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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돌 기자 Feb 13. 2022

막걸리 도수는 올라가고 소주 도수는 낮아진다

이러다 둘이 만나겠어

요즘 술을 보면 재미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도수가 낮은 술인 막걸리의 도수는 올라가고, 반대로 희석식 소주 도수는 낮아진다는 것. 왜 그럴까?


과거 소주 업계에선 국룰이 하나 있었다. '소주는 25도'.


그런데 희석식 소주의 도수 순위는 현재 이렇다. 1등은 한라산 21도, 2등은 참이슬 빨간뚜껑 20.1도, 3등은 참이슬 후레시 17도. 이밖에 처음처럼 17도, 진로 16.9도. 1924년 우리나라 최초의 주류회사인 진로는 35도 소주를 선보였다. 그러다가 1965년 30도, 1973년 25도로 낮아졌다. 원래 참이슬 후레시도 알콜 도수가 20도 넘었다. 이후로 19.5도로 떨어졌다가 17도까지 도수가 낮아졌다. 술방울처럼 소주 도수도 '똑똑' 하고 떨어지는 것.

소주 도수가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독주'를 피하는 문화 때문이라고들 한다. 요즘 사람들은 "먹고 죽자!"보다는 "즐기면서 마시자"라는 분위기가 대세이기 때문이라고. 실제로 많은 주류 회사들이 MZ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너무 독한 술보다는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했다고 한다. 변화하는 분위기에 독주를 선호하던 중장년층은 과거 소주맛을 잊지 못해 요즘 소주는 맹물이라고도 부른다. 이와 별개로, 트렌드를 핑계 삼아 주류회사가 원가 줄이기에 나섰다는 말도 있다. 소주 도수가 1도씩 낮아질 때마다 원가가 6원씩 절감된다. 도수가 낮으니 판매량도 늘어나서 일석이조라는 설이다.


그런데 반대로 막걸리는 도수가 높아지고 있다. 옛날 막걸리들은 도수가 10도를 넘는 게 거의 없었다. 거진 6~8도를 왔다갔다 하는데, 요새는 10도 이상 막걸리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혜정도가 부자막걸리 10도, 보뜰주가 봇뜰막걸리 10도, 해창주조장은 12도 막걸리를 낸 데 이어, 일명 롤스로이스 막걸리라고 불리었던 18도 막걸리까지 나왔다. 서울양조장의 서울골드도 15도다. 물론 막걸리 도수가 올라봤자라곤 하지만, 과거 6~8도 하던 막걸리가 거의 2~3배는 도수를 올린 것이다.

이는 소주와 마찬가지로 "즐기면서 마시자" 문화 때문이다. 더 이상 막걸리가 농촌에서 멍석 깔아두고 새참과 함께 먹던 노동주만 아니라,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술이 된 것이다. 도수가 높은 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소비자층이 두터워졌다고 볼 수 있다.

또, 프리미엄 막걸리의 유행 때문이다. 모든 술이 그렇듯 막걸리도 도수를 높일 수록 비싸질 수밖에 없다. 2010년부터 시작된 프리미엄 막걸리 열풍에 힘 입어 조금은 비싸더라도 맛있다면 막걸리에도 지갑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도수 높은 막걸리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도수 높여서 나온 막걸리들은 다 나름대로의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얻어 왔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도수가 다양한 술들이 나오는 건 요즘처럼 취향이 분명하고 다양한 소비자가 많은 때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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