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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돌 기자 Dec 24. 2021

수제맥주 직접 만들어봤다

하다하다 알쓰가 술을 만드네

수제맥주 공방을 가봤다. 

맥주는 우리가 정말 흔하게 마시는 술이다. 그런데 만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맥주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곡물을 몰팅, 발효해서 만드는 술이다. 주로 보리로 만들지만, 귀리나 옥수수, 쌀 같은 것도 이용한다.

맥주를 만들기로 했으니 인터넷에 수제맥주 공방을 검색해서 찾았다. 서울에 있는 수제맥주 공방이 몇 군데 나온다. 나는 그중에서도 송파구에 있는 아이홉 맥주공방을 찾아갔다. 후기도 좋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강원 춘천 감자아일랜드 대표님들도 여기서 수제맥주를 배워갔다고 한다. 시설도 깔끔하다. 


ⓒ 박준돌 기자

공방을 찾아가면 개인적으로 술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고, 원데이 클래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장 초보적인 강의를 들었는데 약 3~4시간 정도 소요됐다. 가격은 1인당 4만원. "맥주가 4만원?"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수제맥주 공방을 체험하고 나면 전-혀 아깝지 않은 가격이다.


공방에 들어서면 바로 홉 냄새가 강하게 난다. 고소함에 킁킁 대면 공방 한켠에 진열된 세계 맥주들이 눈에 들어온다. 공방 한 가운데는 스테인레스로 된 조리대가 놓여 있다. 각종 통과 맥주를 만드는 도구 때문에 따뜻한 분위기의 실험실처럼 보이기도 하다. 아이홉의 대표님은 맥주통 쯤은 쉽게 들어올릴 거 같은 덩치를 가진 분이었다. 친절하고 설명도 너무 잘해주셨다.

ⓒ 박준돌 기자


1단계 이론

수제맥주 공방에 갔다고 갑자기 술을 뽑아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약 1시간 동안은 이론을 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시간이고, 맥주에 대해서 정말 잘 알 수 있는 시간이다. 강의를 오래 듣지 못하는 나지만, 아이홉 대표님 입담이 너무 좋아서 지루하지도 않았다. 뭔가 시간이 조금이라도 잘못 쓰일까 일정이 쫀쫀하게 짜여있었다. 맥주 이론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건 맥주의 순수령인데 맥주를 만드는 주재료인 물, 홉, 맥아, 효모가 그 주인공. 그리고 이 네가지 단어는 수제맥주를 만드는 내내 나온다. 

만드는 법도 그렇지만, 이론에서 제일 재밌었던 건 우리가 아는 맥주가 어떤 맥주냐다. 상면발효를 시켜서 과일, 향신료, 곡물의 풍미가 풍부한 에일맥주, 볶은 발아 보리를 써서 짙은 색과 진한 당밀 풍미가 나오는 맥주계의 초코브라우니 스타우트 맥주, 하면발효해 묵직하고 원숙미가 있는 라거맥주 등 그저 맥주란 '노란 맥주' '까만 맥주'가 아니었음을.

ⓒ 조선일보


2단계 만들기

맥주 이론에 대해 빠삭해 졌으면, 이제 맥주를 만들면 된다. 맥주를 만들기 전에 조별로 종류를 투표해서 어떤 맥주를 만들지 정한다. 나는 스타우트 맥주를 만들고 싶었는데, 스타우트는 득표수가 낮아서 IPA와 바이젠으로 결정됐다. 참고로 스타우트가 재료값이 제일 비싸다고 한다. 볶은 맥아를 사용하기 때문. 맥주 만드는 과정은 아래와 같다.

1. 분쇄한 맥아를 물에 끓여서 맥아즙으로 만든다. 

2. 맥아즙을 걸러내 끓이는데 이때 홉을 첨가한다.

3. 발효를 위해 효모를 더해 당분을 알코올로 바꾼다.

4. 맥주를 충분히 숙성시킨다(1~2주 정도).

5. 숙성시킨 맥주를 설탕을 넣은 병에 담는다. 이러면 효모가 설탕을 먹어서 탄산이 생긴다.

시음한 브라운에일과 만들어 놓은 맥주통 ⓒ 박준돌 기자

이렇게 만들면 한 사람당 페트병 기준 약 4~5병의 맥주가 만들어진다. 생각보다 그 다음주에 맥주를 찾아가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정말 꼭 찾아가길 바란다. 그 이유는 아래에.


3단계 마시기

사실 아주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내가 술을 만들어본 적도 없고, 경험도 없으니 불안했는데. 상온에 두고 친구들이랑 마시기 전날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낸 맥주는. 그야말로 눈이 동그랗게 떠질 정도의 맛이었다. 역시 학창시절에도, 지금도 선생님이 하라고 하면 되는 구나 싶었다. 친구들의 반응도 좋았다. 직접 만든 거냐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이렇게 맥주가 만들어지냐에 대한 궁금증까지. 솔직히 맥주를 따르는데 수제맥줏집 처럼 탄산이 뿜어져 나오니까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이렇게 만든 맥주는 한달 내내 즐길 수 있다. 상온에서 보관했다가 마시기 전에 냉장고에 넣어서 시원하게 먹으면 된다.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안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니. 대부분 귀찮아서, 또는 커플끼리 왔는데 헤어져서란다. 헤어졌더라도 각각 담아주니까 걱정하지 말고 맛있는 수제맥주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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