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자식이 아프다는 건....

by 강나루

단장(斷腸)의 아픔에 비할까요. 단혼(斷魂)의 슬픔에 비할까요.


MS(다발성 경화증)의 정기 검진을 위해 지난 24일, 25일을(2022) 병원에서 지내고 돌아온 딸이 썩 반갑지 않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MRI 촬영 결과 딸아이의 뇌에 활성화된 병변이 더 발견되었습니다.

3년 반 동안 이틀에 한번 꼴로 자가 주사를 하던 1차 치료제는 더 이상 소용이 없게 돼버렸습니다.

이제 2차 치료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되었네요.

병변이 활성화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에 했던 이사가 힘들었던 탓도 있을 테고 이사 후에 남편과 제게 생긴 일 때문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제가 여러 번의 공황발작 후 공황장애를 진단받은 것이 큰 이유가 될 수도 있었겠고요.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걱정 때문 일수도 있었겠죠. 번번이 두통을 호소했던 아이를 보면서 재발을 두려워 하기는 했지만 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은 여느 때와 같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둘씩 병이 늘어가는 제 쓸모없는 몸뚱이가, 독하고 단단하지 못한 제 마음과 정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제가 아무리 여러 곳이 아프다 해도 자식이 아프다는 건 어떤 아픔보다 지독한 고통입니다.

단장(斷腸)의 아픔도 단혼(斷魂)의 슬픔도 비견할 수 없는 두려움입니다.

아픈 아이를 움켜잡으려 아무리 노력해도 소리 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려는 것 같아 미칠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럴진대 본인의 마음은 또 어떨까요?

엄마가 불안해할까 봐, 공황발작을 일으키며 숨 못 쉬고 힘들어할까 봐 일부러 더 웃고 별일이 아닌 듯, 오히려 치료 방법이 달라져 좋은 듯 연극을 합니다.


올해로(2022) 딸이 저를 전적으로 간호한 지 7년째가 되어갑니다.

저를 간병하는 일이 언제쯤 끝날지 장담할 수 있는 때가 올까요? 저희 집의 오랜 상처들이 해결될 수 있는 날이 있을까요? 저의 딸이 저와 집에만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해나가며 병을 고치고 날아오를 수 있는 때가 오기는 할까요?


아픈 아이에게 간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아픈 자식을 바라보며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없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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