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슬렁슬렁 부는 주말 오전.
쿼카는 오랜만의 친구와의 약속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굳게 닫혀 있던 옷장 문을 열었다. 사무실 이전 이슈로 출근 일정도 흐지부지 밀려버린 지 오래. 옷을 차려입은 외출은 꽤 오랜만이라 쿼카의 얼굴에는 슬며시 설렘이 스쳤다.
재택근무 N 년 차, 집순이 동물의 옷장은 늘 비슷했다. 옷쇼핑을 해도 잠옷이나 편한 옷이 대부분이라 외출복은 늘 똑같았고, 결국 쿼카는 좋아하는 퐁퐁한 원피스를 집어 들었다. 넉넉한 폭에 팔랑한 치맛단. 입기만 해도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는 그런 옷이었다.
‘오늘 해달이랑 만나서 뭐 먹을까? 매콤한 즉석 떡볶이..? 최근에 열었다던 곰돌이 양식집도 맛있다던데.. 파스타에 피자도 좋지!‘
메뉴를 고민하며 기분 좋게 옷을 갈아입던 쿼카는 거울 앞에 서기 무섭게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 곧, 양볼이 살짝 내려앉았다. 퐁퐁한 원피스가.. 이제 딱 맞는 핏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어.. 옷을 잘못 세탁했나? 예전에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설마 나 살쪘나..? 아냐 아냐. 내 기억이 조작된 거일 수도 있어. 우선은 이거 입구 가자.‘
한쪽 구석에 미뤄뒀던 체중계와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던 배가 머릿속에 스쳤지만 애써 무시하며 친구 해달을 만나러 나갔다.
여러 이야기와 함께 맛있는 치즈 떡볶이에 달달한 아바라. 프로모션으로 드라마 캐릭터가 나오는 네 컷 사진까지 알차게 찍고 돌아온 집.
기 빨린 얼굴로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바닥에 드러누워 한참을 멍하니 있던 쿼카는 띠링 울리는 소리에 팔을 뻗어 핸드폰을 집었다.
해달이에게 코코아톡이 와있었다. 오늘 찍은 사진들이었다. 하지만 사진들을 보면 볼수록 어딘가 이상했다.
‘해달이 분명 금손인데 내 얼굴은 달덩이에 옷은 또 왜 이렇게 보이지..? 볼살을 양쪽에 더 붙인 것도 아니고..‘
거기다 베스트라고 골라준 사진 속 쿼카의 모습은 더 처참했다. 옷은 딱 맞고 볼살이 올라와 눈은 더 작아 보였다.
김쿼카는 사진은 원래 실물보다 부하게 나온다며 쳐다도 보지 않던 체중계로 정확히 확인하기로 했다. 신었던 양말까지 벗은 채로 눈을 질끔 감고 체중계에 올라섰다.
쿼카는 눈을 슬며시 떠 결과를 마주했고, 그 순간 얼굴이 굳어버렸다. 현실을 믿을 수 없어 고개를 도리도리 하다 체중계 위에 다시 올라섰지만 똑같은 결과에 동물은 낙담하고 말았다.
사실 이 모습은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른다.
최근 김쿼카는 먹방 영상과 함께 야식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야식도 햄버거, 떡볶이, 튀김요리, 마라탕 같은 자극적인 음식들이 대부분이었다.
점심까지는 전날 밤 먹은 야식으로 죄책감을 느껴 식사를 거르거나 깨작이기도 했지만 밤이 되면 다시 먹방 영상을 보다 배달 어플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배가 차면 스르르 무거운 눈꺼풀에 잠이 들었다. 평소 펑펑한 반팔티에 잠옷바지를 입으며 지내 살이 올라오는 것도 체감하기 어려웠다.
쿼카는 한껏 낙담해 있다 거울을 보며 다짐했다. 먹방과 야식을 끊기로 말이다.
“이제부터 나 살 뺄 거야!! “
조용한 공간 속 홀로 중얼거린 쿼카. 곧바로 동튜브 앱을 켜고 최애 먹방 동튜버 구독을 끊었다. 대신 운동 동튜버 영상을 조금씩 찾기 시작했다.
아침 운동을 계획했지만 도저히 일어나기 힘들어 퇴근 후 밤늦게 마을을 산책했고,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냉장고 속 방울토마토를 씹으며 살이 오동통 오른 채 원피스 입은 모습의 사진을 찾아봤다. 식사도 야채와 소량의 밥, 두부 등으로 대체했다.
쿼카는 몸이 가벼워질수록 마음은 어쩐지 예전보다 예민해졌다. 사소한 일에도 기분이 널뛰고 일희일비하는 순간도 늘어났다.
그래도 재택이라 다행이었다. 홀로 일하기에 일하다 화나면 연결선을 뽑은 채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그 동물과 일들을 머릿속으로 실컷 씹은 후 다시 업무에 몰입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2배였던 오동통 볼과 뱃살의 존재감이 없어지고 최애 원피스가 다시 퐁퐁한 원피스로 돌아온 날. 마침내 김쿼카의 살 빼기 프로젝트는 조용히 끝이 났다.
소소한 에필로그)
그날 밤, 김쿼카는 동튜브를 구경하다 최애 먹방 동튜버의 영상을 발견했다. 오늘의 메뉴는 계란 톡 터트린 라면에 파송송, 거기에 매콤한 김치의 조합이었다.
늦은 시각 이 영상이 위험하다는 건 쿼카도 알고 있었다.
‘영상만 보고 잘 거야..’
다짐하며 재생 버튼을 눌렀지만..
몇 분 뒤, 쿼카는 어느새 라면 물을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