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고립시킨 시간과 어느 날 (1)

[재택근무 N년차 어느 날]

by 김이름

햇님이 활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던 어느 날.


쿼카는 친구 노수달을 오랜만에 만났다. 최근 수달은 아침 지하철 파업으로 출근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동물에게 간혹 있는 재택근무는 큰 행복이라고 한다. 그 앞에 한 짐승 김쿼카의 생활을 보자. 어쩌면 노 씨를 포함한 출퇴근으로 고통받는 동물들에게 꿈의 직장 생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쿼카는 아침의 지옥철도 늦은 퇴근으로 인한 막차 문제도, 꾸미는 것도 어딘가 동떨어진 일상을 보낸다. 잠옷을 입고 출근해도 보는 이는 없으며, 8시가 넘어서 일어나도 10시가 지나 일을 마쳐도 빠른 출퇴근이 가능하다. 주변 동물들에게 재택근무를 한다고 말하면 부러워하는 것이 대부분일 정도로 어쩌면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동물은 마치 바퀴 하나가 빠진 두발자전거를 끌고 가듯이 살고 있었다. 아침에 집에서 일어나서 바로 일하고 밥 먹고 다시 잠에 드는 반복적인 생활. 애써 살아가는, 아니 살아있는 로봇과 같았다. 취미 생활이 활력이 되는 것은 한 순 간. 삶의 재미도 없었다.


시간 순삭이었던 핸드폰 타임도 다른 이들을 만나는 것도 무감각해진 동물은 일하는 시간 외 멍하니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집 밖을 나간 것도 저번 회사 출근일이 마지막. 몇 발자국 지나 문 하나 나서면 되는 것을 왜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때로는 그저 벽으로만 느껴졌다.


김쿼카에게 집은 곧 세상이 되었다.


그 작고도 좁은 세상은 꽤 오랫동안 여전했다. 그저 바닥 곳곳에 널려진 짐들과 몽글몽글해진 먼지들만 늘어갈 뿐. 숨을 쉬는 생명체라고는 김쿼카 고작 하나였다.


간혹 들리는 전자 제품 소리와 시계소리, 그리고 적막만이 가득한 곳.

잠결에 눈을 끔뻑거리던 동물은 생각했다.


‘아, 이제는 눈을 더 이상 뜨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 이대로.. 이대로.. 계속. ‘


쿼카는 막연히 침대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에 스스르 눈을 감으며 깊은 잠에 들었다.

그나마 깜빡거리던 빛이 있던 세상은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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