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멀리 경주 친구가 집 앞마당에 핀 라벤더 꽃을 보니 내 생각이 난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 한건 아니지만... 자신의 sns에 라벤더 사진 한 장과 멀리 있는 친구가 생각난다는 글을 올린 친구.
단번에 나임을 알아차린 나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나 또한 라벤더, 특히 라벤더 비누하면 떠오르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친구라고 일컫는 사람들.. 내 친구의 범주가 참으로 넓다 싶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나와 라벤더 비누를 만들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그 시간들은 헛된 시간이 아니었나 보다.
오래 뒤에도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훗날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에도 향으로 나를 기억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비누도 비누지만 향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좋은 냄새‘가 아니다.
향은 기억과도 연관이 있는데, 다른 감각기관과는 달리 우리의 후각은 향을 맡는 순간 후각신경을 통해 대뇌변연계로 바로 이르는 메커니즘을 거치게 된다. 복잡한 과정 없이 바로 뇌에 이르기 때문에 기억과 연관이 깊다는 정설이다. 특정 향기를 맡았을 때, 순간이동하듯 그때의 기억으로 돌아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늘 감각이 열려있는 나는 특히 후각이 민감한데.. 가끔은 향으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넘어 기억을 떠올리면 향이 나는 것 같은 반대의 상황도 종종 경험하게 된다.
그 예로 지난 런던 여행에서 250그람짜리 비누를 하나 사 왔었는데, 라벤더 꽃을 보니 내 생각이 난다는 그 친구를 떠올리면서 산 비누이다.
그 비누는 그 친구가 1월에 한 달여 우리 집에 머무르며 사용한 비누 이기도 하다. 조금 비싸긴 해도 내가 좋아하는 에센셜오일 몇 가지가 듬뿍 든 비누. 친구의 가족들이 씻으며 세러피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욕실에 두었던 비누이다.
나는 그 비누로 친구를 떠올리고 친구는 라벤더로 나를 기억한다.
문자메시지나 전화로 ‘나는 네가 생각나.’하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뭉근한 그리움으로 서로를 마음에 담는 시간이 참 좋다.
내 주위에는 향기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