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다.
10년을 준비하고 기다리며 만나기를 고대했습니다.
저의 강아지 아들, 콩이.
인간보다 짧은 생의 주기를 가진 생명을 거두기로 마음먹기까지, 솔직히 많은 고민과 염려가 앞섰습니다.
하지만 콩이를 데려오며 단 하나만큼은 분명히 다짐했습니다.
콩이를 만난 그날부터, 콩이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그 곁을 지키겠노라고.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약속은 어느새 주체가 뒤바뀌었습니다.
힘겨운 세월을 지나는 동안 흔들리던 저를, 오히려 콩이가 묵묵히 지키고 보호해 주었습니다.
아픈 엄마를 간병하던 누나를 도우며, 제가 쓰러졌을 때, 구토할 때, 극심한 통증에 시달릴 때마다 콩이는 쏜살같이 누나에게 달려가 알렸고, 단 한순간도 제 곁을 떠나지 않은 채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또 하나의 간병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오랜 세월 아픈 엄마에게 매여 마음껏 산책 한 번, 여행 한 번 시켜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가장 마음에 남는 미안함입니다.
2024년 8월 25일, 콩이는 열세 살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나이로 치자면 어느덧 여든에 가까운 할아버지입니다.
제 손바닥에 쏙 들어오던 작고 작은 강아지가 이제는 노견이 되어 제 눈앞에서 천천히 늙어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아깝고, 모든 순간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한 번도 가르친 적 없던 놀라운 모습으로 엄마와 누나를 지켜준 콩이에게 이제라도 기억에 남을 순간들을 사진과 글로 남기며 조금 더 다정한 시간을 선물해 보려 합니다.
저와, 저의 아들 콩이가 함께 걸어가는 이 길에 동행해 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