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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하니, 매일 보는 이야기
09화
얹힌 마음 처방전 급구
20240311
by
축복이야
Mar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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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체합니다. 곧잘 체하지요.
거기다 역류성 식도염도 있습니다.
그럼 입에 들어가는 것을 조절해야지요.
오늘 컨디션에 뭔가 턱 걸릴 것 같은 느낌이
오면 먹지 않아야 하고요.
너무 자극적인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다 알면서도 꾸역꾸역 밀어 넣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날은 이미 배는 포화 상태에 찰 때까지 찼지만
목구멍까지 밀어 넣은 적도 있지요
.
목에 뭔가 걸려 답답하게 꿀렁거리는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오히려 즐깁니다.
싫은 것을 즐긴다는 모순된 마음이 웃기지만 말이에요.
아니면 더 이상 커피를 감당하지 못해 속이 쓰리기까지 하고
메슥거리는데도 식도를 통해 넘깁니다.
멈출 때를 모르는 우유부단함의 결과는 바로 나타나지요.
식은땀이 나고 머리는 깨질 듯 통증이 느껴지고
심하면 등짝까지 아파져 떼굴떼굴 구릅니다.
자주 체하기에 늘 준비해 둔 까스활명수와 훼스탈을
동시에 털어 넣는다고 해도 이럴 땐 전혀 소용이 없게 되지요.
그럼 토끼똥같이 생긴 환과 가루 제형의 한방약을 털어 넣습니다.
이지경까지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일 년에 몇 번은 그렇지요.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통제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자책하지만 쉽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종종 체합니다. 곧잘 체하지요.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나더러 정이 많다고 하고 애교가 많다고도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세심하고 예민하고 마음이 쓰입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조금은 약아진 척
머릿속으로 계산도 해봅니다.
네 속내 정도는 내가 안다고 해보지만 아직 똥 멍청이입니다.
어떨 때는 참 사람 볼 줄도 모른다 싶기도 하고
조금만 잘해주면 온 마음을 주는 어리숙함도 있고요.
너무 좋아서 혼자 목구멍까지 차오르게 마음을 주었다
생채기가 나서 숨을 들이켤 때마다 쓰리기도 합니다.
체했을 땐 상비약이 있는데
이럴 때는 내 속을 달래줄 무엇을 준비해 두지 못했습니다.
그냥 떼굴떼굴 거리지요.
좋아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 서운한 마음, 아끼는 마음
여러 감정들이 밀려옵니다.
생각하고 생각하다 순간
눈치도 못 채고 그대로 얹힙니다.
체한 마음, 보깬 가슴은 어찌해야 하나요.
누가 기가 막힌 처방전이나
대대손손 몰래 숨긴 비법 약이라도 권해줬으면.
가슴을 툭툭 쳐도 얹힌 마음이 내려가지 않는 밤입니다.
keyword
마음
처방전
식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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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퐁퐁 죠리퐁 마음
08
올 줄 알았지
09
얹힌 마음 처방전 급구
10
이타심
11
얼굴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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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야
안 해 본 것, 작은 것부터 도전하고 있습니다. 마음가짐을 바꾸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입니다. 나만의 걸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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