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얹힌 마음 처방전 급구

20240311

by 축복이야



종종 체합니다. 곧잘 체하지요.


거기다 역류성 식도염도 있습니다.

그럼 입에 들어가는 것을 조절해야지요.

오늘 컨디션에 뭔가 턱 걸릴 것 같은 느낌이

오면 먹지 않아야 하고요.

너무 자극적인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다 알면서도 꾸역꾸역 밀어 넣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날은 이미 배는 포화 상태에 찰 때까지 찼지만

목구멍까지 밀어 넣은 적도 있지요.

목에 뭔가 걸려 답답하게 꿀렁거리는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오히려 즐깁니다.

싫은 것을 즐긴다는 모순된 마음이 웃기지만 말이에요.

아니면 더 이상 커피를 감당하지 못해 속이 쓰리기까지 하고

메슥거리는데도 식도를 통해 넘깁니다.



멈출 때를 모르는 우유부단함의 결과는 바로 나타나지요.

식은땀이 나고 머리는 깨질 듯 통증이 느껴지고

심하면 등짝까지 아파져 떼굴떼굴 구릅니다.

자주 체하기에 늘 준비해 둔 까스활명수와 훼스탈을

동시에 털어 넣는다고 해도 이럴 땐 전혀 소용이 없게 되지요.

그럼 토끼똥같이 생긴 환과 가루 제형의 한방약을 털어 넣습니다.



이지경까지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일 년에 몇 번은 그렇지요.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통제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자책하지만 쉽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종종 체합니다. 곧잘 체하지요.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나더러 정이 많다고 하고 애교가 많다고도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세심하고 예민하고 마음이 쓰입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조금은 약아진 척

머릿속으로 계산도 해봅니다.

네 속내 정도는 내가 안다고 해보지만 아직 똥 멍청이입니다.

어떨 때는 참 사람 볼 줄도 모른다 싶기도 하고

조금만 잘해주면 온 마음을 주는 어리숙함도 있고요.



너무 좋아서 혼자 목구멍까지 차오르게 마음을 주었다

생채기가 나서 숨을 들이켤 때마다 쓰리기도 합니다.



체했을 땐 상비약이 있는데

이럴 때는 내 속을 달래줄 무엇을 준비해 두지 못했습니다.

그냥 떼굴떼굴 거리지요.

좋아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 서운한 마음, 아끼는 마음

여러 감정들이 밀려옵니다.

생각하고 생각하다 순간 눈치도 못 채고 그대로 얹힙니다.

체한 마음, 보깬 가슴은 어찌해야 하나요.

누가 기가 막힌 처방전이나

대대손손 몰래 숨긴 비법 약이라도 권해줬으면.



가슴을 툭툭 쳐도 얹힌 마음이 내려가지 않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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