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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Jun 16. 2022

참 가지가지한다

그런데 말이에요....

두통의 통점과 붙는 자리의 치아를 모두 검사하고 2년 반 전에 새로 갈아엎었던 지독한 윗니의 대공사를 잊기도 전에 이젠 아래쪽, 턱에 생긴 치아의 균열과 충치 제거를 목표로 다시 지난한 싸움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전한 것이 불과 20여 일 전이었다.


약해진 체력과 심해진 여러 병들의 통증들, 통제하기 어려운 짜증과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던 멘털 과치료까지 병행하자니 정말 말 그대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모든 치료를  다 중단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

대리석에 머리를 고 또 박아 박살을 내 버리고 싶은 충동몸서리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죽고 싶은 마음이 들어 나를 진정시키려 애쓰고 또 애써야 했.




어제 5시에 치과 진료가 있었다.

신경 치료가 아직 남아 있어 마취를 하고 힘든 치료를 받았고 치료를 마친 치과 선생이 내게


"고생하셨어요. 식사는 한 시간 정도 후에 하시고요. 내일 되면 좀 아프실 거예요. 미리 예약하지 마시고 컨디션 될 때 전화하시고 오세요.ㅇㅇ씨"


라고 말했다.(치과 의사가 저보다 15살 어려요. ㅇㅇ씨,ㅇㅇ씨 하며 하도 이름을 불러 대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환자분들이 친근감을 느끼시도록 그렇게 부른답니다. 그래서 제가 연세가 많으신 어른들에게도 그렇게 성을 빼고 이름만 부르냐니까 다들 좋아하신데요. 제가 볼 땐 저러다 한번 크게 혼나지 싶은데요.ㅎ ㅎ. 아! 그래서 저도 성 빼고 이름으로 불러요. 제가 함께 일하는 동료도 아니고 처음엔 엄청 불쾌했어요. 꼰대라 해도 할 수 없네요. 전에 다니던 직장이 수직적 구조로 된 곳이라 인식을 바꾸기가 어려워서요. 치과 선생이 실력마저 없었다면 말조심하라고 싸대기를 날렸겠지만 그렇게 하면 구치소 찬바닥 껴안다가 입까지 돌아가겠죠. 각해 보니 저 꼰대 맞네요.ㅎ ㅎ)

집으로 돌아와 마취가 더디 풀리는 것 같아  두 시간이나 지나고서야(8시 30분경) 하루에 한 끼나 운 좋으면 두 끼 먹는 식사를 겨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마취를 세게 했었나 보다. 어쩐지 오른쪽 치료를 위해 한 마취가 왼쪽까지 돌아 입술도 혀도 한가득인 느낌이 가시질 않았었다. 

입맛이 전혀 없었지만 늦은 시간까지 먹은 게 없었던지라 약을 먹으려 몇 숟가락을 먹고 있던 중에 혓바닥을 살짝 깨물었다 생각했다. 프지 않았다. 그냥 '깨물었구나'라는 느낌만 있었다. 두 번째 혀를 깨물었을 땐 혀뿌리가 당겨지며

"뿌드득"

하는 소리가 귓속에 울리고 온몸에 소름이 가득 돋아났다. 같이 밥을 먹고 있던 딸에게


"지니야. 엄마 혀 깨문 거 같아. 혀뿌리가 당기는 느낌이 났어. 마취가 덜 풀려서 아프지는 않은데..."

"어디 봐봐. 내가 봐줄게. 헐!!!!! 엄마 피가 너무 많이 나. 우선 지부터 하고. 너무 아플 거 같은데 괜찮아? 엄마. 병원 가야 될 거 같아."


너무 적나라한 사진 죄송해요.
사진의 톤이 다른 건 폰이 달라서예요^^.맨 마지막이 꿰맨 후에요.

어이가 없었다. 아프다기 보단 그냥 어이가 없어서 허탈했다.


치과의사는 내가 한참 기절이 심하고 CRPS가 심할 때 윗니의 공사를 하며 고생을 했었다. 내가 치료 중에 기절하는 것은 수십 번 겪었고 CRPS통증이 생기는 것도 여러 번 목격했으며 마약 진통제를 많이 먹고 간 날 마취약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일들을 경험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조심을 하느라 생각보다 많은 양의 마취제를 주사한 게 아닐까 생각다.

아니면 급격히 다운된 체력으로 치료를 시작해 정량의 마취제를 사용했음에도 내가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뭐 이유가 뭐가 됐든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쩌랴.


당장 꿰매야 한다고 성화를 하는 딸을 뒤로하고 남편과 응급실로 향했다.

코로나엔 한 번도 걸리지 않았지만 십 수 번은 해야 했던 코로나 검사를 또 하고 비가 와서 추운 밤 날씨에 이제는 정말 마취가 풀려 아픈 이와 턱, 그리고 조금씩 계속 피가 나며 점점 부어올라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혀 부서질 듯 아픈 몸 기가 막힌 하모니를 이루었다.


5시간 반이 넘도록 추운 바깥에서 비참할 만큼 덜덜 떨고는 겨우 응급실에 입성 베체트가 있음을 알리고 찢어진 부위를 세 바늘 꿰맸다. 의사는 내게


"베체트가 있으시다니 응급실에 오셔서 소독하시고 봉합하시는 게 잘하신 거예요. 그런데 그래도 상처 난 부위에 궤양은 생길 거예요. 항생제 하고 가글 처방해 드릴 테니까 꼭 신경 써서 하세요"


창문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혓바닥에 했던 마취가 풀리며 점점 무거워지는 몸으로 '정말 가지가지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덮쳐왔다.




오늘 눈을 뜨기 전부터 어제 치료를 했던 이와 턱, 그리고 입안에 가득한듯한 혀의 날카로운 통증으로 이미 가수면 상태 일 때부터 힘든 꿈을 꾸고 있었다. 오늘 진료 일정이 있던 베체트 진료지니가 이미 대진을 다녀온 후였다.

원래 나를 봐주시던 교수님께서 다른 협회의 자문의원으로 자리를 옮기시며 새로운 선생님과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 의도치 않게 펑크를 내 버렸다. 다음에 가서 공손히 인사드려야지....

오래오래 봬야 하는데 첫인상을 구겨 버렸네.


그런데....

오늘 일어나 정신이 들고부터 알게 되었다.

그 미칠 것 같던 마음이 지나갔다는 걸.

매일 불안장애 아니면 공황발작이 일어나고 누워 있어도 앉아 있어도 편치 않고 너무 아파와 발광하고야 말 것 같은 몸과 마음이, 지고 끔찍한 두통을 견디다 못해 대리석에 머리를 깨버리고 싶던 마음이, 약의 도움 없이 당장이라도 베란다를 통해 추락(墜落)해 버리고 싶었던 마음이 진정이 됐다는 걸 알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의 일이라면 아픈 자신의 몸도 아끼지 않고 배려하고 돌보는 딸 ◇◇이의 위로와 맛있는 양송이 수프 덕분에, 그리고 연애 시절과 신혼 때처럼 정성껏 아픈 나를 챙겨주며 귀 기울여 주고 마치 힘든 시절의 모습이 언제 있었냐는 듯 달라지려 애쓰는 남편 놈의 노력 덕에 또 한 번 힘든 시간을 이렇게 흘려보낸다.


이런 시간들은 반복돼서 수시로 찾아오겠지만 이젠 딸과 나 둘이서만 나누고 겪는 일을 없게  드려고 한다. 남편 놈의 노력과 활약 지켜보고 맘껏 누 예정이다.

둘보단 셋이 나을 것을 믿는다.


참고로 혀 많이 아파요. 안 그래도 한 끼 먹는데...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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