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저녁식사, 배두인의 집에 초대받다

실제로 가본 배두인의 집과 문화는 어떨까?

by 오아시스
배두인은 누구인가?

배두인(Bedouin)은 사막 지역을 중심으로 살아온 유목 민족으로, 이집트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시리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라크, 수단 등에도 분포해 있다. 이집트 내에서는 주로 시나이 반도 지역에 많이 산다.


전통적으로 유목, 낙타·염소 사육, 손수 제작한 공예품 판매해 왔지만, 현대에는 다이빙 가이드, 투어 가이드, 숙소 운영 등을 하는 이들이 많다.


환대 문화가 강해서 손님에게 차나 음식을 제공하고, 가족과 부족 중심의 사회인 것이 특징이다. 이슬람 신앙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강하다.



배두인의 집에 초대받다

이집트 다합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배두인 가족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한국인들 대부분 이용하는 여행사인데, 우리 게스트하우스가 투어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답례로 초대받게 된 것이다. 많은 고객들이 이용하는 곳이므로 으리으리한 집에 초대받을 것을 기대하고,


'우리 다합 만수르의 집에 가는 건가요?'


하고 들떴었다. 시장에서 산 이집트 복장을 입고 마당에서 기다리는데, 우리를 픽업하기 위해 여행사의 첫째 아들이 왔다. 훈훈한 인상에 친절한 미소를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차를 타고 3-4분 정도만 이동하자 집이 나타났다. 상상과 달리 소탈하고 전통적인 집이었다.


배두인들은 전통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만큼 오래된 가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집 안에선 솜뭉치 같은 페르시안 고양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어린 시절, 사진으로만 보던 고양이들을 실제로 보아서 신기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어머니가 거실로 나와 우리를 환대하였다. 어머니는 니캅을 쓰고 있었다.


니캅이란, 눈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가린 이슬람 전통 복장을 뜻한다. 검은 천으로 오직 눈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가린 것이다. 이집트에서 꽤 많은 여성들이 이런 복장을 입고 외출하기 때문에 비교적 익숙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의 집에서 생활 방식을 체험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곧이어 아버지도 집에 오셨다. 캐주얼한 현대 복장을 입은 두 아들과 달리, 아버지는 비교적 전통적인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에 비해 완벽히 전통복장을 고수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이것은 각 가정마다 차이가 있으리라.



남자는 주방에 못 들어가나요?

이슬람 문화이기 때문에 가사는 모두 어머니가 담당할 것 같지만, 의외로 두 아들은 주방을 들락거리며 식기와 음료를 나르고 어머니를 도왔다. 현대에는 남자들이 주방에서 요리도 하고, 설거지와 청소도 한다. 전통적으로 경제활동은 남성에게만 의무였으나, 현대에는 여성들도 사회진출을 하기 때문에 이분법적인 분담이 완화된 것이다.


어머니 역시 두 아들과 함께 사용하는 주방에서는 잠시 더운 두건을 벗고 요리에 집중했다. 손님인 우리의 앞에서 니캅을 쓰는 것을 신경 썼다.



바닥에서 밥을 먹어요

배두인들은 전통적으로 바닥에 음식을 펼쳐놓고 먹는다. 어머니와 아들들은 주방에서 각종 이집트 전통 요리 가져와 바닥에 내려놓았다. 큼직한 닭고기와 소고기를 보고 입가에 침이 고였다. 하지만 저녁 6시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먹을 수 없었다. 라마단 금식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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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금식을 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낮에는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지만, 해가 지면 화려하고 호화로운 식사를 한다. 이슬람의 매우 중요한 종교 행사이며, 단순한 금식이 아니라 자기 수양·절제·정화의 기간이다.


이 라마단 기간에 대해 이슬람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하나같이 '좋다'라고 답했다. 금식을 특별히 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해가 떠있는 동안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못한다는 것이 가혹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하지만 오히려 라마단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며, 밤에는 축제의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도 손님을 초대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더욱 푸짐한 요리를 준비했으리라 생각하지만, 배가 부른데도 자꾸 새로운 음식이 나왔다. 이제 다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둘째 아들이 내 손에 치킨을 쥐어주는 바람에 또 거대한 닭다리를 뜯게 되었다. 보통의 저녁식사라면 이토록 화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가 지는 시간만을 기다리는 재미가 이것이겠구나' 조금은 예상할 수 있었다.



여자는 먼저 말하면 안 되나요?

여행사인 만큼 식사 자리의 언어는 영어로 진행되었다. 어른들이 주최한 식사자리니 괜히 긴장이 되고, 어머니의 전통 복장 때문에 보수성을 느낀 탓인가.. 먼저 말을 걸거나 질문하지는 못했다. 사실 아무렴 내가 말을 해도 상관은 없었을 것이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마치고 얼마 안돼 감사인사를 하고 다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머릿속으로 상상한 만수르의 집은 아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맛있는 식사와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인상적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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