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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Aug 09. 2024

Ubi es, Domine? 주님, 어디에 계시나요?

나는 어디에서 주님을 찾아야 할까?

모든 불행은 상실에서 온다.

나를 잃었거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거나  행복한 순간을 놓쳐 버렸거나.




깊은 악몽을 꾸고 있는 것만 같은 이 고통스러운 시간 언제쯤이면 끝이 날 수 있을까.

남편과 함께 살았던 30년이 모두 불행했다 말할 순 없지만 지난 10년 동안 나의 모든 삶은 그로 인해 무너다. 지금 내 불행을 원망할 대상은 남편이다. 

나 자신을 원망하기엔 내가 겪 일들이 내게만 너무 엿 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독한 악몽이라도 잠에서 깨고 나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잊을 수 있다. 

노력하지 않아도 잊힌다. 

하지만 현실로 겪 모든 어려움과 불행은 한 번에 털어 버리려 해도, 시간이 지난다 해도 쉽게 잊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난 과거의 망령들이 발목을 붙잡고 매달려 흡사 늪으로 빠져들 듯 나를 옥죄이며 어둠과 고통 속으로 잠식시킨다.


지독한 불행을 절대 떨쳐내지 못할 것 같은 공포에 숨이 조여 온다. 

 공포 함께 조여오던 숨 금세 실제 하는 통증으로 변한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악을 지르며 발버둥 치던 전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알알이 흩어져 버린다. 무지막지하고 광포한 통증에 나는 정신을 잃는다.


온몸의 피부와 근육이 욱신거리고 갈비뼈가 으스러질 듯 아파오며 등과 배가 급격히 수축한다. 심히 자연스럽게 쉬고 있던 숨은 어느새 가슴이 뻐근해지도록 가빠 온다. 아무리 크게 심호흡을 해도 숨은 목구멍을 채 넘기지 못하고 과호흡을 일으켜 오히려 공기에 빠져 질식하는 것만 같다.

양손으로 목을 쥐어 잡고 앙가슴 터지도록 두드려 대도 아무 소용없이 눈앞이 아득해지고 이내 팔은 제멋대로 꼬이기 시작한다. 생각 대로라면 팔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목청껏 비명을 질러댈 수 있을 것 같지만 멋대로 돌아가는 팔은 관절이 위태로워 보일만큼 뒤틀다.

고통을 참으려 앙다문 턱은 금방이라도 악관절을 박살 낼 것처럼 점점 세게 악물어지고 나도 모르는 새에 이 사이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작은 소리로 시작한 신음 소리는 미처 깨달을 사이도 없이 비명으로 이어지며 어느새 눈을 감은 채 잔뜩 일그러진 얼굴 위엔 온통 눈물이 번들 거린다.

이가 깨지고 잇몸이 녹는다. 그걸 아는 딸은 통제 안 되는 내 입속으로 보호대를 들이민다. 벌어지지 않는 을 벌려 보호대를 밀어 넣는 딸의 손가락을 물어 끊어 낼 것 같은 두려움에 보호대를 들이미는 손길을 피하려 짐승처럼 몸부림친다.


이것이 누구의 탓일까?

누구의 잘못일까?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닐까 봐 겁이 난다. 누구를 탓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을 까봐 두렵다.

미칠 것 같은 내 마음을 어디에서 풀어야 하나?

용서할 수 없는데 난 누구를 잊고 누구를 또 이해해야 하나.

그 어디에도 나는 없다.


병이 드는 건 누구의 잘잘못 아니다. 내가 부모님께 불효하기 위함 아니며, 누군가의 온전한 책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30년의 결혼 생활 후에 내게 남은 것이 병뿐이라면, 바람을 피우고, 진심 어린 사과 한번 없이 책임져야 하는 모든 일을 모른 척하고, 병든 아내와 병든 딸을 버리고 빚만 남긴 채 집을 나가 버린 남편을 죽도록 원망하련다. 지금은 그것이 힘든 삶을 견디는 유일한 원동력이다.




두 번째 희귀 난치병인 crps(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를 진단받았을 때 내가 믿던 주님이 나를 버리셨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을 떨치고 다시 믿음을 되찾기 위해 내 목숨을 버려야 했다.

남편이 집을 나간 후 잦은 crps 돌발통과 공황발작의 신체반응으로 초주검이 되어가는 나를 보며 지니가 절규한다.

세상에 신이 어디 있. 하나님이 있다면 우리를 이렇게 버려두시는 게 맞아? 지금 엄마가 아픈 게 부족해? 나까지 이런 병으로 아픈 게 믿기 쉬운 일이야? 거기에 빚 마저 산더미처럼 떠넘기고 아빠라는 사람은 아픈 자식을 버렸어. 엄마한테서 모든 걸 앗아가더니 이젠 내게도 남은 게 없어. 난 아무도 믿을 수 없어. 믿고 싶지 않아. 절대로. 세상에 신은 없어.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여기가 내겐 바로 지옥이야.


무슨 말로, 어떤 마음으로 지니를 다독여 줘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내게 일어나는 통증과 고통도 막지 못하고 내 마음도 다스리지 못해 원망과 미움이 한가득인데...


Ubi es, Domine?(주님, 어디 계시나요?)

 어디에 주님을 만날 수 있나요?

주님이 제 곁에 계심을 제가 다시 믿을 수 있을까요?

지니를 주님께 다시 인도할 수 있을까요?


나의 주님은 어디에 계신 걸까?

나는 믿음이 약한 아니, 믿음이 없는 나일론 크리스천이다. 내가 주님께 가고 있는 중임을, 주님은 내가 떨어진 낮은 곳 그 어디쯤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심을 믿고 싶다.


모든 것들이 지나가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도, 나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던 마음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용서 생각하고 싶지 않. 하지만 지난 모든 불행과 고통을 잊고 지우며 살아고 싶다.

그런 날이 내게 속히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 공황발작 후에 기절했어요. 발작 중에 손이 꺾여 관절이 모두 부었네요. 힘든 하루였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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