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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하은 Danhaeun Jul 03. 2024

시련이라는 이름의 꽃

꽃의 뿌리는 행복일 테니


나에게는 오 않을 것만 같았던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불치병 진단. 그날을 기점으로 내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라고요?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이름의 병마가 우리 가족을 덮쳐왔다. 난데없는 폭풍우와 해일을 맞은

우리 가족은 자연재해와도 같은 불치병 앞에서 무기력하고 나약한 인간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언니와 나를 불러 앉혀놓고 어렵사리 얘기를 꺼내셨다. "아빠 폐가 점점 굳어가 병이. 점점 숨 쉬는 것도 힘들어질 거고... 언제 죽을지 몰. "


사실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전혀 실감이 나질 않았다. 사람이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는 말은 사실이라는 것을 이 날 처음 깨닫게 되었고, 모든 것이 악몽 같은 꿈이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지독한 현실임을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할 수 있었다.


치료약조차 없는 희귀성 난치 질환. 그저 병이 악화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늦추기 위한 약물만 있을 뿐. 무런 방법이 없는 것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 번 더 확인사살 당한 날 혼자 공원을 산책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왜 하필 이런 시련이 우리 가족에게 닥쳐오는 건지...'  하늘에 계신 신 원망고 또 원망 날이었다.


월세집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의 현실과 허리 디스크로 수술받으신 어머니, 현재 아버지의 상태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들이 한데 뒤섞여서 란스러웠고, 든든한 지붕이자 기둥 같았던 나의 아버지. 절대로 지쳐 쓰러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런 아버지가 쇠약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내가 너무 싫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일지라도 건강한 가족들이 늘 옆에 있음에 버텨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상상한순간에 무너져 내렸고, 정상적인 사고 회로가 정지된 상태로 또 그렇게 몇 주를 흘려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직검사 및 상태 확인을 위한 폐수술을 일주일 으로 두고 계셨던 아버지께서 우리 가족들을 불러 모은 뒤 말씀하셨다.


"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내 건강이 다하기 전까지 우리 가족들하고 좋은 추억 만들고 싶어. 종종 다 같이 러도 가고 바람쐬러 다녀오고 싶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아버지의 이 말은 메말라있던 우리 가족 모두의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게 한 말이었다. 마냥 슬퍼만 하기에는 아까운 시간이었기에, 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그날로 나는 가족들의 사진기사이자 촬영자가 되어 우리 가족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기 시작했다.



처음 카메라로 영상을 찍을 때는 내심 멋쩍어하시던 아버지 날이 갈수록 유튜버처럼 자연스럽게 하기 시작했다.

"아 여기는 oo입니다. 오늘 가족들하고 바람 쐬러 나왔는데 상당히 바람이 많이 불고 춥지만 우리 가족들 좋은 시간 보내고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의 장난기 섞인 말투와 행동으로 가족들은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들의 추억과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조직검사를 위해 폐절제 수술을 마치신 아버지는 날이 갈수록 더 숨쉬기 힘들어하셨지만, 가족들과 찍은 영상을 돌려보곤 곧잘 웃으셨고 행복해하셨다.


그렇게 난 문득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런 생각들었다.


 '그래 이까짓 시련이 왔다고 무너질 필요는 없지.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거야'


맞다. 시련이라는 꽃의 뿌리는 바로 행복일 테니. 그 행복을 양분 삼아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어 수확하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행복이라는 것을 닫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던 날이었다.


사랑하는 부모님


* '행복의 미로 속에서' 매주 수요일 연재

* 댓글과 라이킷 남겨주신다면 글쓴이와 남겨주신 분들에게 새로운 행복이 찾아갈 거예요.

* 공감, 소통, 구독 대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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