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나루 May 07. 2021

상담으로 인해 벌어진 상처(상담 2)

남편과 나의 이야기

상담을 하면서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생각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록 남편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말로는 '용서한다'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단 한순간도 용서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운 건 남편도 '미안하다, 잘못했다, 너만 사랑한다' 말했지만 그건 순전히 말! 그야말로 단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냥 내뱉은 에 불과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외도를 처음 알게 되고 내가 남편에게 제일 처음 했던 말이


"정말 내가 끝까지 모르고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였었다. 그에 대해 남편은


"아니. 당신이 알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당신이 알게 되면 어떻게 할지는 생각 못해 봤어."


라고 대답했었다.


얼마나 무책임하고 철딱서니가 없었는지!

남편과 나는 다섯 살 차이가 나는 커플이었다.

도대체 나이는 어디로 쳐드셨는지 정말 모르겠다. 남들 떡국 입으로 먹고 나이 들 때  우리 남편께선 똥구멍으로 쳐드셨나 보다!! 후아....

그 사건의 뒷 마무리를 하면서도 남편은 상황을 모면하기에만 급급했었고 제대로 된 진정한 사과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내게는 남편이 저지른 잘못도 처였고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도 상처였다.


그나마 이번 상담을 통해서 남편이 왜 사고를 쳤는지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딸을 낳고 백일이 조금 지나면서부터 아이가 밤낮이 바뀌 내가 한참 육아 우울증에 시달리며 힘들어했던 일이 있었다.

아이를 가졌을 때도 너무 심한 입덧에 TV에 음식이 잠깐만 비도 구토를 하고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토가 심해 막달까지 심한 구토로 아이를 낳을 산달이 되었을 때도 산모인 내 몸무게가 미처 50Kg이 안되어 난산을 염려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양수가 먼저 흐르고 중간에 진통 간격이 수시로 바뀌며 32시간이 넘는 길고 긴 심한 진통 끝에 아이를 낳을 수가 있었다.

너무 약해진 건강 탓에 일하시는 이모님 한 분을 친정아버지께서 붙여 주셔서 도와주셨지만 밤낮이 바뀐 아기를 돌보는 일은 매우 힘들었고 아이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남편은 육아에 적극적이었지만 여전히 음주가무에도 진심이었다.

많이 힘들고 우울증도 심했던 나는 남편이 일찍 오는 날은 울며 하소연하는 날이 많아졌었다.


바깥일을 하고 돌아온 남편이 집에 오자마자 아기 돌보는 일이 너무 힘들고 고되다고 매일 아내가 운다면 얼마나 곤혹스러웠을지 생각만 해도 진심으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심한 입덧과 조산기를 넘기며 말 못 할 고생을 하고 아이를 10달 동안 품었던 것도 나였고 우리 아이를 낳기 위해 목숨을 걸고 32시간의 사투를 벌였던 것도 나였다.

아이를 낳던 중 양수가 다 흘러 간호사 선생님이 내 배위로 올라타 배를 누르고 죽을힘을 다해 힘을 주어 낳다가 아이의 어깨가 회음부 절개 부위보다 10cm를 더 찢어 마취 없이 회음부의 찢어진 생살을 야 했 한 달간을 똑바로 앉지도 못하면서 오직 아이가 건강하기만 바라며 고통을 참았던 것도 나였다.

막말로 내가 어디 가서 바람을 피워서 남의 새끼를 배서 온 것도 아니고 자기 아이를 가져서 고생한 아내가 자기 아이를 키우며 힘들어하며 우는데 그 상황이 아무리 답답하고 힘들다 한들  백번이고, 천 번이고 위로해 줬어야 마땅한 일이 아니던가? 아내가 힘들어서  그다고 해서 세상 모든 남자들이 문제 해결을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으로 해결한다면 세상에 어떤 결혼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가 있을 수 있겠냐 말이다! 정말 생각할수록 통탄할 일이고 이유를 알고 나니 가정을 지키고자, 아이를 위해서 내 모든 걸 내 던지는 심정으로 이혼을 결정하지 않았던 것이 진심으로 후회가 됐다. 호랑이 굴을 피해 들어간 곳이 능구렁이가 집단으로 똬리를 틀고 사는 뱀 굴이었다. 소름이 돋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남편은  나보다 나이는 많았을지 몰라도 집에서는 오냐오냐, 애지중지 자랐던 철없던 막내였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마음이 부족했 거였다.

상담 선생님은 남편에게 남편이 누리는 것들을 조금 내려놓고 가족들에게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야만 딸의 상처도, 또 나와 벌어진 사이도 좁힐 수 있다고 누누이 얘기했다.

하지만 남편은 상담 이후에도 상담 선생님께서 제시했던 루션을 다 해낼 마음의 준비가 채 되어 있지 않았다.

막내로 받기만 하고, 자신이 우선이며, 자신의 기분 좋고 나쁨의 여하에 따라 상대방의 대한 배려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남편에 태도 때문에 나도, 딸도 더한 상처를 입게 되고 말았다.

내 맘은 말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져 버렸다.

남편은 진심 개 아들이었다.



그전까 내가 아이를 위해 뛰는 엄마였다면 이제 나는 기고 뛰고 나는 엄마가 돼야 했다.





to be continued......






















이전 07화 딸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한 가지(상담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