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들이 미친 게 틀림없다. 아니면 다 같이 약속을 했나? 왜 이렇게 같은 타이밍에 일을 몰아서 주지...’
끊임없이 들어오는 일감에 쿼카는 한숨이 나온다. 마음과 마우스를 두드리는 손가락은 다급하지만, 일이 들어오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날뛰는 심장에 집중력은 점점 흐트러졌다. 하지도 않던 실수도 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 이 동물은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짧은 4마디 말. 4마디 말일뿐인데 과속에 올랐던 마음은 조금씩 느려진다.
‘우선 가장 빨리 들어온 거 먼저 순차적으로 하자’
동물은 메일 리스트 하단 건부터 순서대로 클릭해 나갔다. 분량 많은 건 뒤로 미루고 짧은 것부터 타다닥. 방 안에는 타다닥 타다닥 소리만 울린다.
20.. 10... 5.. 2.. 드디어 줄어드는 숫자 속 마지막 메일을 처리하고 기지개를 켜본다.
보이지 않던 마지막도 하나씩 해나가니 어느 순간 끝.
김쿼카는 생각했다.
‘하나씩 하나씩 그 순간 집중 팍! 하고 다음 거 하니까 그래도 좀 낫네. 앞으로도 이럴 때 조급해하지 말고 음.. 주문을 외우면서 해야지'
이제 느긋하게 업무를 정리하며 퇴근을 준비하는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