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나루 Jul 20. 2022

내 몸 안에 갇혔다

통증으로 물든 쓸모없는 몸뚱이

우울다는 사실이 싫다.

내가 입을 열어 말을 하기만 해도 주변을 온통 진회색의 짙은 우울로 금세 물들여 버릴 것만 같다. 그걸 바라보는 주위의 사람들 우울이 옮을까 두려워 도망치고 싶 않을까.

우울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 한 이후로 이 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이놈은 지능이 높은 스토커 마냥 끈질기게도 따라붙어 여태껏 나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통증 하루도 쉬지 않고 내게 최선을 다한다.

 지독한 통증 얼마나 아지를 아무리 설명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차마 상상도 할 수 없는, 달라붙고 엉기어 끈적하게 스며들어 느새 온몸을 차지해 버린 지독하고 끈질긴, 통증이라고 하기엔 더 깊고 어두운 벗어날 수 없는 지치지 않는 내 벌하고 잔인하며 사악한 고통. 그랬다 언제나 항상 그 이상의 것이.

를 해하려 작정하고 고문(拷問) 하는 것이 아니라면 떻게 이럴 수가 있을 싶다.

도대체 내가 저지른 잘못이 얼마나 컸던 걸까?

아니면, 앞으로 저지를 잘못이 그리 크려나.


이른 장마로 비가 오기 이틀 전부터 죽을 만큼 아파졌던 나는 모든 들이 비오기 이틀 전, 하루 전, 그리고 비 오는 날 되어 버렸다.

그러니까 1년 365일 중에 단 1분 1초도 아프지 않은 순간이 없다 이다.

이것 내가 앓는 모든 병의 가장 참기 힘든 다.

아픔이나 통증이 멈추는 순간이 단 한순간도 없다는 그 사실이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집안의 어르신이 편찮으셔서 간병을 한다거나 하다 못해 내 아이가 아파 돌보는 순간에도 잠깐의 휴식 주어진다. 비록 마음까지 쉴 순 없다고 해도.

함께 사는 식구들이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누구보다 나를 안타깝게 여기며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있다. 그들이 나를 보지 않는 잠깐의 순간엔 나를 잊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래야 한다고 리 단단히 다짐을 받았었다.

프게 되고 난 후 여러 가지 병을 앓으며 한 가지 병이 조금 차도를 보일라치면 호시탐탐 자신의 기회를 노리던 다른 병의 아픔은 훨씬 진하고 강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과시다.

병원에서 진단받은 병명 이외에 병에 따라 동반되어온 갖가지의 합병증들과 그로 인해 약해진 몸에 생 2차적인 피해 말할 수 없이 극심하고 가차 없이 잔인했다. 

내 몸이었기에 나는 내 병을 잠시도 잊을 수 없었다. 나는 단 한순간도 쉴 수 없었다.


독하게 조합된 수면제를 먹어보아도 맑지 않은 정신은 정신대로 놓치고 내가 소원하는 단 한 번의 개운한 잠이 허락되지 않는다.

온 사위가 다 잠들어 있어도 나는 긴 밤을 홀로 통증워야 한다. 침대 위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있던 콩이 만이 간간이 깨어나 잠들지 못하는 엄마의 손을 살며시 핥으며 안타까운 위로를 건넨다. 청춘의 시간을 누나와 함께 엄마의 간병으로 보낸 콩이는 이제 노견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무덥고 습한 날씨와 깊어진 통증에 지치고 허물어져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다리의 근육이 형편없이 녹아버리며 근손실이 시작되고 어김없이 발톱에는 짙은 멍이 들기 시작했다.

샤워하기 위해 서 있는 20분을 견디지 못해 번번이 자에 주저앉기를 반복하고 있기 시작한 지 오래였다.

걷지 못할 거란 다리로 다시 걸었을 때 누나를 도와 나를 care 해주던 우리 콩이와 다시 산책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느덧 노견의 길로 들어선 콩이를 놓치기 전에 그 꿈을 이룰 수는 있을 런지....


발광할 것 같은 순간 입술을 깨물며 인내한다.

언제쯤에나 고통에 젖은 이 쓸모없는 몸뚱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늙고 병든 이 몸뚱이에 갇혀 버렸다.


난 가식적인 인간이다. 오만한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다.

너무 아파서 소리를 내지르며 발광해야 하는 순간에, 눈 안에 일렁이는 고통에 숨이 막혀 울부짖어야 하는 순간마다 소리 내 웃으며 괜찮다고 견딜만하다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속인다.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아프지만 어쩌겠냐고. 견딜 만 해졌다'라고 감쪽같이 앙큼하게 거짓말을 해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오랜 고통에 지친 내 몸뚱이를 떠날 것만 같았다. 그들도. 나도.


아픈 건 죄가 아닌데.





이전 18화 내 '자살(自殺)'을 막을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