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 주류 시장에 대하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미니 술'이 뜨고 있다. 사실 2010대 후반부터 슬슬 뜨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홈술, 혼술족들이 생기면서 탄력이 붙은 듯 하다. '미니 술'이 생기면 장점은? 나같은 알쓰가 술을 고를 수 있는 폭이 넓다는 거다.
우리집 냉장고에는 술이 많은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와인이 가장 처치 곤란이다. 내 주량은 소주 3잔인데, 와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한잔이 딱 적당하고, 두잔 마시면 비틀비틀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와인 한 병은 얼마나 부담스럽겠는가. 와인은 특히 한 번 따면 처음 마개를 개봉했을 때만큼 맛있지가 않다. 그렇게 묵은 와인이 벌써 두 병째. 버리기는 아깝고, 또 다시 먹기는 썩 내키지 않는다.
그러다가 발견한 게 바로 미니 와인이다. 병으로 팔기도 하고, 잔으로 팔기도 한다. 특히 옐로우테일 와인은 가성비도 좋고, 알쓰가 먹기에 적당히 달달하다. 아마 피크닉용으로 나온 것 같은데 선물하기도 꽤 좋다. 무엇보다 혼술하는 데 부담이 없다. 요즘 코스트코를 가봐도 컵에 담긴 와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또 팩으로 파는 와인도 있다. 한 팩에 4000~5000원 정도인데, 딱 와인 한 잔양이 나온다. 병 와인 보다 비싸긴 하지만, 남기는 것보다는 낫다.
예전에 세븐일레븐은 세븐바라고 혼술, 홈술족 겨냥한 미니바도 출시했었다. 지금은 이 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작은 술만 모아서 팔았다. 베일리스, 보드카, 스미노프, 잭다니엘 등등. 정말 작은 미니어쳐는 소장하는 맛이 있다면, 미니바에 있는 술들은 정말로 딱 혼자 마시기 좋다. 특히 보드카나 베일리스는 주스나 우유 등에 타먹기 때문에 미니술로 나오는 게 너무 고맙다.
막걸리는 안 그럴 것 같으면서 의외로 캔 막걸리가 많다. 아주 작은 용량의 캔 막걸리도 나온다. 아무래도 아직 등산 수요가 있기 때문이 아니련지. (물론 일부 산에서 술을 마시면 불법이고, 술 취한 채로 등산을 하면 매우 위험하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 휴대성도 좋다. 내 첫 캔 막걸리는 아이싱이라는 자몽맛 나는 막걸리였는데, 먹기에도 부담 없고 좋았다.
맥주도 있다. 편의점에서 네캔에 만원하는 맥주를 보면 왜 이렇게 큰지 한숨만 나온다. 알쓰가 아니더라도 가끔은 맥주 한 모금만 마시고 싶을 때도 있지 않은가(아닌가?). 와인이야 마개라도 있지, 맥주는 남은 맥주를 두면 다 김만 빠질 뿐. 그래서 칭따오가 출시한 200ml 미니캔. 일본 맥주인 아사히 맥주도 미니캔이 나온다. 보통 여러병을 묶어서 파는데 제법 가성비가 좋다. 미니캔 맞춤형 맥주잔도 따로 판다.
앞으로도 소량 술 시장이 커졌으면 좋겠다. 실제로 소량 술 시장은 갈수록 커져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홈술, 혼술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 보다는 기분 좋게 취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땐 더욱 그렇다. 1인 가구를 위한 '미니 술장고'도 요즘 핫한 아이템인데 미니 술은 이런 술장고에 보관하기도 편리해서 좋다. 술은 좋아하지만 대용량 술은 부담스러운 알쓰들도 매대에서 흔쾌히 살 수 있는 술이 필요하다. 다양한 미니 술이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