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가 모호하다
까만색 색연필로다가 굵은 테두리를 그려
이건 너, 이건 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속을 채울 때도 눈치 보지 않고
네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으며
네 영역을 범하지도
내 영역을 넘보지도
서로의 선을 지키며 그려 나갈 텐데
애매한 구역은 서로에게 난감해서
나에겐 관심이 너에겐 구속이고
나에겐 배려가 너에겐 부담이고
나에겐 걱정이 너에게는 짜증이고
과연 내 사랑은 너에게 무엇일까 생각한다
답답함에 참다 참다 나는 소리치고
갑갑함에 버티고 버티다 너는 눈물이고
예쁘게 채우려던 우리의 그림은
얼룩덜룩 형태도 없고 빛도 잃었다
어떻게 완성해야 할지 모르겠고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내일 아침 햇빛비치면
얼룩덜룩 번진 물감 마르기를
일단 기다려 봐야겠고
내 속도 네 속도 뽀송뽀송해지려나
조마조마 살펴보다가
울퉁해진 종이지만 다시 그려나 볼까
조심스레 건넨말에 네 표정 몰래 힐끗 보고
까만 색연필 쥐어주고선
내 마음이 너에게
구속이고 부담이고 짜증이 되지 않았으면
네가 그리는 테두리 따윈 신경 쓰지 않는 척
아무 말도 않고서
말간 네 얼굴만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