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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름 4시간전

좋아하든 일이든 잘하는 일이든

쿼카의 얼굴은 시무룩하다. 


‘오늘도 업무 오 처리라니… 이 일을 괜히 했나, 하면 안 되는 일을 했을까.. 일 못하는 내가 보잘것없이 느껴져'


의자에서 상념에 잠긴 그녀는 이럴 때면 잘하는 일을 해야 했나 싶다. 좀 더 수월히 해내는 업무를 했으면 회사에도 스스로에게도 낫지 않았을까? 


이미 선택한 일. 지금에 최선을 다하면 되지만 마음은 머리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저 지금 상황에 무너져 있을 뿐. 모니터의 글씨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변에 사회생활을 해본 동물들은 말하곤 했다. 회사를 선택할 때 분야가 나뉜다면 우선 잘하는 일을 하라고. 그래야 성과가 나오고 재미도 느껴 오래 할 수 있다고 말이다.


흥미가 있는 업의 길을 결정한 쿼카는 못내 시작점에 있을 적 자신의 선택이 원망스럽다. 만약 돌아가게 된다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할까?


비가 오는 어느 날. 온기가 가득한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물과 친구 송홍학. 쿼카는 최근에 가진 이 질문을 홍학에게 물었다.


“너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있으면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 동물이 궁금한 표정으로 묻자,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뭐든 해보는 거지. 해봐야 알잖아. 잘한다고 생각한 일이 잘 못하는 일일 수도 있고, 좋아한다고 생각한 일이 실제로는 취미로만 즐겨야 하는 일일 수 있고.”


“음.. 그럼 만약 좋아한다고 생각한 일을 잘못한다면?”


“결정해야겠지. 더 노력해 볼지, 아닐지 그래도 난 우선 더 해볼 거야. 최선을 다해도 안 되면 그때는 다른 거를 선택해도 아쉬움이 없을 것 같아.”


김쿼카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난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은가? 지금 돌아서도 아쉬움이 없을까? 이 일을 단순히 취미로 하고 싶은가?'


그 대답은 ‘아니요’. 지금 마음은 더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끝낸다면 미련이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든 동물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잘못한 거 수습하고 피드백하자. 다음에 같은 실수하지 않게!’ 쿼카는 컴퓨터를 켜서 동화사에 보낼 메일을 작성했다. 그리고 오처리 내역과 더 좋은 처리 방안을 포스트잇 메모에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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