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쉬태그 #인스타그램 #술SNS
술스타그램을 시작했다.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술을 전문으로 하는 인스타그램을 '술스타그램'이라고 한다. 대충 만들어두고 드문드문하긴 했지만, 방치해두다가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SNS의 유해성에 대해서 늘 접하면서도 SNS를 끊을 수 없는 것을 보니 인간은 표현해야 사는 동물인가보다.
술스타그램을 하고 나서 놀란 점들이 몇 가지 있다.
1. 프로필 사진에 술 사진 해놓기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은 본인을 나타낼 수 있는 사진을 한장 올릴 수 있는데, 본인의 사진도 아니고 술병, 술잔 사진을 올려두는 것이다. 정말 술은 사람들의 중요한 취미이자, 삶이구나. 새삼 느꼈다. 보통 그런 프로필을 눌러보면 '찐 알콜러'다.
2. 술 리뷰어들, 웬만한 전문가 뺨쳐 또 놀란 건 술맛이나 모양을 리뷰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점. 나같은 '주량 세잔짜리 기자'보다 나은 것은 물론이고, 웬만한 양조장 대표 저리가라 수준으로 리뷰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섬세한 미각을 자랑함은 물론이고 안주와 완벽한 페어링까지. 버릴 게 없는 글들이 많았다. 취재할 때 매번 좋은 술이나 좋은 양조장을 찾아야 하는데 귀동냥, 아니 손동냥이라도 해야겠구나 싶었다.
3. 매일 술을 마신다고? 더 놀란 건 그들의 포스팅 날짜. 정말 알콜홀릭들은 매일 같이 술을 마시는 구나 감탄했다. 가까운 지인들도 알콜홀릭들이 몇명 있는데 그들의 간이 어떻게 남아나나 싶다. 나에게 간의 절반만 나누어줬어도 일하기 좀 더 좋았을 텐데.
인스타그램에서 나보다 술을 잘 알고, 나보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과 경쟁해서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팔로워 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대해서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나는 이런 식으로 술과 안주를 페어링한 조각 영상을 드문드문 올린다. 한 10초 내외. 생각보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BGM은 James Mercy, PhiloSofie의 'Take You On'다. <미미미1 단홍>이 전통주이긴 하지만, 고루한 느낌보다는 트렌디하고 힙한 느낌이 있었으면 해서 배경음악을 힙한 걸로 골랐다. 딴 소리지만 <미미미1 단홍>은 정말 과카몰리랑 잘 어울린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안주가 술이랑 멋지게 어울릴 때 희열감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술스타그램을 하니 인사이트 통해서 구독자(팔로워) 분석도 되는데, 내 인스타그램 주 연령층은 20~30대 남성이었다. 2등은 20~30대 여성으로 젊은층이 많이 찾는 인스타그램이다. 신기한 건, 사실 여성 구독자가 더 많을 줄 알았는데 남성 구독자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술이나 다양한 술 시장에 호응하는 주체도 남성보다 여성이 많아서 전통주 시장도 젊은 여성을 타게팅 하는 경우가 많다. 20~30대 남성들이 끌릴 만한 술스타그램을 올려볼 고민도 해야할 거 같다. 주변 20~30대에게 술 이야기를 많이 경청해야 겠다. 최근에 한 인플루언서를 취재한 적이 있는데 그분이 SNS를 시작하게 된 것도 소통 때문이라고 들었다. 내가 알게 된 내용에 대해서 소통하는 재미, 제법 쏠쏠하다.
아참, 인플루언서인 친구가 팔로워 늘리는 방법도 알려준다고 했는데, SNS는 참 배울 게 많다.
다행인 말이지만 브런치의 구독자도 조금씩 늘고 있다. 후후. 나의 소중한 구독자들. 브런치 인사이트를 보니 내 브런치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말에 나를 찾는다. 주말에 읽기 좋은 글인가보다. 더 휴식이 되고, 더 즐거움을 주는 글을 써야겠다. 이따금 남겨주는 댓글은 반갑고 궁금하다. 한 구독자는 추운 겨울날 빼갈이 당긴다는 댓글을 남겨줬는데, 정말 날씨가 그렇다. 가을에서 겨울로 완전히 넘어가려는지 비만 오면 매섭게 추워진다. 알콜쓰레기가 이런 말 해서 참 미안하지만, 오늘은 고도수의 술이 잘 어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