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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May 31. 2022

많은 병을 앓고 많은 약을 먹으며 생긴 치명적인 부작용

구강 건조(口腔乾燥)로 인한 충치(蟲齒)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안타다.

하지만 내가 가진 병의 여러 가지 증상 중의 하나 이기도 하거니와  병증의 끔찍한 통증을 진정시키려 먹는 독한 약들의 부작용으로도 이미  치아(齒牙)와 잇몸의 손상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 증상과 약의 부작용은 치아에 큰 무리를 주고 평소보다 약해져 있는 치아에 심한 압박으며 무엇보다 구강건조(口腔乾燥)라는 치명적인 태를   말.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결벽증에 가까운 강박증을 가지고 치아를 닦고 관리했다 더라도, 또한 내 분신이라도 되는 양 종일토록 텀블러를 껴안고 다니며 남들보다 많은 양의 물을 입 안에 머금고 마셔댔어도 소용이 없었다는 얘기다.


많은 약과 셀 수 없이 많은 병들로 인해 생기는 심한 통증을 내색하지 않고 버티려 이를 악물기 시작하면서 약물로 인해 사막처럼 건조해져 있던 내 입안에미처 상상도 할 수 없 처참한 일들이 벌어고 있었다.

통증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병들이 잠깐의 쉴 수 있는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고통 속에 몰아넣는 바람에 어금니의 잇몸이 녹아내리고 어금니 앞쪽과 위쪽 송곳니 뒤쪽에 깨진 이가 2나 되으며 위쪽의 앞니 네다섯 대를  제외한 모든 이가 썩어 충치가 되어 있었다. 이가 아프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이렇게 많이, 이렇게 갑자기 치과 치료가 급한 불똥이 되어 떨어질 줄은 생각 본 적도 없었다. 몸이 너무 아파 제정신도 아닌 상황에서 치료를 시작해야 했고 건강한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치과 치료를 오랜 기간 천천히 받아야 했다.

고액이 들었던 치료 비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율신경 실조증이 약으로 조절이 안되고 있던 때라 치료를 하며 위험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혼자선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던 그때, 치료대 위에서 기절을 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고 치료하는 의사나 보조하는 치위생사 분까지 내 치료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우나를 다녀온 듯 땀에 흠뻑 젖어 있곤 했었다.

나보다 조금 젊었던 치과 선생님은 실력은 았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내가 기절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해 바로 치료를 중단하지 못하면 이를 갈아낼 때 뿌렸던 물이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이 되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하였고 치료를 받던 중에 기절을 하면 힘이 풀려 통제가 어려운 혀 상처 내지는 않을까, 기절 시에 혀가 뒤로 밀려가 호흡  곤란을 일으키진 않을까 언제나 불안해하며 힘든 치료를 이어가야 했다.

치료실에는 항상 의사와 보조하시는 분, 그리고 딸 지니까지 함께 모여 나를 지켜보며 치료를 했었다. 최대한 피해를 줄여보려는 의사의 자구책이었다. 아주 심하지 않은 충치의 치료는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급한 치료를 하는 데만도 1년 6개월이 넘는 긴 시간과 300만 원 가까운 큰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처음 잇몸과 치아의 손상으로 큰 고생을 했던 2년 전만큼이나 이번 치아상태와 통증도 역대급에 가까웠다. 게다가 CRPS통증을 참다 생긴 치아의 부서짐(새로운 이가 깨졌어요. 이가 사탕 쪼가리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금이가고 부서져 떨어지는지...)과 턱의 통증이 두통의 통점과 두통으로 인해 생긴 안면 통과 겹쳐 빠 상황 판단과 통증을 통제할 수 있는 주도권을 놓치는 바람에 몇 주간을 지독한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만한 통증엔 이력이 붙은 나였지만 목 위로 장식 노릇조차 애초에 쓸모없어진 머리통이 뜨거웠다 차가워지길 반복하고 얼굴이며 머리며 살짝 만질 수도 없을 만큼 날카롭고 핏발 서린 통증 당장이라도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아일랜드 식탁으로 달려가 머리통을 깨뜨려 버리고 싶은 마음들게 할 뿐이었다.

머리에 박혀 있는 눈알은 핏발이 오를 대로 올라 붉은 기를 뿜어내고 당장이라도 눈꺼풀을 밀어내고 터져 나올 듯했다. 장식도 안 되는 머리를 세우는 목 줄기는 벌써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추간판이 탈출했고 등 세모근에 넣은 주사 바늘은 굳을 대로 굳은 근육을 뚫지 못하고 구부러다. 아니면 소리가 난다.

"뻐버 벅!!"

귀에 선 끊임없이 이명이 들리고 헛 구역질은 멈출 수가 없어 괴로워 몸을 비틀다 보면 어느새 뇌가 부어 뼈 사이를 비집고 뭉클뭉클 흘러나오는 듯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기절을 하게 된다.


이런 무식하고 막돼먹은 통증에 2년 전 미처 손대지 않았던 아랫니가 고 일어서고 말았다.

아래쪽 치아 모양 중간에 검은색으로 비어 있는 부분들이 모두 충치에요.너무 아파요.ㅠㅠ

아래쪽 다섯 개와 위쪽 앞니 2개가 다 심하게 썩어 있었다. 여러 가지 일들(가정사, 딸의 치료 방법 변화, 제 신경과 주치의 교수님이 병원 옮기신 일, 친정과의 문제... 기타 등등)로 인해 양쪽 이와 턱이 너무 아픈데도 불구하고 두 달이나 시간을 끌다 치과를 방문했고 이제야 막 치료를 시작했다.


내게 있어 통증이 생겨 그것이 고통으로 바뀌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미 갖고 있는 병들의 통증만으로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조심스레 지금껏 견뎌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통증 한, 두 가지를 참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든 병에는 활성기와 완화기가 있어 활성기에 지친 몸을 완화기에 추스르며 다시 병과 싸울 전열을 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쉴 수 있는 시간 같은 건 없다.

한 가지 통증이 조금이라도 덜해지면 반드시 다 통증이 더 센 강도로 그 자리를 메꾼다. 나는 쉬지 못하고 싸우는 동안 내게 있는 많은 병들은 쉬면서 더욱 강력해져 내가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살짝만 건드려도 무너질 것 같은 balance를 망치고 무너뜨리려 한다.

지금은 치과 치료 후 건드려진 입안의 모든 곳에 구내염까지 생겼다.(베체트병의 특징. 밥을 제대로 못 먹은 지 3주째가 됐어요. 강제로 1일 1식. 좋게 생각해서 다이어트 한다치죠 뭐.ㅎ)

다시 한번 치과 치료에 도전하며 굳은 결심을 했다. 반드시 견뎌 새로운 이로 무엇이든 맛있게 먹고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도 하겠다고.




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못 견디겠다, 내 고통을 누가 감히 짐작이나 하겠나, 하는 말들은 지금껏 그래 온 것처럼 혼자 참다 일 저지르지 않고 브런치에 올려 하소연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껏 몇 번이고 푸념처럼 늘어놓았던 말들을 살려달라고 외치는 박한 소리로 알아주시고 잡아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살려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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