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에 가야만 다이빙 자격증을 준다고?

다합에서 스쿠버다이버가 되려면 블루홀은 선택이 아닌 필수!

by 오아시스
아빠, 어디가? 대망의 블루홀

블루홀(Blue Hole)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다합 근처에 위치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양 싱크홀(해저 동굴)인 이곳은 세계 10대 다이빙 명소이자, 매년 다이버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 특히 프리다이빙 중 무리하게 수심을 깊게 내려가다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스쿠버 다이빙 5일 차, 마지막 날에는 필수적으로 블루홀에 가게 된다. 이곳에서 다이빙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비로소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이 주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죽어 비석까지 세워진 이곳을 반드시 거쳐야만 하다니... 잠을 설치며 긴장했다.


'오늘도 다이버 Daddy 손을 꼭 잡기만 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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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다이빙 센터에 가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지금껏 내 손을 잡고 가르쳐준 Daddy 강사가 컨디션 문제로 함께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듣고 보니 집에 벌레가 너무 많이 나와서 살충제를 가득 뿌렸더니, 그 약냄새를 자신이 맡아 복통이 생겼다고 했다. 정말 우스운 이유였다. 그것 때문에 다이빙을 함께 하지 못하다니! 하루만 살충제를 늦게 뿌리면 안 되었던 것일까.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강사와 함께 블루홀에 가야 했다. 주변에서 나는 겁쟁이이므로 손을 꼭 잡고 가주어야 한다고 당부한 덕에, 새 Daddy도 내 손을 꼭 잡고 가주겠노라 약속했다. 그제야 조금 긴장이 풀렸다.



과보호 아빠가 된 새 다이빙 강사, 질소중독 체크

마지막 날은 총 2번의 다이빙을 한다. 첫 번째는 캐년(Canyon), 두 번째는 블루홀이다. 캐년은 바닷속을 나는 듯한 기분을 주는 협곡 다이빙 포인트이다. 새카만 구멍 속으로 천천히 하강하고 빠져나오는 것이 핵심인데, 다이빙이 익숙한 다이버들에게는 매력적이지만, 초심자인 내게는 두려운 코스였다.


하강해야 하는 구멍이 나타나는 순간, 멈칫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강사는 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내 버튼을 눌러 공기를 조금씩 주입했다. 그제야 천천히 동굴 속으로 하강했고, 두 눈을 꼭 감았다.


'내려간다...'


눈을 떠보니 어느 순간 바닥이었다. 강사는 준비된 수첩을 꺼내 숫자 연산과 컬러 체크를 했다. 깊은 수심에 내려가게 되면 '질소 중독'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질소 중독이란, 깊은 수심(보통 30m 이상)에서 다이빙할 때 고압 상태의 질소가 혈액과 뇌에 더 많이 녹아들어 정신 혼란 상태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때, 단순한 계산이나 버튼 조작도 헷갈리게 되고 판단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마스크를 벗거나, 조절기를 빼는 등 이상행동을 할 수도 있으며, 황홀감이나 과도한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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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여전히 긴장 중이었고, 황홀감 따위는 없었다. 그의 손을 놓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큰 임무를 완수하고 나서는 아름다운 바닷속만 시야에 가득했다. 유독 아름다운 캐년 바다에는 예쁜 산호와 물고기들이 가득하다. 화려한 어항 속의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헤엄치는 기분이었다. 손을 잡고 있으니, 더욱이 예쁜 풍경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가끔씩 강사가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으로 향하면 니모와 라이언피시 같은 귀여운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그럴 때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곤 했다.



왜 여기서 많이 죽는지 알겠다, 아름다워서

어떤 죽음을 상상해 보았는가? 깊은 물속에 빠져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다면. 그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아마 너무 차갑겠지. 숨이 갑갑하고 어지럽겠지. 물은 빠져나가려고 허우적댈수록 자꾸 아래로 끌어내리겠지. 내게 물은 무엇보다 아름답지만, 인간을 너무 쉽게 집어삼킬 수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낭만은 수면의 반짝거리는 윤슬에 있었고, 죽음은 새카만 심해 속에 있었다. 바다를 사랑하려면 그것이 나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했다. 세상은 아름다운 것만 볼 수 없게, 그런 모양새로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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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대는 걸음으로 무거운 공기통을 매고 제법 한참을 걸었다. 블루홀 무덤가를 지나 바위가 무성한 입수지점에 도착했다. 항상 직접 핀을 신었는데, 이상하게 강사가 먼저 물속으로 들어가 바위 위에 앉은 내게 직접 핀을 신겨주었다. 레귤레이터(스쿠버 호흡기)를 물고 고개를 물속으로 숙이자 깨달았다. 우린 입수부터 깊은 수심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핀을 손에서 놓기라도 하면 그대로 깊은 바닷속으로 떨어져 찾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긴장되는 시작이었다. 강사의 손을 잡고 다시 두 눈을 꼭 감고 물속에 내려갔다. 좁디좁은 동굴을 딱 붙어 내려가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손목에 찬 다이빙 컴퓨터를 보니 수심이 자그마치 20m가 넘었다. 얼마나 깊이 내려온 것인가. 중성부력을 조절 못하고, 저번처럼 위로 떠오른다면 그때는 정말 고막이 찢어져버릴지도 모른다.


'물이 눈과 코에 들어가지 않게 마스크를 잘 압착하고, 귀가 통증을 느끼지 않게 이퀄라이징을 신경 쓰고, 한 손은 꼭 강사를 붙잡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동굴을 통과한 후에 드러난 거대한 블루홀의 산호탑은 고요한 공포이자 아름다움이었다. 짙은 파란색의 바다와 바닥과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그 사이. 내가 정확히 어디에 위치했는지 가늠할 수 없는 공포. 하지만 산호들 사이에 흔들거리는 산호초와 떼 지어 다니는 물고기들이 그곳은 분명히 생명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한 인간을 구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자신들의 고요한 바닷속에서 아름답게 헤엄칠 뿐일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홀로 물속에 잠긴 인간에게 아름답지만 외롭고 슬픈 죽음을 선사할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이런 고요하고 아름다운 바다라면, 제법 나쁘지 않을지도.



내 손에 쥐어진 다이빙 자격증

이런 생각에 잠겨 약 40분을 블루홀 바닷속을 떠돌고 나니, 어느덧 수면 위에 근접하게 올라왔다. 얕은 바닷속을 천천히 걸어 나오며 두 손으로 핀을 벗겨냈다. 잔잔한 파도가 다리를 조금 휘청거리게 만들었지만, 아무런 공포심도 두려움도 느낄 수 없었다.


허기진 우리는 곧장 식당으로 가 주문해 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무언가를 완수하고 나서야 먹는 식사는 더욱 맛있었다. 비록 라마단 기간이라 이 대단한 완수 후에도 이집트 강사는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손 한 번 놓아본 적 없는 주제에,

5일간의 다이빙 교육을 무사히 마친 다이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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