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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이야 Mar 25. 2024

A/S 수리센터

20240325



반은 보이고 반은 깜빡거린다.

잘 작동되던 휴대폰이 갑자기 탈이 났다

하필 약속이 겹겹이 바쁜 날

대부분 예고 없이 찾아온다

내가 예상치 못하고 준비하지 못했을 때

보란 듯이 일이 생긴다

반으로 접히는 내 전화기는

위쪽은 그대로 보이는데 

아래쪽은  무슨 말하는지 맞춰보라는 듯

요란하게 번쩍거렸다



반은 성하고 반은 고장 나도

결국은 망가진 것

수리센터 기사님이 친절한 설명과 함께

덜렁거리고 속이 다 헤집힌 것이 

원래 것이었다며 보여준다

기계지만 왠지 흉측하고

너덜거리는 모양새가 끔찍하다

내 것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다들 고장 난 것을  가지고 와

말끔한 곳에 앉아 기다린다

소중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다들 기꺼이 시간을 꺼내어

내 것이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걸 보니

중요한 것인 듯하나

이름은 없다

귀하든 아니든 그저

1369나 2468번으로 불릴 뿐이다



망가져 있는 것이 고쳐지고

꺼져있던 것이 살아나고

오작동되던 것이 정상이 되기를

완전 새것인 양

온전한 모양이 되길 바라면서

다들 온 것인가



일렬로 앉은 수리 기사님들을

내방객들은 맞은편에 나란히 앉아

초조하게 바라본다

밝은 불빛 아래 기다리고 기다린다

까맣게 변한 것이 밝은 빛을 내

잘못된 것이 바로 잡제발

작은 추억 같은 것 하나도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2468번 고객님!!

이름이 불리니 한시름 놓이고 이내 표정이 밝다

이전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겠다 싶어서일까

이제 놓칠 것은 없겠다 싶어서일까

가자 이제

어서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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