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합살이 1달 차,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허울만 다이버가 된 그 후
5일간의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다합에서 목표했던 다이빙 자격증을 손에 쥐게 되었다. 하지만 허울만 다이버일 뿐이었다. 누군가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둥둥 수면 위로 떠버리는 어설픈 상태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다이빙은 다합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었다. 똑바로 못한다고 서운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밤 중에 시나이산에 낙타를 타고 올라가 일출을 보기도 하고, 별이 쏟아질듯한 밤하늘을 보며 배두인 카페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도 있었다. 뜨끈한 사우나에서 몸의 피로를 풀 수도 있고, 알라딘 카페라고 알려진 파르 샤 카페에서 화려한 복장을 입은 세계 각지의 여행객들과 춤을 추고 포토 스폿에서 인생 사진을 건질 수도 있었다. 일몰에 밤낚시를 가서 직접 잡은 물고기로 생선 요리를 해 나누어먹기도 하고, 말을 타고 숙소에서부터 바닷가 끝까지 질주하고 돌아올 수도 있었다. 잠에 들기 싫으면, 옥상에 올라가 시샤를 피우며 맥주 한 캔과 함께 담소를 나누기만 해도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무언가를 배우러 가겠다는 포부와 달리,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즐겼다.
정신없고 행복했다.
그러나 이 경험들을 다 해갈 즈음, 다합에서 더 머무를지 떠날지 하는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게스트 하우스의 스태프로 와놓고 게스트보다 더 재밌게 노는데 몰두한 탓이기도 했다.
'솔직히 넌 너무 사랑스럽지만, 스탭으로는 탈락이야.'
내 결정을 타인에게 맡기지 말라
그 순간의 나는 다합에 더 머물고 싶었는지 모른다. 곧장 사장님들에게 최근 청소도 부지런히 하고 있으며, 게스트 하우스를 위한 쇼츠도 제작했다며 두 개의 영상 링크를 보냈다. 그제야 진작 보여주지 그랬냐며 무거웠던 분위기가 풀어졌다. 다만 스스로도 한창 즐거운 이 순간 다음 여행지로 떠나야 할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지겨워진 후에야 이곳을 떠나야 할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집트 관광비자는, 입국일로부터 30일 유효하며 입국 시에 공항에서 25달러를 지불하면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다른 나라를 다녀온 후 다시 25달러를 지불하거나, 비자센터에 가서 150달러 환전 내역과 여권 사본, 비용을 지불한 후 6개월을 연장받을 수 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바로 다음 날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비자센터에 간다고 했다. 함께 비자 연장하러 갈까, 오래전부터 계획해 왔던 튀르키예로 떠날까. 고민이 멈추지 않았다. 함께 일하던 남자 스탭은 젊은 나이에 이런 촌 동네에 오래 머물기보다 다양한 도시를 바쁘게 경험해 보는 것이 낫다며 떠나기를 추천했다. 하지만 또 다른 친구들은 지금 이곳이 좋다면 몇 달 더 머무른다고 네 인생에 무엇을 크게 손해 보겠느냐며 더 머무르는 것을 추천했다. 이리저리 휘청대는 나에게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각자의 세계 안에서 조언해 줄 뿐이야. 네가 직접 결정해.'
그 말이 맞았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쉽사리 내릴 머릿속의 근육이 아직은 없었다. 침대에 누워 과거의 기억들을 헤집어보았다. 나는 어떨 때 더 후회하는 사람인가?
아쉬울 때 떠나면 아쉬움에 매달리는 사람
어떻게든 흘러갈 인생이지만, 이토록 신중했던 이유는 내 운명을 바꿀 만큼 중대한 결정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실제로도 그랬다. 나의 여행 목적은 보통 이들의 체계적인 계획과 제한된 시간 하에 이루어지는 것과 사뭇 달랐다. 회사까지 완전히 퇴사하고 정해진 기약도 없이,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어떠한 방향을 향해 미로 찾기를 해나가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다.
다합에서 그 깊이를 더하느냐,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세계를 확장하느냐
선택이었다. 그리고 1년 전 튀르키예 여행을 떠올렸다. 특별한 배경조사도 없이, 단지 유럽과 가까운데 이색적인 나라를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결정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 즉흥적인 여행에서 환상적인 풍경에 감탄하고, 친절한 사람들에게 호의를 받으며, 비행기를 3주 연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여전히 튀르키예를 그리워했다. 한국의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자꾸 그곳에서 끝내 더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미처 가지 못한 장소와 세계를 그리워했다.
어찌 보면 한국에 서둘러 돌아온 것은 그 당시에 합리적이라고 여긴,
내게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결국 끝장을 보더라도 미련이 없을 때 떠나야 새로운 세계에 집중할 수 있는 나란 인간.
무언가를 남겨놓을수록 가지 못한 방향에 대해 파고드는 나란 인간.
조금 더 깊숙이 이곳에서 무언가를 경험하고 싶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내 발걸음은 이미 환전소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