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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May 01. 2021

늙음을 입는 어느 한 해

작년(2021) 5월의 어느 날

정말 정신없이 겨울을 마무리하고 꽃내음이 물씬한 봄을 지나고 있습니다. 비록 저는 즐기러 나가기 쉽지 않지만요.ㅎㅎ.


제가 올 초 겨울 끝 무렵, 봄의 시작을 알릴 즈음 새로운 병 '뇌 동맥류'를 발견하고 수술을 했습니다. 잠시 입원한 후에 다시 여러 가지 통증과 약물로 지치고 힘든 몸을 다독이기 위해 2주간의 입원을 했었습니다.


이제 퇴원하고 안정만 취하며 조금씩 다시 통증과의 싸움을 준비하면 되겠다 여길 때에

"빡!"

그랬죠. 삶이 저를 그렇게 쉽게 편안히 해줄 리가 없었죠.

저를 내내 보살피고 간병하던 딸의 난치병이 재발했습니다. 그대로 딸은 입원을 해야 했고 저는 딸 없이 혼자 하루에 한 끼를 간신히 챙겨

먹으며(차리는데 한 시간, 먹는데 한 시간,

치우는데 한 시간이 걸렸어요.ㅠㅠ) 버텼고 일주일 후 퇴원했던 딸의 눈은 한 달이 지난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 맘은 여전히 지난번 하소연 때 말한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 힘들어 머리가 하얗게 세고 몸이 저렸습니다.

다만 내색하지 않고 버텼던 건 스트레스에 취약한 딸 병의 특성상 조금이라도 마음을 편하게 가져 하루빨리 나빠진 왼쪽 눈의 시력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아픈 제 몸이 원망스러울 때가 없네요. 잘 안 보이는 왼쪽 눈 때문에 두통까지 생겨 고군분투하는 딸을 도울 수도 없고 간절기 탓인지 잦은 비 탓인지 너무 잦은 두통과 모든 통증들에 휘둘리며 힘들어하는 제가 한심스럽습니다.

그리고 혹시 아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나이 드는 것 말고 람이 늙는다는 건 천천히 한해, 두해 오는 게 아니라 어느 한 해에 한 번씩 팍 늙는다  사실 알고 있으신가요?

제게 올해가 그 늙는 해 인가 보네요.

너무 속상합니다.


제가 심하게 아픈 후로 딸아인 일 년에 한두 번씩 심한 토사곽란을 겪습니다.

몸이 지치다 못해 견디질 못하는 거죠.

얼마 전 딸은 또 한 번 심한 토사곽란을 겪었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우고(다시 응급실을 보내야 하나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루가 지나 얼추 진정은 됐지만 핼쑥해진 아이의 모습을 보고 밤새 참은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곤 이번엔 제가 한참 동안 심한 통증에 갇혀 있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온몸이 다 아프다 못해 피부, 잇몸, 그리고 혓바닥까지 '콱 콱' 쑤셔댑니다.


올해에 제가 늙음을 입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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