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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이야 Mar 24. 2024

까만색 테두리

20240324



경계가 모호하다

까만색 색연필로다가 굵은 테두리를 그려

이건 너, 이건 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속을 채울 때도 눈치 보지 않고

네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으며

네 영역을 범하지도 

내 영역을 넘보지도 

서로의 선을 지키며 그려 나갈 텐데



애매한 구역은 서로에게 난감해서

나에겐 관심이 너에겐 구속이고

나에겐 배려가 너에겐 부담이고

나에 걱정이 너에게는 짜증이고

과연 내 사랑은 너에게 무엇일까 생각한다



답답함에 참다 참다 나는 소리치고

갑갑함에 버티고 버티다 너는 눈물이고

예쁘게 채우려던 우리의 그림은

얼룩덜룩 형태도 없고 빛도 잃었다

어떻게 완성해야 할지 모르겠고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내일 아침 햇빛비치면

얼룩덜룩 번진 물감 마르기를

일단 기다려 봐야겠고

내 속도 네 속도 뽀송뽀송해지려나

조마조마 살펴보다가



울퉁해진 종이지만 다시 그려나 볼까

조심스레 건넨말에 네 표정 몰래 힐끗 보고

까만 색연필 쥐어주고선

내 마음이 너에게

구속이고 부담이고 짜증이 되지 않았으면

네가 그리는 테두리 따윈 신경 쓰지 않는 척

아무 말도 않고서

말간 네 얼굴만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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