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같은 편안함
런던에 머무르던 일주일.
깨끗한 도시로 기억되는 런던에서 지내며 유난히 마음이 편안했다. 시간이 지나 여행일정을 돌이켜보며 사진을 뒤적이다가 ‘내 마음이 어찌 그리 편안했을까?’ 떠올려보았다.
여행 사진 곳곳에 숙소에서 지내던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 숙소에서 밥을 해 먹고, 잠을 자고, 요가를 하고, 또 피아노를 쳤다.
내가 머무른 숙소는 어린 두 딸을 키우는 집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첫날.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숙소에 자기들만의 방, 책과 장난감이 있어 무척 좋아했다.
나는 짐을 풀어놓기 무섭게 피아노와 책이 있는 방에 가서 책구경을 하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다. 런던의 숙소는 첫인상부터 편안했다.
여행을 와서 하루 루틴이 흐트러지지 않았던 것은 숙소 덕분이었다.
늘 그렇듯 동이 틀 때 일어나 몸을 푼다. 거실 한쪽에 세워져 있는 파란 요가매트가 눈에 띄었다. 나무로 된 마루 바닥에 파란 요가 매트를 깔고 아침마다 요가 수련을 했다. 그러고는 주방 식탁에서 블랙티와 소금차를 마셨다. 경주에서도, 아부다비에서도 하루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다. 요가 수련으로 깨워진 몸이 따뜻한 차를 잘 받아들인다.
늦잠 자는 아이들이 깨기 전 나의 아침 루틴을 마치고, 과일과 빵으로 아침 준비를 한다. 주방 앞뒤로 창과 문이 있어 조금씩 열어두니 기분 좋은 바람이 실내로 들어온다. 해가 뜨면 새들이 노래를 한다. 비 오고 흐리다 가끔 유리 천장으로 드는 해가 너무 반가웠다. 빵을 굽다가 새소리에 이끌려 정원으로 나가니 아직은 이른 봄 찬 기운이 귓불을 스친다. 집보다도 훨씬 키 큰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앗! 빵이 타겠다.’하며 얼른 주방으로 뛰어간다.
아이들이 일어나 아침을 먹는 동안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하고 이야기 나눈다.
낮시간 한참을 밖에 놀다 들어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면 각자의 방으로 가 쉬었다. 피아노방 한쪽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보다가 찬양 한곡이 떠올라 곧바로 피아노에 앉아 건반을 두드린다.
하루의 마지막 에너지를 그렇게 내보내고 나무 마룻바닥을 걷다가 잠자리에 든다.
(지면을 빌려 감사인사 드린다. 숙소 구하는 데 힘써주신 ’ 서진형‘에게...)
런던에서의 일상은 그렇게 아부다비의 일상과 맞닿아있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닌 일상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어디가 여행지인가 할 때가 있다. 나는 마련해 놓은 집이 없다. 어디서든 살 수 있을 것 같다. 곧 한국으로 여행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