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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Mar 03. 2024

포르투에서 리스보아 가는 길에
소도시 (13)

페이라, 아베이루, 코스타 노바, 코임브라

포르투에서의 5박 6일간의 체류를 끝내고 리스보아로 출발한다.

여기서 다시 렌터카로 출발 30분 만에 까스텔로 드 산타마리아 데 페이라로 향한다.


천 년 전에 지어져 소실과 여러 번의 개증축이 이루어진 작은 성이다. 지금도 마당 앞에 조각조각 옛 돌덩이들을 진열해 놓고 맞춰가는 작은 성이지만 주위의 맑은 공기, 겨울임에도 푸른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이 좋았다. 도시라고 하긴 좀 그렇고 작은 시골마을이다. 이런 시골마을은 입장료를 현금으로만 받는다.


다음은 포르투갈의 베니스로 불리는 아베이루다. 감히 베니스라고?

피식 웃음이 나오는 어이없는 인공수로의 마을이다. 하지만 20도의 쾌적한  기온에 맑고 서늘한 공기가 너무 좋아 두어 시간 하릴없이 머물렀다.


아베이루에서 15분 거리의  코스타 노바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 마을이다. 해변 방파제를 따라 길게 자리한 집과 상가들은 노랑, 파랑, 초록, 분홍의 스트라이프로 칠해져 있다. 자세히 보면 별것 아니지만 사진을 찍으면 그럴듯하다.  인스타에 올리기 딱 좋아 유명해졌나 보다. 확실히 인스타는 사실보다 더 아름답다.


이어 한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코임브라. 여기서 하룻밤 쉬어간다.

코임브라는 교육의 도시다. 1200년대 리스보아에 설립되어 1500년대 이곳으로 이전한 포르투갈 최초의 역사 깊은 대학이다. 세계에서 최초로 설립된 3개의 대학 중 하나란다. 아니 포르투갈에 이런 저력이! 뜻밖이다. 유럽의 변방에 이런 유서 깊은 대학이 있다니. 


이 대학이 유명한 이유는 도서관이다. 바로크풍의 장중한 도서관과 고문서들. 도서관 옆에 있는 과거 왕이 살다가 대학에 자리를 양보한 궁전 등이 볼거리다. 티켓은 13유로. 궁전은 볼 것이 빈약하다.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훅 풍기는 몇 백 년 된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종이의 냄새.

그리고 도서관 어딘가에 살면서 책벌레를 잡아먹는다는 박쥐. 여기에 250년 넘게 그렇게 박쥐가 살고 있단다.


마침 도서관 마감시간이라 직원들이 실내의 고풍스러운 책상에 가죽으로 된 테이블보를 까는 순간이다.

목적은 밤에 활동하는 박쥐가 똥오줌을 싸는 것을 받기 위함이란다. 실제 직원들이 가끔 박쥐를 목격한단다.


1930년대부터 장장 40여 년간 총리를 맡으며 장기독재로 우민정책을 쓰면서 오늘날 이 나라의 산업이 뒤쳐지게 만든 장본인,  살라자르 총리가 졸업한 대학으로 유명하다. 역시 장기집권은 권력의 맛에 파묻혀 당초의 좋은 뜻이 변질되게 마련인가 보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꽤 유능했던 살리자르 총리는 46년 동안 집권하며 결국 이 나라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린 일등공신이 되었다.  


외부에서 불어오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막기 위해 국민들의 눈가림용으로  3F(풋볼, 파티마, 파두) 정책을 펼쳤고, 국가 핵심산업으로 농업을 선택하여 산업화의 길에 들어설 기회를 막아버렸다. 그래서 포르투갈에는 지금도 특정한 산업이 없다. 이 나라는 살리자르 이후에도 산업화를 전혀 추진하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에고! 비록 독재 기간이었지만 치열하게 경제개획을 추진했던, 그래서 몇몇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우리와는 다르네.


경제 수준이 유럽 최하지만 영어 수준은 최고다. 나라 경제기반이 약하고 산업이 없으니 일자리를 찾으러 국민들이 영국 등 부자나라로 건너가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면서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된것 같다. 스페인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반면 여기는 거의 모든 사람이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한다. 여행자들은 참 편하지만 자국의 입장에선 좀 서글픈일이다.  


숙소에서 가끔 보는 TV를 보면 자체 방송이 거의 없고 미국 방송이 대부분이다. 자체 방송의 드라마는 포르투갈어로 하지만 영어로 된 자막이 나온다. 이러니 전국민이 영어를 잘 할수 밖에. 


코임브라는 대학이 있어서 그런지 도시가 우아하고 평화롭다. 

마침 토요일이어서 아름다운 강가의 고수부지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산책을 즐기는 모습.


하룻밤 묶어가는 숙소근처의 아름다운 인어의 공원. 또 우연히 관람한 코임브라 대학생들의 연주와 합창 그리고 춤 공연은 행운이었다.


맥주 두잔에 겹들인 대구요리, 오리볶음밥이 단돈 20유로다. 돈번 기분이다. 포루투갈은 확실히 스페인보다 물가가 2/3수준인 것 같다. 커리 한잔값이 스페인은 3유로, 포루투갈은 1.5유로다. 스타벅스 카페라떼는 1유로. 우리나라 스벅의 반값도 안된다. 우리의 물가수준이 무척 높다는 생각을 상기시켜준다. 


한국도 작년 이후 고물가로 어려움이 많은데,  특히 사과 한알이 4,5천원에 육박하니!  여기서 10개에 우리돈 5천원하는 사과를 수입하고 싶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사과라도 실컷 먹고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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