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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해 Aug 31. 2024

[자장가 말고 자장영화] 프롤로그

영화를 보는 게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유명한 정신과 의사 유튜버가 말하더군요. 습관적으로 스크롤만 내리느니 차라리 영화를 보는 게 수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요. 원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직관적으로 동의했습니다. 잠들기 직전까지 정신없이 자극을 채우는 것보단 긴 호흡의 영화 한 편을 보는 게 안정적일 테니까요. 


보고 싶은 작품도 많았던 김에 잠들기 어려울 때마다 영화를 보려 합니다. 체험 삼아 두 편 정도 봤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있더군요. 중간에 곯아떨어지기도 하고, 전부 보더라도 1시간 내로는 잠들 수 있었어요. 귀찮아서 쌓아두기만 했던 영화도 보고 잠도 자고 요즘 말로 완전 럭키비키...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함께하는 저의 수면기記를 공유하고 싶어요. 수면기라고 말한 이유는, 일반적인 영화 리뷰와는 결이 다르고 싶어서예요. 씨네필도, 평론가도 아닌 '잠 못 드는 자'로서의 연대를 꿈꿔요. 잘 먹고 잘 자려고 아등바등 사는데 잘 자는 게 안 된다는 건 무엇보다 문제적이니까요.


잠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편안하지 못한 몸과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파고드는 잡념이 저에겐 거대한 원인입니다. 그럼 그 잡념은 어디서 유래할까.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삼켜낸 말, 언어가 되지 못한 생각이 쌓이고 쌓여 혈관을 막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것들을 풀어내고 싶어요. 풀어내야 할 것만 같아요.


어쩌면 영화를 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떠오르는 생각들을 끄집어내서 잘 간추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이곳을 그런 장소로 사용할 것입니다. 구태여 긍정적이지도 않고, 구태여 부정적이지도 않고 그냥 현재 내 생각의 좌푯값을 기록하는. 신기하게도 남이 그런 걸 보면 대리만족이 느껴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해방감도 얻게 되죠. 이 글이 독자분들에게도 일종의 대나무 숲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막힘없이 소리 질러 보려고요. 영화를 거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구마구 펼쳐볼 겁니다. 후련하게 지르고 잠에 들어볼 거예요. 


우리 모두, 조금 더 개운하게 내일을 맞이하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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