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된 빛에 관하여
철학은 설명되면 죽는다.
이성은 질서를 원하지만,
욕망은 그 질서를 찢는다.
둘은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끝내 손을 놓지 못한다.
알랭은 이렇게 말한다. “기도는 밤이 사유 위로 내릴 때 하는 것이다.” 그러자 신비주의자들과 실존철학자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그러니 정신은 밤을 맞이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밤은 눈을 감아 순전히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밤, 정신이 그곳으로 빠져들게 만들고자 일부러 불러일으키는 밤이 아니어야 한다.
-알베르 카뮈,《시지프 신화》中
모르고 싶어도 알게 되는 것.
알고 싶지 않아도 알아버리는 것.
이성은 사유의 도구일 뿐, 사유 자체가 아니다. 인간의 사유는 무엇보다 인간의 향수이다.
-알베르 카뮈,《시지프 신화》中
사유는 의지보다 먼저 흐르는 강물이다.
우리는 그 강을 건너는 줄 알지만,
사실은 그 강이 우리를 끌고 간다.
“참인 것은 그 자체로 절대적으로 참이다. 진리는 하나이다. 진리를 지각하는 존재가 인간이든 괴물이든 천사든 신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 존재는 진리와 동일하다.” 이 단언으로써 이성은 승리의 나팔을 분다. (...) 신의 이성이 나의 이성을 승인해주는 그 기하학적인 장소는 내게 영원히 불가해하다.
-알베르 카뮈,《시지프 신화》中
시간은 모든 것을 닳게 한다.
얼굴도, 열정도 예외는 없다.
진리는 녹슬고, 믿음은 형식이 된다.
추상적인 철학자와 종교적인 철학자는 똑같은 혼란에서 출발해 똑같은 고뇌 속에서 서로를 부축한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 본질은 설명하는 데 있다. 여기서는 향수가 과학적 사고보다 강하다.
-알베르 카뮈,《시지프 신화》中
지도자를 쏜 자는 누구인가.
그는 인간 안의 질투이며,
자유를 두려워한 욕망의 화신이다.
그는 하늘을 향해 쏘았지만,
사실은 자기 안의 해방을 쏘아 죽였다.
부조리 정신에게 세계는 합리적이지도 비합리적이지도 않다. 세계는 이성을 결하고 있다. 그뿐이다. 후설의 세계에서 이성은 한계를 모른다.
-알베르 카뮈,《시지프 신화》
그날 이후, 스스로의 죄의식 위에
‘이성’이라는 탑을 세웠다.
그 탑은 진리를 향하지만,
기초는 여전히 흔들리는 모래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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