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고립시킨 시간과 어느 날 (2)

[재택근무 N년차 어느 날]

by 김이름

“주임님. 쿼카 주임님..?”


한 동료의 부름에 홀로 고요 속에 있던 동물의 눈빛이 선명해졌다. 뒤늦게 쿼카가 그를 바라보자 모이는 시선과 함께 걱정스러운 반응이 돌아왔다.


“혹시..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오늘따라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아서요.”


동물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오늘 오랜만에 회사 와서 조금 피곤한가 봐요. 음.. 그래서 아! 저희 심리 검사 이야기하고 있었죠?”


그제야 옆에 있던 람쥐 대리님이 웃으며 대화가 이어졌다.


”네. 맞아요. 저희 저번에 온라인으로 검사했던 거 오늘 결과 나온대요. 검사 결과 따라서 상담 권장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니면 결과 괜찮아도 추가로 받고 싶으면 받을 수 있구."


그 이후로도 도란도란 한참의 수다가 이어지다 자리에 앉은 동물은 검사 결과 메일을 확인했다. 당연한 결과였을까. 쿼카는 얼마 후 걸려 온 연락을 기점으로 화상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한 주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요즘 회사 생활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리고 특이하다면 매번 작은 숙제가 있었달까.


1. 햇빛 앞에 1분 이상 앉아있기

2. 하루에 한 번은 집안 정리 (최소한 환기)

3. 규칙적인 생활 (어려우면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기)

4. 아침이나 점심에 집 주변 한 바퀴 걷기

5. 한 주 1회 가족/지인들과 전화 연락하거나 만나기


처음 숙제가 있다는 말에 당황했던 쿼카는 어렵지 않은 과제에 내심 안도했다. 그보다 불편했던 건 모르는 동물에게 일상을 말하는 것. 똑같은 날들인데 그걸 왜 묻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물어보니 나름 착실하게 대답은 하였다.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지만 매일매일 작은 숙제를 하고, 어색하지만 한 주에 한 번 선생님을 만났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흘러갔다.


어느 날과 같이 창문을 열고 햇빛 앞에 가만히 앉아 있던 동물. 포근한 이불속에 있는 듯한 느낌에 기분이 좋은지 작은 콧노래와 함께 밖을 구경하고 있다.


‘오늘은 드디어 나무가 옷을 다 갈아입었네.’

‘아, 집 앞 저 가게 타르트 맛있었는데.. 결국 문 닫는 건가.’

‘상담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고.. 이제 그 시간에 저번에 관심 있게 봐둔 드라마나 볼까 봐.'


상념에 빠져있던 쿼카는 문득 몸을 돌리다 거울 속 방 안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제 잠을 잘 잤는지 털에는 윤기가 흘렀고 최근 주변 마켓에서 득템 한 잠옷은 퍽 잘 어울렸다. 그 뒤편에는 침대를 유일하게 덮고 있는 가지런한 이불과 제자리에 차곡차곡 위치한 물건들이 보였다.


그제야 동물은 알아차렸다.


자신이 많이 괜찮아졌다는 것을. 마음에 감기가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잊어버렸던 그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그 끝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다시 바라본 동물은 생각했다.


‘그때 참 그랬지. 이제야 알았네.'

'혹시나 만약 예전만큼 그게 더 강해져도 나는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두 손으로 볼을 두 번 토닥거린 동물은 다시 콧노래를 부르며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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