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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돌 기자 Nov 17. 2021

참 어려운 술 자리 예절

사회초년생은 참고하세요

위드코로나가 되니 제일 먼저 하게 된 게 바로 회식이다. 의견은 갈린다. 아직 확산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회식은 시기상조라는 입장과, 자영업자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 또는 점심 회식을 하자는 온건파, 그리고 완전한 '탈회식'을 꿈꾸는 강경파까지. 어떤 입장이 맞든 저녁에 지나면 휑 하던 가게들이 다시 복닥복닥 손님이 들어찬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다.




나는 신입 때 회식을 정말 많이 했다. 주에 3일은 한 것 같다. 어떤 날은 저녁만 먹기도, 또 어떤 날은 반주만 하기도, 새벽 2시까지 마신 날도 있었지만 뭘 먹든 신입 땐 이게 코에 들어가는지, 입에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그저 선배들의 손과 눈을 좇아서 뭐라도 실수하지 않을까 겁에 질린 고양이처럼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술 자리 예절이었다. 사실 술 자리 예절이라는 건 원래 부모님에게 처음 배우게 된다. 근데 그게 아니라면 술 자리 예절을 사회초년생이 알 턱이 없다. 그래서 나도 엄청나게 실수를 많이 하고, 선배들한테 핀잔도 들었다ㅎ 나와 내 친구들의 사례를 미루어 들었던 여러 가지 술 자리 예절(?)들을 소개한다. 꼭 이게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이런 게 있다는 거다. 남들 보기엔 이상한 게 있을 수도 있다. 아마 내가 안 적은 더 이상한 예절도 있을 거다. 별표는 참고로 난이도다.


■ 자리 배정 ★

술자리에 가면 상사 자리는 보통 안쪽, 가운데 자리에 배정하고 나머지 신입들은 상사 옆, 또는 화장실과 가까운 자리에 앉는다. 암묵적인 룰이다. 이런 룰이 있다 보니 적당히 짬 먹은 직장인들은 상사가 안 앉을 법한 자리, 상사가 안올 것 같은 자리만 골라서 앉는다. 혹은 친한 사람들끼리 구석에 모여 앉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신입 자리는 제일 높은 상사 옆자리가 된다...ㅎ


■ 잔 돌리기 ★★★★★

코로나19 전후를 따져보면 가장 달라진 예절(?)이자, 가장 어려운 예절이 아닐까.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나, 혹은 자기보다 낮은 사람에게 술잔을 주고 술을 따라준 다음 상대가 그 잔에 마시고 술을 채워서 돌려주면 받은 사람이 다시 마신다. 잔을 돌려 가면서 마시는 거다. '저 세상 위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잔 돌리기, 많이 한다. 오히려 잔 돌리기를 안하면 퍽 섭섭해하며 "안 챙기네" 하는 사람도 있다. 참고로 잔을 돌려줄 때는 휴지나 소매 같은 걸로 닦아서 준다. 물론 위생과 아무 의미 없지만 보여주기식이다.

'잔 돌리기'가 정말 어려웠던건 한 명을 잔 한 잔이라고 계산하면 10명 회식 자리에선 9잔을 기본적으로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주량을 아는 상사들은 절반만 채워주기도 하고, 잔에 술 대신 물을 채워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풀잔을 채워줬다. 그럼 눈을 꼭 감고 소주를 꼴깍 삼키고 잔을 다시 드린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런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 병 라벨 가리기 ★★★

술을 따를 때 병의 라벨을 가리는 거다. 상대에게 병 라벨이 안 보이도록 가려서 잡은 다음에 술을 따르는 거다. 이는 웨이터들이 와인을 서빙할 때 나온 예절이다. 병 입구에서 흘러내린 와인이 자칫 병 라벨을 적시면 나중에 라벨 내용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 이를 막기 위해 가려서 따른다. 실험실에서 시약 따를 때 규칙이기도 하다. 시약의 내용이 오염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소주나 맥주는 키핑하는 술이 아니라서 이런 예절이 필요 없다.


■ 잔 비우면 따르기 ★

상사나 주변인의 잔이 비워지면 바로 따르는 예절. 보통 옆에 잔이 비어있으면 주변에서 "ㅇㅇ씨는 안 챙기고 뭐 하나"라는 군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신입이라면 주변 상사들의 빈 잔을 계속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이것도 강약 조절이 필요한데, 너무 빠르게 따르면 또 핀잔을 듣기도 한다. 적당한 속도에, 적당히 사람들이 집중 됐을 때 따르는 게 좋다.


■ 건배사 ★★★★★

지옥의 건배사... 이거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회식 못하겠다는 직장인도 많다. 친구들도 중요한 회식 자리가 있을 때 건배사 뭐 할지 준비하기도 한다. 나중에 건배사는 글을 따로 쓰고 싶다. 건배사는 말 그대로 건배를 할 때 간단한 연설을 한 뒤, 구호에 맞춰 잔을 부딪히는 거다... 나는 이걸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알아서 그때 동문회 선배들이 건배사도 모르냐고 뭐라고 했었다. 생각해보면 뭐라고 할 일도 아닌게, 대학교 1학년이 건배사든 뭐든 알 게 뭔가. 특히 연말 술자리가 되면 '센스 있는 건배사'로 검색 한번 쯤은 해볼거다. 나는 참고로 '이제부터' (선창) '시작이다' (후창) 을 선호한다. 적당히 시작하는 자리에 쓸 수 있고, 누군가 퇴사하거나 마무리하는 자리에도 새로운 시작을 빌면서 쓸 수도 있는 멀티 건배사다.


■ 잔 부딪힐 때 ★

상사의 잔보다 아래에 부딪히는 게 예절이라고 한다. 더 부딪히거나, 너무 세게 부딪혀서 잔을 깨먹으면 예절에 어긋난다고. 라고, 최근 상사와 잔을 부딪혔다가 유리잔을 박살낸 친구가 말해줬다.


■ 잔을 받거나, 술을 따를 때 한 손 받치기 ★★★

누구나 아는 상식이겠지만 상대에게 술을 줄 때 동갑내기가 아니면 보통 두손으로 술을 받는다. 공손하게 두손으로 받아도 되고 손목을 잡거나, 가슴에 손을 받치거나 팔을 받치거나 뭐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받쳐서 술을 받으면 된다. 줄 때도 마찬가지다.


■ 폭탄주 모았다가 배분하기 ★★★★★

직장 생활에서 폭탄주를 말면, 독특하게 모두의 잔을 모아서 한 사람이 술을 만 다음에 배분한다. 그리고 다시 말 때는 자유롭게 먹는 게 아니라 또 다같이 비운 다음에 또 모아서 또 마신다. 보통 술을 잘 만다고 소문나는 선배가 말기도 하고, 막내가 제가 술 한 번 말아보겠습니다 하고 말기도 하고, 직장 상사가 어이 자네들 오늘 내가 만 술 좀 먹어봐 하고 주기도 해서 딱히 주체는 중요하지 않은듯.


■ 술 취했다고 너무 솔직한 대화, 직언, 깽판 금지 ★★★★★★★★★★★★★★★★★★★★★

사람들은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술 자리를 가진다. 하지만 너무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술김에 마구 내뱉으면 분명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특히 상사가 "쌓인 거 말해봐" 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말하면 안된다....... 술 깨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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