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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하은 Danhaeun Aug 14. 2024

내 못난 마음속 거울

열등감의 본질

경영악화로 회사를 퇴사하기 전의 일이다.

때는 나름 규모 있는 모션 그래픽 디자인 업무가

프로젝트로 들어왔고 야근의 연속인 나날로 새벽 2시-3시에 퇴근하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든 날을 보내던 시기였는데, 당시 9년 동안

연애를 한 남자친구에게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게 되었다.


사실 어느 순간 나를 대하는 남자친구의 말투와 행동에서 조금은 눈치를 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달라진 그의 모습을 통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와 더불어 마음속 답답함을 안고 지내고 있었는데

분명 저번 주까지만 해도 사랑을 말하던 사람이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하다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스스로 정리를 끝마친 그의 수화기 너머 속 목소리를 들으 붙잡을 수 있는 용기마저도 사라져 버렸고, 나의 9년의 연애는 그렇게

얼굴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몇 마디의 말로 싱겁게 끝이 나 버렸다.


함께하는 미래를 약속하 사람의 부재는

크나큰 상실감으로 다가왔고, 오로지 일에만

매달리며 야근과 과도한 업무를 통해 억지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병, 남자친구와의 이별, 다니던 회사의 경영악화 연이은 악재는 마치 나에게 여기서 넘어지라며 등 떠밀듯이 벼랑 끝으로 몰고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삶의 방향성을 잃은 나는 갈피를 잡지 못했고, 스트레스로 인한 이명에 시달리며

잠들지 못하는 수면 부족 현상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특히나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환하게 웃고, 즐거워 보이기만 해서 더욱더 내 상황과 비교가 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우울이 찾아왔다. 더 나아가서는 열등감에 시달렸고, 스스로를 상처 주는 말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한 적도 있었다.


이때 당시 주변 누군가에게 축하할 일이 생겨도 진심을 담은 웃음이 나오지 않는 내가 한심하고 그렇게 못나 보일 수가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꾸며낸 웃음으로 나를 포장했고, 그 누구에게도

썩어가는 내 못난 마음을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숨기기 급급했다. 마치 이전에 임용고시 불합격 결과를 들었던 순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물속에 잠겨서 잠식당한 기분. 물먹은 스펀지같이 지내던 어느 날, 웃기게도 이런 내 못난 마음속을 거울로 비춰보면 어떻게 보일지 상상을 해보다가

홀로 있는 화장실 안에서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며

나의 이 울음조차도 가족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다.

그때만큼은 나도 내 방이 있었다면, 혼자만의 공간이라도 있으면 소리 내어 울어볼 텐데...

고작 나에게 허락된 자유로운 공간은 작은 화장실

밖에 없다는 그 사실이 그날따라 더 서럽게 느껴지기만 했고, 그렇게 또 하나의 시련이라는 상처가 크게 생겨나 버렸다.




*행복의 미로 속에서 '매주 수요일' 브런치 연재

* 댓글과 라이킷을 남겨주신 고마운 분들께 새로운 행복이 찾아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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