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변한 건 아파서일까, 나이 들어서일까?
난 항상 부모님께 감사한 것이 있었다.
내가 촌스럽게 생기지 않았다는 것.
피부가 티 없이 하얗고 핏줄이 비칠 정도로 맑다는 것.
잔주름이 없어 동안으로 보인 다는 것.
크지 않은 키 지만 잔 근육이 있을 정도로 마르게 보이는 날씬한 몸을 주셨다는 것.
영민하고 똑똑한 머리를 주셔서 책을 좋아하고 삶을 살아가는데 마음의 풍족함을 주신 것.
나열해 놓고 보면 내가 굉장한 미인 이거나 눈에 띌만한 몸매의 소유자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그저 평범하게 생긴 보통 여자에 불과하다. 감사하게 여기는 것은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고 다른 보통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항상 내 얼굴이나 몸에 부족한 부분을 찾고 더 예뼈 보이기를, 더 날씬해 보이기를 갈망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가지 심한 병을 앓게 되고, 또 오래 아프게 되면서 갖가지 병으로 인해 먹는 약의 후유증이나 부작용으로 급격히 붓고 살이 찌게 돼버린 후엔 지난 평범했던 나의 옛 모습을 그리워하게 됐다.
항상 얼굴과 몸, 손, 발은 더 이상 부을 수 없을 만큼 부어올라 피부가 터져 나갈 듯 팽팽해져 있다.
생전 들어 보지도 않고 꿈도 꾸어 본 적 없는 몸무게가 된 지 오래되어 어떤 옷을 입어도 불편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다고 비명 지르지 않는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기상시간은 차라리 도로 잠들어 버리고 싶은 시간이 돼버린 지 오래다.
오랜 투병의 고통과 독한 약들의 부작용으로 내 노화는 전속력을 다해 진행되고 있다.
각 진료과에서 지어주는 약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진료하는 병들에 대한 약들을 지어 줄 뿐이고 다른 과에서 지어준 약들과 어떤 반응을 일으키고 어떤 부작용이 생겨날지에 대한 염려까지는 미리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부작용 사례가 있지 않은 경우에는 우선 치료를 목적으로 약을 사용하게 마련이다.
후에 약에 대한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그것이 크게 몸에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경우에는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붓기나 알레르기 반응, 불면증의 심화, 심한 몸살 증상, 졸피뎀의 부작용으로 인한 몽유병, 그 몽유병 증세에서 나오는 기억상실을 포함한 이상 식이 섭취, 단기 기억상실 같은 것들은 모두 나 스스로 감당하고 견뎌내야 만 한다. 그리고 수시로 솟구쳐 오르는 짜증, 울분, 울화 같은 것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도 내색하지도 못하고 있다. 나를 간병하느라 고생하는 딸에게는 더더욱 못한다.
앓고 있는 병만으로도 매일매일이 고되고 지치고 힘든데 거기에 따른 후유증과 부작용을 감내해야 하는 일은 버겁기만 하고 내가 가지고 있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잃는 기분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벌써 햇수로 8년째 crps로 인해 집안에 갇혀 있었고 그나마 조금이라도 걷고자 노력하려던 올해 초(2020)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기저 질환자인 나는 꼼작 없이 집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아 불어난 몸무게를 빼려는 시도조차 해 볼 수도 없었다. 너무 많이 불어난 몸무게와 급격히 늘어난 흰머리 등은 갑자기 다가온 갱년기와 다른 병의 유무 때문이 아닌지 검사를 하기도 했다.
예전의 내 모습과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고 비록 글을 쓴다고는 하지만 온전하지 않은 건강상태와 수시로 나빠지는 여러 가지 변수들로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때가 많다.
언젠가는 변한 내 모습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건강해지기 만을 바라는 날도 오리라 믿는다.
좀 뚱뚱하고 못생기면 어떠랴. 늙고 허물어 진들 어떠랴.
난 여전히 열심히 투병하며 글을 쓰고 살아갈 것이다.
더 이상 변한 내 모습이 애잔해 보이지 않기를, 한 편의 글쓰기가 온전히 기쁨과 행복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