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우울증
*눈을 뜨는 순간 제일 먼저 느껴지는 건 양쪽의 갈비뼈가 안쪽으로 다 으스러져 부서져 버린 듯한 날카로운 통각이다.
*어깨나 팔은 아예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할 만큼 부어 살짝만 들어 올리려 해도 입에선 저절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신음 소리를 내면서 느껴지는 건 입 안과 목이 바짝 말라 있어 당장이라도 찢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져 있음을 느끼고 조금만 몸을 돌려 팔을 뻗으면 손이 닿는 곳에 놓여 있는 한 잔의 물이 간절하다.
*부서진 느낌의 갈비뼈 때문에 숨을 아무리 크게 들이마셔도 경절흔 아래로는 더 이상 숨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순식간에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불안장애 약을 먹어야 하는지 공황장애 약을 먹어야 하는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이지만 그리고 어떤 것도 제대로 효과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고 믿으려 노력한다. 그래야 병이 나을 것을 믿을 수 있는 것처럼.
*옆으로 몸을 돌리며 입을 꾹 다물려 안간힘을 쓴다. 처음보다 조금 더 큰 소리로 비명을 나올걸 알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재활을 받지 못하고 CRPS를 진단받았고 CRPS가 된 다리는 어디에서도 재활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근육이 수축되어 버린 아픈 다리로 혼자 걷는 연습을 하고 조금씩 걸어 다니게 되면서 골반이 틀어지고 등까지 아파지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느 한 군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치과치료를 다시 시작해 입안은 구내염이 심해지고 나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를 닦으려 칫솔을 잡는 손의 관절은 아침부터 장갑을 여러 겹 끼운 듯 퉁퉁 부어 아프다 못해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깔린 것 같이 지독한 고통을 선사한다.
*온몸은 복싱 국가대표 헤비급 선수에게 쉬지 않고 두들겨 맞는 것 같은 통증쯤 될까?
*머리는 역시 복싱선수에게 쉬지 않고 두들겨 맞는데 가끔 바닥에 기절도 하고 (뇌진탕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머리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선 뇌가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는 느낌의 통증이다.. 너무 심하게 아픈 날은 대리석으로 된 아일랜드 식탁에 내 머리를 깨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태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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