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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Mar 07. 2024

바르셀로나- 가우디투어(17)

카사 바트요를 39유로에 입장. 꼼꼼한 한국어 가이드에 1시간 꼬박 걸린다 그의 치밀함과 실용적면을 볼 수 있는 집. 징글징글할 정도로 뭐 하나 무심히, 관행대로 건축하지 않은 가우디. 평면과 직선을 거부하고 입체와 곡선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 그. 자연에는 직선은 없단다.


그는 미친 사람이다. 미치지 않고 이런 건축물을 설계도도 없이 머릿속의 상상만으로 구현해 낼 수가 없겠다. (물론 설계도는 없었지만 건축 전에 모형을 만들었다고는 한다) 그래서 카사 바트요에서는 가우디의 머릿속을 보여주는 미디어 아트까지 만들어 상영하나 보다.


가우디성당 입장료가 33유로인데 주택관람이 39유로라니! 첨엔 좀 너무했다 싶지만 곧 이해가 갔다. 국가사업차원의 성당과는 달리 카사 바트요는 개인이 매입해 관람운영하는 것이란다. 100년의 세월 동안 거쳐간 사람들은 곡선의 비효율에 불편을 느끼고 그 위에 직선의 마감처리를 덮어 씌웠나 보다. 이걸 다 깎아내서 곡선을 복원하려니 만만치 않은 돈이 들게다.  지금도 옥상 한쪽 구석에서 아줌마 두어 분이 시멘트를 갈아내고 속을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여튼 유럽은 세월의 흔적을 들어내어 깎고 파낼수록 가치가 있고 돈이 된다.


까사 밀라는 현재 빌라로 다수가 거주하는 공간이어서 관람이 제한적이다. 1층과 독특한 옥상 정도. 그래서 이곳에 얽힌 스토리만 공부하고 외관만 보는 것으로 만족. 가우디 특유의 타협을 모르는 지나친 주관 때문에 공무원의 심기를 건드리고 건축승인이 안 나온 상태에서 낡은 건물을 때려 부수는 바람에 건축주가 벌금 폭탄맞고! 이러다 보니  건축기간도 오래 걸려 주택을 의뢰한 밀라씨와 급기야 소송까지 벌이고 이후 가우디가 완공을 거부하고 때려치우고 나오는 바람에 후배가 마무리했다는 일화. 흐! 그 고집.


가우디의  청년시절 주택 첫 작품인 까사 비센스는 아랍의 분위기가 느껴지다. 이때까지는 곡선에 집착하지 않아 외관을  타일로 장식했을 뿐 창문 등은 모두 직선이다. 이것도 외관만 눈요기하고 돌아선다. 사실 입장료 부담이 크다. 가우디의 모든 건축물은 보통 30유로가 넘는다. 소유주가 제각각이다 보니 통합패스권도 없다.


드디어 하이라이트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 입성.

가우디가 직접 만든 탄생의 파사트의 외관을 보고 내부 입장하는 순간 와! 한 달간 그 많은 성당을 다녔지만 이런 건 어디에도 없었다.


비록 가우디 사후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냥 놀라움 자체이다. 가우디 당신 이렇게까지!

흡사 커다란 나무가 위로 자라면서 보다 서너 개의 줄기로 분화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성당의 천장을 밀어 받치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당연히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곡선이다. 2층  발코니도 물결무늬,  식물의 잎사귀, 과일, 열매등 모든 것이 자연을 연상시키는 구조물들이다.


오디오 앱의 한국말 가이드 45분을 천천히 따라 들었다. 다 끝나고 엘베 타고 꼭대기에 올라갔다 내려와서 다시 돌아온다. 


이제껏 봐온 성당과 급이 다르다. 금딱지 하나 안 두르고도 이렇게 감탄시키다니. 다시 없을 성당 아닌가? 세비아 성당을 갔을 때 그 화려함에 놀랐지만 사람들은 머무르지 않고 둘러보고 휙 나갔다. 그래서 성당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모든 사람이 경이로움에 넋을 잃고 의자에 앉아 말없이 천장을 올려다본다. 우리도 그랬다.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2026년을 목표로 아직도 건축 중인 이 곳.

세계의 유망한 건축가들이 몇십 년에 거쳐 가우디의 뜻을 해석해 가면서 그 의도에 부합하게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 여기 일본인 건축가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가우디의 뜻에 맞추어 입구의 문을 청동 나뭇잎으로 장식했다.  괜히 시샘이 난다. 우리나라도 훌륭한 건축가가 많은데. K-건축은 아직인가?

입장료 33유로가 아깝지 않다.


가우디의 또 다른 작품, 구엘공원. 여유롭게 정상까지 둘러보았다. 정상에 가니 구엘과 가우디가 왜 이곳에 고급주택  60채를 분양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는지 단번에 이해가 간다. 그리고 분양에 실패한 상황도.


고딕지구의 고풍스러운 비싼 빌라에서 이곳으로 입주하려는 이유는 분명 전망일 거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몬주익 언덕을 넘어 바르셀로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지중해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이다. 당시에도 집값에 뷰가 중요한 요소일 것 같진 않은데 두 사람이 너무 앞서갔나?

그러기에 딱 한채만 분양하고 실패한 것 아닐까? 더구나 당시 금딱지와 화려함을 추구하는 미학적 풍토에서 바위산을 깎아내고 거기서 나온 돌로 독특한 캐노피를 만들고, 멀쩡한 도자기를 일부러 깨뜨려 조각내어 붙인 벤치를 보고 당시 부자들의 반응이 뭐였을까? 심하게는 '흉하다'였지 않을까?


결국 믿고 의지한 자금줄 구엘 씨의 사망으로 주택단지 조성은 실패하고 주민들의 산책공간과 공원, 행사용으로 사용되다 비로소 국가 공원이 되었다.


돌과 세라믹으로 이뤄진 공원이다.  기껏 조심스럽게 운반한 세라믹 도자기를 박살 내어 다시 붙인 것은 미친 짓? 가만히 보니 그것은 가우디가 말년으로 갈수록 더욱 집착한 곡선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지 않을까?


평면의 도자기를 깨뜨려 움푹 들어간 곡선으로 다시 붙인  작업들로 보아 짐작한다

"자연엔 직선이 없다"는 가우디의 자연물 사랑의  신념이리라.  그러나 인부들은 참 고생스럽고 작업하면서 이해가 안 갔을 것이다.


이  융통성 없고 성실하기 그지없고 곡선에 대한 타협을 모르는, 비효율과 비생산적이고 경제관념 꽝인 가우디 선생.


아이러니하게 그런 그가 바르셀로나 한 도시를 먹여 살리고 있다. 이른바 빌바오 효과(한 도시의 문화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비슷한 예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최고는 여기 아닐까?


이제 가우디투어는 끝내고 고딕지구, 보른지구, 카탈루냐 광장등을 기웃거린다.


고딕지구  한 폭 판에 건물의 두면을 가리며 설치돼있는 삼성 광고판과 광장 중앙에 설치된 삼성갤럭시 24 신상출시 홍보부스에 사람들이 붐빈다.  생각보다 간간이 보이는 기아현대차보다 삼성의 위상이 더 큰듯하다. 그러나 여기도 숙소의 대부분이 LG TV. 

전 세계 모든 차들의 집합소인 스페인에서 우리 차들은 아직 승부처가 아닌듯하다. 기아 현대차 힘 좀 내시게!


내가 묵은 호텔 앞의 병원인 상 파우병원의 건물 중 하나는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에 지정된 아름다운 건물이다. 바로 가우디가 교통사고 후 실려와서 노숙자로 오인되며 하루동안 방치된 그 병원이다.


이 건물의 건축자는 가우디 동시대에 그와 명성을 나란히 했던 루이자 도미니크다.

가우디의 라이벌 혹은 스승이라는 엇갈리는 설명들이 있다. 가우디가 공부한 바르셀로나 건축학과 학장이었다는 것이 팩트인 것 같다.

 

그(도미니크)의 건축물 중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음악당이 있다. 카탈루냐 음악당이다. 고딕지구에 있는 이 음악당에서 우리는 운 좋게 공연을 볼 수 있었다. 파코 데 루치아! 전설적인 플라멩코 기타리스트인 그의 사망 10주년을 회고하며 세계 곳곳에서 헌정 공연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마침 30년전  그의 음반을 사서 여태 소장하고 있는 남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런 횡재가! 


음악당 투어 입장료(18유로)를 따로 내지 않고도 공연을 보며 건축물도 관람할 수 있었다. 3명의 기타리스트와 2명의 남녀 플라멩코 댄서들이 세계에서 가장 정성스럽고 아름다운 공연장에서 펼치는 공연.

이베리아반도 마지막 날을 기억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브라보!  3명의 기타리스트의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뜯어내는 기타 연주법.  우리나라의 박주원 스페니시 기타리스트도 이쪽에서 공부했을까? 그의 현란한 연주와 같은 방식이다. 특히 앙코르에서 보여준 한 개의 기타에 4명의 뮤지션들이 들러붙어 동시에 연주하는 장면이란!

그것도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을 연주하다니! 관중은 폭소와 감격의 박수. 

이렇게 5주간의 이베리아 여행이 저물어간다. 


그라시아스 스페인! 오브리갸도 포르투갈!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안 가본 곳)

구엘저택, 바르셀로나 대성당, 호안 미로 미술관, 몬주익 성, 보케리아 시장, 몬세라트 - 다음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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