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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름 Sep 09. 2024

빈자리와 남은 동물들

한 동물이 결근했다.


 그 빈자리는 남은 동물들이 채우고 있다. 늦잠을 잤나, 어디 아픈가, 급한 일이 생겼나 갖가지 사정을 생각하며 이들은 인입된 업무 건들을 부지런히 처리해 나간다. 1시간.. 2시간.. 3시간 계속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는 여전하다.


흘러 흘러 전해진 소식 하나. 동물들은 충격과 안타까운 상황에 멍하기만 하다. 그 순간에도 일은 계속 차곡차곡 쌓인다. 먹먹한 마음에도 업무는 해야 한다. 눈에 잘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꾸역꾸역 하나씩 처리해 간다.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동물들이 처리해 나가니 그 자리가 있었나 싶다. 그저 남아있는 동물들만 느낄 뿐. 거래처는 알 길 없이 잘 돌아간다. 


그의 부재를 보여줬던 조용했던 채팅방, 비어있던 한 칸. 하루하루 지나자, 다시 활기를 띠었고 누군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흔적이 머물러 있던 자리는 차근차근 사라졌다.


새로운 이로 채워진 그 공간과 여백은 원래 맞물려 있던 톱니바퀴처럼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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