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나루 Sep 28. 2022

통증이 지배하는 삶-이름 지어지지 않은 통증

병의 후유증 그리고 약의 부작용

9가지 이상의 알약이 처방된 수면제를 먹고 깊은 불면의 밤을 보내본 적이 있나?


수면제를 먹은 시간은 분명 어제 늦은 저녁 시간이었는데 짧게나마 약에 취해 잠이 든 것은 어제 깊은 밤과 오늘 새벽, 그리고 오늘 아침을 지나 정오가 되기 1시간 전인 11시 무렵이었다.

혹시라도 잠을 자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수면제를 일찍 먹고 귀에 귀마개를 끼우고 안대를 하고 방엔 암막 커튼까지 드리운 채 누워 최선을 다해 일찍 자려고 노력했지만 그건 항상 수면제에 취한 시간만을 늘리는 헛수고가 되고 다. 오히려 수면제에 취한 시간은 부작용만 높이는 위험부담을 안게 할 뿐이었다.

그렇게 힘든 밤을 보내고 얻어내는 삶은 통증에 지친 몸을 더욱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약에 취해 혼곤한 상태에서도 누군가 힘겹게 끙끙거리는 소리가 끓어질 듯 말 듯 애처롭게 이어졌다. 혹시  콩이가 다쳤나? 아니면 또

 지니가 넘어지기라도 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소리 내서 지니를 부르려 해 봤지만 아직도 내 입 눈꺼풀은 너무나 무겁고 깜박하는 순간에 다시 잠으로 끌려 들어간다.

아. 다시 잠들면 안 되는데... 누가 아픈 건지 봐줘야 하는데...


"으응... 으응... 으윽... 으윽... 윽... 윽... 윽!"


조금씩 정신이 맑아지며 앓는 소리가 자세히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간격을 맞춰 끙끙대며 앓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바로 나였다.

눈을 뜨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 소리는 내가 잠을 자며 내는 앓는 소리였다.


간신히 잠이 들어 몇 시간을 눈을 붙이는 동안 몇 번이나 앓는 소리를 내어 식구들의 걱정과 애간장을 끓였는지 알 수 없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바로 입을 다물어 웬만하면 깨어 있는 내내 무의식 적으로 튀어나오는 통증에 대한 반응 외에 아프다는 말을 줄이고 살아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병 하나하나 각각이 주는 통증과 고통을 넘어서 24시간 내내 1분 1초도 통증을 벗어나는 순간이 없다.

내가 내는 끙끙 소리와 윽윽 소리에 깨어난 적이 수백 번이고 눈을 떠 정신을 차리는 순간부터 온몸에 미열이 있어 열감(熱感)에 버석 거리는 피부는 스치기만 해도 당장이라도 찢어질 듯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온다. 갈비뼈를 비롯한 온몸의 뼈는 당장이라도 으스러질 것 같이 울리며 온몸의 뼈가 비명을 질러댄다.


잠에 드는 것도 고통이고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 내 삶이 되어 버렸다.




어떤 병에 따르는 정해진 통증 외에 다른 통증이 더 있을 거라는 말을 해준 의사나 논문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물며 통증이 익숙해지는 경우는 절대 없다.


이렇게 매일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는 고통에 crps돌발통도 여전하고 두통은 난치 판정을 받을 정도로 진행되어가고 있다.

조금씩이라도 호전이 되는가 싶으면 나이가 발목을 잡는다.

갈수록 차가워지는 날씨에 아침엔 펴지지도 구부러지지도 않는 손가락과 대관절의 고통에 튀어나오는 비명을 삼키고 어느 날부턴가 다시 얼굴에 핏기가 가시고 다리가 허정거리며 바닥에 온몸을 내 던지며 기절을 한다.




내가 겪고 있는 모든 증상들이 내가 앓고 있는 많은 병들과의 후유증이거나 처방된 독한 약들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한 번에 멈출 수 없다는 것 또한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앞으로도 난 드러내 놓고 내가 겪는 통증의 아픔이 어떤지 소리 내어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미루어 짐작하는 것과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와 충격을 안겨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통증이 지배하는 삶은 때론 내가 숨 쉬는 순간순간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순간을 몸서리치게 만들지만 지금껏 내가 견뎌온 지난 10여 년의 시간을 애쓰며 살아왔다 증거 하는 살아있는 증거인 셈이기도 하다.

부디 내가 살아갈 남은 날들도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며 살 수 있기를 원한다.

어느 날 문 내 입에서 참을 수 없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해도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전 21화 나는 포기하고 있는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