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트라에서는 헤갈레이라 별장을 못 가본 것이 제일 아쉽다. 어느 백작이 엄청난 정성과 자금을 들여서 만든 정원과 독특한 구조물이 영화 찍기에 딱이라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하며 리스보아로 출발, 40분 달려 도착해서 렌터카 반납. 그간 다닌 고속도로 비용이 엄청남을 예상하며 찝찝하지만. 후에 보니 렌터카 업체의 조건이 고속도로 통과비용이 3회만 지원된다는 것이었는데 이후 30유로가 청구되었다.
포르투갈이 스페인보다 약 30% 이상 물가가 싸지만 더 비싼 것이 있다면 휘발유값이다. 스페인이 리터당 1.5~1.7유로라면 포르투갈은 1.6~1.9유로이다. 왜일까? 포르투갈에는 원유정제 시설이 없는 걸까?
리스보아에서는 리스보아 카드를 사도록! 대중교통, 28개 박물관 무제한 무료이다. 유료인 곳도 30% 할인해 주는 곳도 있다.
냉큼 시내로 나가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바다 구경하고 점심. 물가 저렴한 포르투갈도 이곳 만큼은 비싸다. 소박한 점심이 2인분 40유로가 넘는다. 6만원이라니! 헐! 감자튀김에 뻣뻣한 고기에 야채하나 없는데 말이다. 실망!
산타루치아 전망대까지 슬슬 걸어 올라가니 바다조망이 딱 트인다. 걷는 사이 인기 폭발인 28번 트램이 연신 이곳을 지나간다. 28번 트램은 한 칸짜리 오래된 트램인데 통과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트램이라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붐비는 만큼 소지품을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스페인 여행을 위해서는 소매치기 유형과 방지법에 대한 유투브를 예습하고 가야 한다. 아님 당한다. 만약 당했을 때 대처방법도 알고 가자.
다시 걸어서 꼭대기의 상 조르제 성에 도착. 리스보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15유로 내고 입장. 역시 11세기 무어인이 지은 요새와 귀족들이 살던 터가 포르투갈 최초왕인 엔리케왕이 탈환한 후 이리저리 용도가 바뀌고 증개축이 된 후 비로소 복원 중인 곳이다.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포르투갈의 남쪽은 무어인의 점령역사가 길다. 북쪽은 오랫동안 스페인의 속국, 남쪽은 무어인의 지배. 참 이 나라도 장구한 외부의 지배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높은 곳이어서 전망은 좋으나 성의 터만 남아있고, 미어캣처럼 그 옛날 적이 오나 안 오나 눈 빠지게 보초 서며 서성거렸을 성곽을 한 바퀴 도는 게 다이다. 조그만 박물관과 더불어. 가장 높을 곳에 있으니 전망만은 최고다.
슬슬 내려와 오후 6시에 파두 공연을 보았다.
식사와 함께하는 공연은 최소 50유로이지만 파두 전문공연장에서 포트와인 한 모금과 함께 19유로.
포르투에서 본 공연과는 가락이 좀 다르다
한 땀 한 땀 운율을 지려 밟는것이 아니라 좀 떠들썩하고 리드미컬하다 남녀 가수가 번갈아 부른다. 기타 반주가 단아하고 절제된 청명함이 아닌 현란하고 변화스럽다 참 다르다. 현대화된 파두란다. 우리네 정서와 통하는 한의 가락이 빠진 것 같아 좀 실망이다.
리스보아 이틀째날.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갔다. 이제껏 본 성당, 수도원, 궁전이 화려찬란한 색과 금박을 자랑하는데 지쳤다면, 여긴 아이보리 대리석을 마누엘양식으로(기둥이 포주넝쿨모양인 것이 대표적인 듯) 조각한 건물이다. 16세기에 지었다는 이 수도원은 화려함의 또다른 수준을 보여준다. 요것도 리스보아카드로 입장가능.
수도원과 붙어 있는 예배당은 외관이 화려하나 내부는 역시 아이보리 대리석이다.
근처 유명한 에그타르트 가게에 갔다. 보통은 길게 줄을 서는 곳인데 여행 비수기라 3분 만에 살 수 있었다. 6개 포장에 8유로대. 근처 바스코다마 공원에서 먹었다.
포르투에서부터 먹어 온 에그타르트. 재료가 같고 모양도 같은데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이 또한 블로거들과 인스타들의 좀 요란한 Must-be 아닐까 싶어 큰 기대는 안 했다.
그러나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다르다. "빠삭~"
한국에서도 처음 '나타 오비까'를 먹은 후 깜놀했는데 지금이 그렇다. 확실히 다르다. 이건 떠들썩하게 인스타에 올려도 되겠다.
노른자 부분에도 살짝 바나나가 들어간 맛이고 과자 밑동까지 겹겹이 페스츄리의 바삭함이 최고다.
당 수치 올라가는 것 개의치 않고 3개를 먹어 치웠다. 맛있다. 역시 비밀의 레시피답다.
이번엔 1킬로 걸어서 '발견기념비와 벨렝탑'을 갔다. 2시간 줄 서 휑그런 5층 탑을 본다. 16세기초 마누엘왕이 건축한 바다 옆의 조망탑이다. 내부는 한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라 관람이 더디다. 줄이 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리스보아 카드라 다행이지, 8유로 내고 보면 화날 뻔했다. 물론 유적이야 스토리가 핵심이지만 이건 좀 그렇다. 뭐, 마누엘왕이 제로니무스 성당을 지으며 적의 공격을 받을까 우려해 감시탑용으로 지었는데 여기 왕이 자주 드나들다 보니 간단히 살림도 할 수 있는 공간, 벽난로의 흔적이 있다. 실물은 없고 방만 남아있는 거다.
포르투갈의 대부분 유적지, 유물들이 이런 것 같다. 스페인의 비해 소박하고 남루하기까지 한다. 옆의 사람에게 이 말을 했더니만 이태리를 갔다가 스페인 왔을 때 느낌과 비슷할 거란다.
30년도 넘은 이태리 여행이 아득하게 멀게 느껴진다. 도대체 이태리는 어느 정도였더라?
그 유명한 28번 낡은 트램을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달린다. 아니 달리는 것이 아니라 덜커덩 삐걱 소리를 들으며 말도 안 되는 좁은 골목길과 언덕길을 오르는 것을 즐긴다. 이 지역 주민들은 괴롭겠다. 종점까지 일없이 타고 가는 협소한 트램을 관광객이 점령하니 실제로 서서 가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래도 좋은 거지. 우리가 와서 돈 써주고 경제에 보탬이 되는데. 암!
에펠사단이 건축했다는 골목의 쇠덩어리 전망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본다. 꼭대기는 사정상 당분간 폐쇄란다. 이십여분 줄 서다 포기. 전망을 보려면 상 조르제성이 최고지. 리스보아 카드가 아까워서 줄 선 것일 뿐 빠르게 포기. 잘했다.
리스보아 마지막 시간을 코메르시우 광장, 알파마지구를 서성거리며 여행을 끝낸다.
박물관을 한 곳도 못 갔기에 22유로 리스보아 통합카드는 그저 본전치기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스페인에서 눈이 짓무를 정도로 봤기에 사실 좀 질렸다. 특히 종교관련 성화가 거의 대부분이라 이제 그게 그것 같다.
포르투갈이 특이한 점이 있다면 외벽에 푸른색 그림과 문양의 타일을 붙이는 양식이다. 요건 좀 특이하다.
내일은 드디어 다시 바르셀로나로 들어간다. 5주간의 이베리아 여행이 이제 끝나간다. 슬슬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