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나고 나서야 그런 부분들이 보이는 것이지, 처음에는 막연했다. 결국 짜인 판에서 돈을 써가며 이 일을 진행시킬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편이 신경 쓸 게 덜하고 편리한 건 사실이었다.
12만 원을 주고 고용한 예식도우미의 경우 사실 없어도 그만이었지만, 웨딩플래너를 끼고 패키지로 하는 결혼이다 보니, 우리 입맛에 맞게 생략하기가 어려웠다. 그냥 하라고 하면 해야 했고 돈을 내라면 내야만 했다.
그래도 이 도우미의 존재 덕분에 예식을 준비하는 그 잠깐동안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었다. 어쨌든 모두 우리의 선택이었다. 이래저래 따져보면 돈을 쓴 만큼 마음 편하게 결혼 준비를 할 수 있었으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글 쓰는 내내 머리 아프게 숫자를 나열하며 돈 얘기만 주구장창 한 것 같은데, 애초에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결혼식에 결혼식 준비과정과 비용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그만큼 이번 결혼을 준비하는데 돈을 많이 의식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기도 했다.
그동안 주변에서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한다' 라는 말들을 많이 들어봤는데, 그래서 결혼에 도대체 얼마의 돈이 드는지를 알고 싶었고, 우리 결혼식에 얼마의 돈이 들었는지를 계산해보고 싶었다. 애초에 예식비용 정산을 위해 이 과정이 필요하긴 했다.
사실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한다는 게 단순히 결혼식이라는 단 하루 동안의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어차피 축의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설령 당장 돈이 없어서 빚을 내서 결혼식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 빚을 축의금으로 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함께 살아가는데 들어가는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