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참조란을 까먹고 보고서 기안을 착각하고 출근 안 찍고.. 아침부터 실수 릴레이다.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집중도 안되고 이상하리만치 잘 안 풀리는 날. 그날이 왔나 보다. 일은 착착 쌓여 가는데 척척은커녕 삐거덕거리며 업무를 하고 있는 여기 동물 하나.
시계를 보니 업무 끝까지는 4시간이 넘게 남았다. 김쿼카는 믿기지 않는 사실에 통통한 볼을 털 방망이로 잡아본다. 애써 메일을 작성하지만, 자판도 자꾸 잘못 눌려 오탈자가 가득하다.
슬그머니 급 떠오른 해피 데이. 회사에는 한 달에 한 번 2시간 일찍 끝날 수 있는 해피 데이가 있었다. 이를 쓴다면 남은 시간은 3시간. 급한 일은 다 끝낸 상태이니 써도 괜찮지만, 윗선에 먼저 공유를 안 한 게 문제였다.
지금부터 레드 썬! 김쿼카는 아프다 아프다. 아플 때는 쉬어야 하지 않는가. 이 동물은 이제부터 아픈 존재가 되기로 했다. 아프다고 생각하니까 머리가 아픈 느낌이다. 동기화가 끝난 동물은 조심스럽게 팀장님께 채팅을 남긴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몸살이 와서요..ㅜ 혹시 오늘 해피 데이 써도 괜찮을까요? 갑자기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주임님 당연히 써도 괜찮죠. 요즘 감기 유행하던데 건강 조심하세요.ㅠㅠ ”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팀장님의 말투에 마음 한구석이 찌르르 하긴 했지만 어쩌랴. 벌써 말한 것을. 간단히 동료분들께 알리고 일을 다시 시작한 동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급 털 방망이는 빨라지고 집중력도 쓱 올라가고 있었다. 문득 일하는 게 그냥 싫었던 것인가란 생각이 든 쿼카다.
4시 땡.
서둘렀던 탓에 해피 데이 퇴근 시간에 맞춰 일을 마쳤다. 급하게 친구랑 약속을 잡고 추레했던 모습에서 갖춰진 모습으로 변신, 그리고 나만의 작은 사무실을 나서본다. 오랜만에 일찍 끝난지라 마음은 괜스레 두근두근. 한편에서는 걸리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평소 같으면 일하고 있을 시간. 친구와 한가롭게 수다를 떨고 있는 동물은 지금 시간이 꿈만 같았다. 회사, 일상, 연애 등등 여러 이야기를 나눠봐도 평소 퇴근 시간에서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쿼카는 생각했다. ‘오늘 땡땡이친 시간은 내일 보완하지 뭐. 우선은 즐기자. 어떤가 가끔은 이런 시간도 참 괜찮다고.' 그렇게 다음을 조심스럽게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