그린 것도 있지만 서민들의 평범한 삶을 그린 것이 많아 친근했다.


골목에 현지인이 꽉 찬 식당에 가서 돼지고기  푹 삶은 육수에 콩을 잔뜩 넣고 밥과 함께 주는 음식을 5유로로 먹었다. 싸다 싸!  걷다 우연히 만난 세상에서 가장 멋있다는 맥도널드에서 시킨 커피가 단 1유로!


스페인의 반값도 안된다.  스페인에서 지내다 오니 물가 싼 것이 더욱 실감 난다. 거꾸로였다면 스페인에서 기겁을 했겠다.


다소 무리한 스페인 여행의 여독을 풀고 빨래도 할 겸 포르투에서 아파트를 렌트해 5박 푹 쉬기로 했다. 긴 여행에서는 중간에 한 일주일 푹 쉬어주는 게 요령이다. 이럴 땐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가 좋다. 집에 온 것 마냥 편안하다.


저녁거리 사려고 간 슈퍼.

이것도 싸다. 28유로에 와인 2병 포함해 한 사람이 들지 못할 정도로 장을 봐왔다.

이것도 최근 물가가 많이 오는 결과란다.

서울의 물가가 너무 비싼 것이 새삼 증명된다. 사과 한 무더기에 3유로. 와! 


그라나다에서 지나가다 본 부동산 중개소의 주택이 5,6억이면 훌륭한 집 한 채 사던데 포르투갈은 더 싸겠지? 몇배 비싼 집값 시세에 골병들고 전의 상실한 자식들 세대를 생각하면 억장 무너진다. 국민소득은 비슷한 스페인인데 이게 뭔 일이람?


와! 여기서 한 달, 아니 1년 살아볼 만하다.


작은 마을 포르투에 5박을 하며 쉬어간다.

스페인에 비해 모든 것이 규모가 작고 소박하고 수수한, 한편으론  낡고 구질구질하기까지 한 포르투를 사람들은 왜 좋아할까?


신문물이 넘지고 세련됨으로 도배를 한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마 촌스런 고향의 이미지가 푸근하게 남아 있어서가 아닐까?


중국 자금성을 본 후 우리의 경복궁을 보는 것.

스페인의 톨레도성당, 세비야 성당을 본 후 포루투의 대성당을 보는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포르투갈의 촌스러움이 외려 편안하고 담백하게 느끼지는 것은 스페인의 경악할만큼 금딱지로 덕지덕지 바른 성당에서 큰 감흥을 느끼기보다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에 먼저 질리기 때문일까?


담백하고 조촐한 포르투의 성당에서 외려 깊은 경외감이 느껴진다.


내부에 푸른색 타일이 별스러운 성 벤투 기차역,

그 바로 위의 대성당과 수도원,

조금 더 가서 에펠사단이 건설한 동루이 다리를 건너갈 때는 트램이 다니는 윗다리로, 돌아올 때는 차가 다니는 아랫다리로 걸어본다.


그리고 위쪽으로 건너  일몰 때면 사람이 모이는 조그만 모루언덕의 정원, 조앤 롤랑과 관련 있다는 렐루서점, 그 옆의 까르무성당, 마제스틱 카페, 인근에 모여있는 소박한 박물관과 미술관. 모든 것이 낡고 소박하고 정겹다.


작은 도시에 며칠 있으려니 갔던 곳을 또 가고 왔다 갔다 할 수밖에.

그래 이것이 휴식이다.


 벤투역에 또 다시 가서 푸른 타일 구경하다 기차가 출발하는 안쪽에 들어가자 놀랍게 1층에 파두공연장이 있는 거다. 사실 파두 공연장으로 전단을 이곳저곳 뿌린 곳이 동루이 다리를 위쪽으로 건너기 직전 오른쪽에 있다. 여긴 18유로다.


그러나 기차역사 안쪽의 파두 공연장(Presidential fado)을 기웃거리다 가수를 만나 이야기하게 되었다. 왠지 끌려서 이곳에서 처음으로 파두공연을 관람했다.  19유로에 포트와인 한잔, 달달하니 아딸딸하다.


언어도 모르지만 어느 순간 눈물이 쭉 흐른다.

이틀 전 후배의 사망 소식을 듣고 어제부터 성당과 예배당을 다니며 계속 추도하고 있던 탓일까? 가사 하나 모르는데 와락 울음이 터진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본래부터 연결된 거대한 매트릭스인 무의식, 정서는 통하나보다.


포르투에서 5일차엔 차를 렌트하여 브라가로 향했다. 차로 1시간 걸린다. 포르투갈 3번째 도시라는 브라가에는 포르투갈 최초의 성소인 천년 된 봉 제수스 드 몽테 성소가 있다.


성소는 산 정상쯤에 있고 성소는 작은 성당의 모습과 유사하다. 밑에서 성소로 올라가는 계단이 독특해서 유명한 곳이 되었다. 좌우에 계단이 있고 단계 단계마다 성물과 조각상이 있는 곳이다.

물론 천년이 쭈욱 이어진 것은 아니고 중간에 소실되고 개측 증축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나 어쩐지 천년 되어 보이는 기둥들을 보니 성스럽다.


이곳도 아름답지만 성소 위로 올라가면 계곡물을 가두어 만든 호수, 돌 조형물과 바위를 가득 채운 이끼들이 깊은 산속을 느끼게 하는 숲 속길이 숨어있다. 그리고 아담한 레스토랑도 있다. 이곳에서 샌드위치와 차를 마시며 푹 쉬어간다. 

다시 포르투로 귀환.


외식비는 스페인보다 싸지만 뽈보(문어)는 여기도 여전히 비싸다. 1인분에 25~30유로다

시장에서 이틀연속 생물을 사다가 뽈보요리와 비슷하게 해 먹었다. 20분간 레몬즙 넣고 삶다가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돌려가며 구우면 된다. 15유로에 둘이 실컷 먹었다. 한국 가서도 해봐야지.


포르투, 소문대로 별것 없지만 왠지 머물고 싶은 곳이다. 정겹고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렌터카로 리스본(=리스보아)으로 출발한다.  가는 길에 포르투갈의 소도시를 들러 들러 가는 거다.

포루투에서 한 것

성 벤투기차역, 시청건물, 동루이 다리 건너기, 다리 건너 와이너리 구경하고 모루언덕에서 일몰과 거리공연 구경, 모루공원 길 건너 수도원 구경, 렐루서점, 마제스틱 카페, 카르무 성당, 파두공연보기, 시장에서 대구와 문어 사다 요리해 먹기, 에그타르트 먹어보기, 대구가 들어간 크로켓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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