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 May 22. 2024

나만의 여행법(2)

빛으로 물든 여행

지난 여행을 돌이켜보며… 그동안의 여행은 나에게 어떤 단어로 남겨질까 하고 생각해 본다.

지난 글에서는 박물관, 그리고 ‘시간여행’을 이야기했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4월까지… 나는 어떤 여행을 했을까?

그러다 문득 한 단어가 스친다. ‘빛’

첫 여행지 로마에서 만난 빛, 또 최근에 다녀온 파리에서도 빛에 물든 센강을 보며 감탄했던 나…

내 여행에서 빛을 빼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절반은 줄어들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는 떠오르는 해를 한참 바라보았다.

여행지가 어디였든 나를 따라다니던 해. 뜨고 지는 해에 대해 자주 이야기 했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빛은 주로 태양광이다. 즉 자연에서 비롯된 빛을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스위치를 누르지 않아도 저절로 내려쬐는 태양빛. 시간에 맞춰 뜨고 지는 태양을 여행지에서도 만난다. 태양빛이 건물 유리를 투과할 때 산란하는 그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의 쿠폴라를 비추던 햇빛,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파리의 사크레퀘르 성당. 건물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해 내 눈에 비친 색색의 빛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숙소로 걸어 들어가는 길에 비 그친 후 만난 런던의 무지개. 그 무지개를 잊지 못한다.

숙소 뒤로 비치던 무지개는 크고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빛이 없었다면 무지개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빛이 있어 가능한 많은 것들이 있다.

런던의 공원에 핀 형형색색의 꽃들과 초록 나무들을 보며 새삼 자연은 성실히도 비를 내리고 햇빛을 내려주어 저 식물들이 저렇게 잘 자라는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식물을 가꾸는 수고는 십 분의 일도 안될 것이다.


아이들과 남인도 오로빌에 머무르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알람도 맞추지 않고 매일 뜨는 해와 함께 일어나고, 지는 해와 함께 하루를 정리했다. 아마도 시계라는 것이 없었을 적에는 지금보다 더 여유롭고 자연에 기대어사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게 된다.

해가 뜨면 밭일을 하고 배가 고프면 밥을 지어먹었다. 오토바이 하나를 빌려 아이들을 태우고 커다란 나무 사이를 달릴 때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엄마, 너무 상쾌해!”

큰 나무 사이로 내려쬐는 햇빛은 강렬했지만 우리는 늘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이 운동장 놀이터에서 노는 동안 나는 옷을 거의 벗다시피 하고 해를 쬐며 걸었다. 나 스스로를 ‘솔라우먼‘이라 부르며 태양에서 받은 에너지로 하루를 살아냈다. 태양빛을 가득 머금은 오로빌의 황톳길! 그 황톳길을 걷다 공작새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 빠른 걸음으로  공작새에게 다가갔던 생각이 난다.

특히 자연 깊숙이 머물렀던 오로빌에서의 생활은 태양빛과 함께 한 시간들로 기억된다.

제 아무리 예쁜 조명이라고 해도 햇빛만큼 아름다운 빛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빛으로 물든 오로빌 생활이었다.



파리 여행의 마지막에 본 센강과 석양은 또 어떻고.

유유히 흐르는 센강을 비추는 석양. 넋 놓고 바라보다 루브르에서 에펠탑까지 걸었던 기억.

그리고 다시 아부다비로 돌아왔을 때 내가 찾은 곳은 루브르 아부다비와 맹그로브 숲이었다. 장 누벨이 디자인한 루브르 아부다비의 돔 사이로 흐르는 빛을 감상했다. 유명한 건축가들도 자연채광을 활용한 기법들을 사용한다. 가우디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디자인할 때 그러했다.

그들은 자연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건축물의 아름다움도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예술가들이 아니었을까? 건축물의 완성이 자연광이라고 하면 과언일까?


얼마 전 맹그로브 숲의 석양을 보며 거닐다가 왈칵 눈물이 쏟아져 혼이 났다. 외로움, 슬픔, 공허함의 눈물이 아닌 자연에 대한, 그 자연을 만든 조물주에 대한 경외심과 경탄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내 안의 신께서 나에게 보내는 한 편의 편지 같은 석양. 그리고 맹그로브와 바다. 그 자연 속의 나라는 또 다른 자연.

맹그로브의 석양. 책 <신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자연 속에 머무는 것은 자연을 만든 신과 연결되는 순간을 경험케 한다. 사람들이 힘들 때 자연을 찾는 것도, 그 자연 속에서 말로 표현 못할 벅찬 감정을 느끼는 것도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이번 이야기를 끝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시즌1>의 연재를 마친다.

빛으로 물든 나의 지구별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다음 목적지는 한국이다. 그리고 다시 아부다비로 오겠지만 한국을 여행한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 이 현실을 사랑하게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여행기 시즌2에서는 한국에서 만난 빛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를...


돌아온 아부다비에도 늘 빛.
이전 16화 나만의 여행법(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