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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Nov 25. 2024

이생의 모든 것을 잊기 바란다

콩이는 웃지 않는 강아지

콩이는 전생에 나의 그림자였나 보다.

내가 깨어있는 순간에는 몇 시간이 됐던 무릎을 차지하고 꼼하지 않고 앉아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제 다리위에 있는 건 당연하고 따로 눕혀놔도 어느 곳이든 닿아 있어야 해요 ㅎ ㅎ


몸이 좋지 않은 내가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콩이는 역시 내 옆을 떠나지 않고 맴돌며 심지어 좋아하는 산책도 마다하고 엄마의 옆을 지키고 있는다.

내 컨디션에 따라 산책, 밥 먹는 양, 대소변 보는 횟수까지 달라질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아무리 맛있는 것을 준비해 놓아도 시큰둥한 반응으로 엄마인 내 곁에 달라붙어 자리만 조금씩 옮길 뿐이고 누나가 산책을 나가자고 꼬시고 달래도 꿈적을 하지 않고 침대 끝 엄마 옆으로 숨어들어 끝내는 누나가 포기하게 만들고 만다.


내 침대 옆에는 콩이가 함께 누울 수 있도록 아기침대를 닮은 강아지 침대를 붙여놓았고 베개 옆에는 쿠션에 예쁜 면 이불을 덮어놓아 언제든지 콩이가 함께 잠들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내가 심하게 아플 땐 콩이는 항상 내 머리 위에 누워 꼼작도 않고 나를 지키기 때문에 언제나 베개는 큰 것으로 준비해 놓는다. 심한 두통으로 열이 많은 난 냉감 패드를 씌어놓아 콩이가 가깝게 있어도 견딜 수 있도록 대비를 해 놓다.


침대에 눕혀도 항상 머리는 제 침대쪽으로 돌려서 자야돼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통증이 심하고 며칠씩 잠을 못 자 예민해져서 견디기 힘든 날이나 돌발통이 심한 순간엔 콩이를 미처 챙기기 어렵고 어쩌다 콩이가 오히려 아픈 부위를 자극해 더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콩이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아무리 깊고 콩이의 마음 역시 내게 완전히 올인된 깊은 사랑이어도 짜증이 나지 않고 귀찮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보호자를 위해 세상의 맛있는 먹을거리를 마다하고 산책을 회피하는 강아지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콩이의 그 깊은 사랑이 가슴 절절이 맺혀온다.


콩이는 웃음이 없는 강아지이다.

고통과 싸우는 엄마를 보며 우느라, 언제 기절할지 모르는 엄마를 지키느라, 쓰러진 엄마를 핥아 깨우느라, 통증에 몸부림치는 엄마에게 몸을 붙이며 온기를 나누느라 자신의 웃음을 잃었다.

둘째인 리아를 함께 기르면서 리아와 콩이에게 여러 가지 콘셉트 사진 찍을 기회를 많이 주었지만 콩이의 웃는 모습을 찍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웃음을 잃고 이제 노견이 되어 엄마 다리에만 매달려 있는 콩이의 하루하루가 아깝고 안타깝다.




살면서 행복하게만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인생의 방향이 내가 원한대로 흐르지 않았더라도 순간마다 선택은 나의 몫이었고 힘든 중에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죽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행복도 불행도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어떤 시간을 지나는 동안은 치열함에 싸여 오로지 그 시간을 견디는 것 만이 가능한 순간이 있다.


남편의 사업이 기울고, 내게 희귀병이 생기고, 딸 지니마저 아팠을 땐 그저 숨 쉬고 사는 일이 버겁기만 했다. 그런 내 옆을 굳건히 지켜준 것이 콩이였다. 콩이의 노고와 충성심은 내 뼛속 깊이 새겨도 모자라지 않다. 콩이는 내게 그만큼 귀한 존재다.

그래서 콩이가 이생의 기억을 모두 잊기 바란다.


세상에서 누가 가장 콩이를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단연코 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많이 아파 잠들지 못한 채 밤새도록 애쓰며 지난밤의 다음 날은 유독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콩이와의 인연이 이생에서 끝났으면 하는 바람 말이다.

반려견이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후일에 내가 죽을 때 먼저 간 반려견이 마중을 나온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원하지 않는다.

내세가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생에서 있었던 힘들었던 모든 기억들 잊고 콩이가 그저 편안해지기만을 바란다. 

우리의 삶의 궤적과 지난 추억들은 모두 내가 기억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혹여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신 나를 만나지 않기 바란다. 더 좋은 인연들과 만나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 콩이에게도 웃음 짓는 날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엄마의 간절한 바람을 담는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남은  동안 후회 없도록 사랑하며 살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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