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N 년 차, 김쿼카는 요즘 들어 간절하게 원하는 소망이 있다.
토요일 저녁 8시 10분.
수많은 동물들이 희망을 품고 절실히 염원해 보는 시간.
이곳에도 자신의 바람을 위해 작은 두 손을 꼭 모은 채 여러 신들에게 정성껏 기도하는 동물이 있다.
‘신님.. 들리세요..?
저 꼭 또또 1층 당첨되게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당첨되면, 저 진짜 착하게, 긍정적으로, 나누면서 살게요..!‘
부디 이 기도가 닿기를 바랐던 동물은 천천히 두 손을 풀고,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이번엔 느낌이 좋아! 뭔가 될 것 같아.
당첨되면 뭐 하지..? 퇴사부터?
돈 많은 자유의 몸이라니, 얼마나 행복할까.
세계 여행도 좋고.. 일단은 돈 인출해서 집에서 뿌려보는 것도 괜찮겠네.‘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근거 없는 확신 속에서, 쿼카는 슬며시 음침한 웃음을 지으며 행복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얼마쯤의 시간이 지났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확인한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까. 역시나 ‘꽝‘.
쿼카는 조용히 종이를 한껏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다음 날.
햇님의 열기가 조금은 누그러진 시간.
쿼카는 동네 친구 비버와 함께 공원을 천천히 걷고 있다.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이 많아 덥고 힘든 줄도 모르고, 도란도란 신나게 대화를 나눴다.
돌고 돌아 회사 빌런 욕까지 시원하게 마친 시점, 슬금슬금 발이 아파오기 시작하자 두 동물은 눈앞에 보이는 나무 벤치에 이끌리듯 앉았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던 쿼카는 벤치 옆 토끼풀 무리를 발견했다.
문득 네잎클로버를 발견하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가 떠오른 김쿼카는 어제는 놓쳤던 또또 1등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토끼풀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쿼카야, 뭐 찾아? 네잎클로버?”
쿼카는 친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나 네잎클로버 찾아서 또또 당첨되고 싶어. “
비버는 쿼카의 대답에 웃음을 지으며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배의 급 신호가 왔는지 다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쿼카는 그런 비버를 향해 행운을 빌어주고는 홀로 네 잎 클로버 찾기에 몰두했다.
‘이건 세잎이고.. 세잎이고. 어..!! 이거다..! 아 아니네..‘
몇 분 동안 찾아봤지만 쉽사리 보이지 않아 포기하려던 때 세잎클로버들 사이에, 네 잎을 활짝 펼친 클로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 맞지? 맞나? 맞아. 네잎클로버다!!! 드디어 찾았어!‘
쿼카는 뿌듯한 얼굴로 네잎클로버 줄기를 똑 뜯고는 소중하게 지갑 사이에 넣었다. 좀 더 찾아보려는 찰나 옆쪽에 한 토끼 모녀의 대화가 들렸다.
“엄마, 친구가 네잎클로버 찾으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했어. 토순이도 그거 찾고 싶어요.”
뒤이어 엄마 토끼는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토순아 엄마랑 같이 찾아보자. “
토끼 모녀도 이윽고 풀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른이인 쿼카도 몇 분 동안 겨우 찾은 클로버였고 아이가 찾는 건 더 쉽지 않았다.
”에이 뭐야. 세잎클로버 밖에 없잖아. 난 네잎클로버를 찾고 싶은데 없어... “
입을 삐죽삐죽한 채로 울먹거리는 아이 토끼의 말에 엄마 토끼는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토순아, 여기 세잎클로버가 많지? 네잎클로버가 행운이라면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의미한대. 봐봐. 행운도 좋지만 행복이 진짜 중요하다? 행운은 가끔씩 있지만 이렇게 둘러보면 행복이 많잖아. “
”토순이가 좋아하는 당근케이크를 먹는 것도,
모래 놀이를 하는 것도,
파란 하늘을 보는 것도 다 세잎클로버 같은 거야.
세잎클로버 참 소중하지?
네잎클로버가 없어도 괜찮아. “
쿼카는 마지막 엄마 토끼의 말에 최근 넘겨왔던 수많은 세잎클로버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일찍 퇴근 후 시원한 보리 주 한잔.
햇빛에 말린 포근한 이불에서 잠이 드는 밤.
몽글몽글 구름들이 떠있는 하늘을 보는 것.
좋아하는 동물들과 도란도란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먹는 시간 등등
쿼카의 일상에는 네잎클로버는 별로 없었을지 몰라도 세잎클로버는 참 많이 피어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행운만을 기다리다 곁에 있던 작은 행복들을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쿼카는, 수많은 세 잎클로버를 바라보다 저 멀리 다가오는 비버를 보고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