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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Jun 17. 2022

내 '자살(自殺)'을 막을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

계절성 우울증

미칠 것 다.


사람으로 태어나 살면서 잠들어야 할 때  잠들 수 없고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날 수 없으며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없는(눈앞에 음식이 놓여 있어도) 고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이 모든 어려움들을 한꺼번에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매일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발생하는 이런 상황에 통증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오르락내리락 뛰는 기분의 이유를 찾을 새도 없이 숨이 막혀오며 경절흔(목 아래 파임, 쇄골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곳) 아래론 숨이 들어가지 않았다. 숨을 쉬려고 몸부림치고 목을 쓸어내리며 짧은 사이에 빠른 판단을 해야 다. 지금의 숨 막힘이, 어지러움이, 손가락 사이로 슬며시 빠져나가는 힘이 불안 장애의 시작인지, 아니면 공황장애의 시작인지를.

아니면 그것과 온전히 맞닥뜨려 신물 나는 싸움을 해야 했다. 번갈아 찾아오는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로 눈물탕에 들어가 앉은 듯했었다.

그저 눈만 뜨면 눈물이었다. 말을 하려 해도 울음이 먼저 터져 나왔고 너무 아파 못 참고 울기부터 했다. 좋은 글을 보아도 울고 좋아하는 유튜버의 먹방 영상을 보면서도 울었다.

햇살 좋은 봄날에 단 10분도 콩이와 산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내가 불쌍하고 안쓰러워 울었다. 우는 것에 지치고 휘둘려 그만하고 싶다 생각이 들었을 때도 눈물은 의지와 상관없이 얼굴을 적셨다. 울다 지쳐 죽을 거 같았고 매일 베란다로 들어오는 바람 따라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과 싸우느라 하릴없이 쇠해져 갔다.

짙은 계절성 우울증이 나를 쥐고 흔들어대고 있었다.




"잘 견디라고 말하지 마!

밥 잘 챙겨 먹으라고 말하지도 마!

내가 얼마나 아픈지 모르잖아?

내가 가진 병이 몇 가지 인지도 모르잖아.  매일 어떤 마음으로 사는 줄도 모르잖아!!"


일흔 후반이 다 된 엄마와 통화를 하며 지천명을 훌쩍 넘긴 딸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 댔다.


태어나서 여태껏 부모님께 언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인상한 번 써본 적 없이 살았던  바로 후회하는 마음이 들며 눈가에 눈물이 '호로록' 차올랐다. 하지만 마음 한편 깊은 곳에 타래처럼 엉켜 있던 짙은 서운함과 실망을 넘어 배신감에 가까웠던 엄마에 대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CRPS가 생긴 초기에 가족들과 생긴 트러블을 엄마가 정리하고 중재해 줬더라면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홀로 투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고는 남편이 치고 나는 통증과 약에 취해 기억을 잃으며 정신을 못 차리고 아버지는 화를 내시고 엄마는 못 본척했다. 오빠랑 동생이라 불렀던 이들은 뭐 때문인지 대단정의감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월 동안 그들은 내 빈자리를 채주지 고 있다.

부모님은 내게 있어 명암 그 자체.


점점 심해져 가는 통증과 악화되는 병들, 가족에 대한 원망, 그리고 무엇보다 억울함이 더해져 계절이 바뀌며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계절성 우울증이 찾아오면 나도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하루에 수천 번, 수만 번도 더 죽고 싶어졌다.

*눈을 뜨는 순간 제일 먼저 느껴지는 건 양쪽의 갈비뼈가 안쪽으로 다 으스러져 부서져 버린 듯한 날카로운 통각이다.

*어깨나 팔은 아예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할 만큼 부어 살짝만 들어 올리려 해도 입에선 저절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신음 소리를 내면서 느껴지는 건 입 안과 목이 바짝 말라 있어 당장이라도 찢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져 있음을 느끼고 조금만 몸을 돌려 팔을 뻗으면 손이 닿는 곳에 놓여 있는 한 잔의 물이 간절하다.

*부서진 느낌의 갈비뼈 때문에 숨을 아무리 크게 들이마셔도 경절흔 아래로는 더 이상 숨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순식간에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불안장애 약을 먹어야 하는지 공황장애 약을 먹어야 하는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이지만 그리고 어떤 것도 제대로 효과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고 믿으려 노력한다. 그래야 병이 나을 것을 믿을 수 있는 것처럼.

*옆으로 몸을 돌리며 입을 꾹 다물려 안간힘을 쓴다. 처음보다 조금 더 큰 소리로 비명을 나올걸 알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재활을 받지 못하고 CRPS를 진단받았고 CRPS가 된 다리는 어디에서도 재활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근육이 수축되어 버린 아픈 다리로 혼자 걷는 연습을 하고 조금씩 걸어 다니게 되면서 골반이 틀어지고 등까지 아파지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느 한 군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치과치료를 다시 시작해 입안은 구내염이 심해지고 나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를 닦으려 칫솔을 잡는 손의 관절은 아침부터 장갑을 여러 겹 끼운 듯 퉁퉁 부어 아프다 못해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깔린 것 같이 지독한 고통을 선사한다.

*온몸은 복싱 국가대표 헤비급 선수에게 쉬지 않고 두들겨 맞는 것 같은 통증쯤 될까?

*머리는 역시 복싱선수에게  쉬지 않고 두들겨 맞는데 가끔 바닥에 기절도 하고 (뇌진탕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머리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선 뇌가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는 느낌의 통증이다.. 너무 심하게 아픈 날은 대리석으로 된 아일랜드 식탁에 내 머리를 깨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태반이었다.


병이 시작되던 초기에 가족들이 내게 했던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배신들로 인해 나는 더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들을 용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용서라기 보단 그냥 포기라고 하는 편이 나은 표현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용서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오빠였던 인간과 동생이라 부르던 사람을 잊을 수 있었다.

차마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은 그럴 수가 없어 오래도록 마음을 돌리려 애썼고 부모님께서 내게 최선을 다했고 다하고 계신다고 생각하시니(나중에 한 번 글에 쓰겠습니다) 나 역시 최선을 다했어도 또 한 번 최선을 다해보려고 노력한다.




죽으려고 진심으로 마음먹은 사람을 말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죽으려는 사람이 죽고 싶다는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더라도 정작 그 일을 행할 때는 오히려 말이 없어지고 충동적인 순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여 그 순간을 포착해 이번엔 말릴 수 있었다 한들 그 사람의 고통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어느 때든 안심할 수 있는 때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여러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간과하면 안 된다.


자살은 선택이 아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신 여러 안타까운 죽음들이 사실은 자살로 내몰린 것이지 자살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살을 실행하려고 하는 그 순간에도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자신이 자신을 살해하는 무섭고도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주변에 여러 가지 마음과 정신의 병으로 고통받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계시다면 그분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오늘도 자살로 내몰리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울며 싸운다. 귀한 내 목숨을 살리기 위하여. 이보다 더 귀하고 값진 일이 있을까?

언제나 승리하진 못하겠지만 늙어 노환이나 지병이 악화되어 죽기 전에 나 스스로 나를 지 않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이런 나에게 위로와 응원의 박수 세 번 만 쳐주실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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