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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괜찮다.

2025.10.20

by 축복이야

오늘 아침, 괜찮다.

새벽녘에, 가위에 눌렸다.
무서움과 두려움과 그리움이 뒤섞인 꿈.
엄마 얼굴이라 무서웠고
꿈인데도 혹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두려웠고
꿈에라도 안아보자 하는 찰나
다 사라졌다.
꿈속에서도 꿈인 걸 알아 벗어나려 고함을 질렀다.
가위눌림의 기본, 당연히 소리도 안 나오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정말 용 것 소리 질러보려 했다.

현실은 낑낑 거림이었는지
아들이 잠결에도 ' 엄마 울어? '라며 다정히 살핀다.
9살, 작은 손을 꼭 잡았다.
두려움을 걷어냈다.
내 소리에 선잠이 든 아이는 뒤척거린다.
나도 이제 졸린다.
아이는 계속 뒤척인다.
이미 진정이 된 나는, 슬며시 등을 돌린다.
간사하다.

노랑이, 다정이라는 말이 오늘의 시작이길 바라며
책장에서 3권의 책을 집어 왔다.
구매 날짜는 제각각인데 조합이 괜찮은 거 같다.

아침은 완벽하다.
넓은 창가에 앉았고, 사람도 없고
살짝 물든 은행잎이 흔들거리고
커피가 오늘은 쓰지 않다.
하지만 길지 않았다.
나의 완벽한 아침은.
옆자리에 앉은 엄마들이 수다를 시작한다.
듣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귀가 쫑긋거린다.
입학 테스트를 앞둔 수학학원 이야기, 지금 다니는 학원 이야기.
모르는 사람들인데 어디, 무슨 얘기인지 다 알겠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같이 앉아 수다라도 떨 판이다.
커피를 반 이상 마셨는데 책은 펼치지도 못했다.

이러다 오늘도, 책 산책만 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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