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의 중요한 절차 중 하나인 상견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나갈 뻔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부모님의 개입이 없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해서 상견례까지 생략한 건 아니다. 상견례는 결혼식을 한 달 조금 앞둔 시점에서 진행했다.
둘 다 집에서 크게 터치를 안 하고 알아서 하겠거니 놔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혼적령기의 두 남자가 만나서 사귀고 있으니 당연히 결혼을 하겠거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부모의 바람대로 둘이 알아서 예식장을 고르고 날짜를 잡고 결혼식 준비를 시작한 후, 각자 집에 언제 어디서 결혼을 하겠다고 통보하듯 전달했다.
양가 부모님들이 슬슬 상견례를 해야 하지 않냐고 날을 잡아라고 하시기에, 결혼식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한 달 남짓 남은 적당한 시기에 날짜를 잡았다. 남편과 나 그리고 부모님들까지 총 여섯 명의 인원이, 예약한 장소에 모여서 상견례를 시작했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상견례는 한 시간도 안 돼서 끝이 났다. 일단 우리 아이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아니다 훌륭하게 잘 키워서 그렇다, 라는 의례적인 인사말이 두 어머니들 사이에서 짧게 오고 가는 것으로 대화가 시작됐다.
대화는 주로 어머니들이 주도했다. 특히 내 어머니 쪽이 말씀이 많으셨다. 결혼식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냥 침묵을 메꾸기 위해 쓸데없는 말씀만 계속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 같았다. 남편의 어머니 쪽에서는 들어주면서 대답해 주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남편의 어머니 쪽에서 결혼식 때 입을 한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그나마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나눴다. 두 아버지는 식사 시간 내내 단 한마디의 말씀도 없으셨다. 마지막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마디 하시긴 했다.
신랑 아버지 : 날씨 좋지요.
신부 아버지 :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