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예식장 비용도 모두 내가 냈다고 친다면, 예식장 대관료, 예식 도우미 비용을 신랑 신부가 반씩 낼 수 있게 나누고 거기에 신부 측 식대를 합한 금액 3,075,000원에, 남편과 함께 쓴 결혼식 비용을 절반으로 나눈 금액 3,181,700원을 더하면 총 6,256,700원의 비용이 나오는데, 이 금액을 축의금으로 충당하더라도 오히려 남는 장사겠다.
물론 이 돈은 그동안 부모님이 뿌린 축의금이며 또 사람들을 초대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고 식사 대접을 하고 또 식이 끝나고도 결혼식장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일일이 답례를 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들였을 테니, 단순한 금액 계산법이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왜 결혼식을 할 때 부모님들을 가리켜 혼주라고 하는지 직접 결혼을 해보니 알 것 같았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인 줄 알았는데, 결혼식에 찾아온 손님들도, 축의금을 보낸 사람들도 사실 모두 부모님 얼굴 보고 찾아온 게 아니던가.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내 앞으로 두 사람 분의 축의금이 들어왔는데, 처음에는 이 돈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부모님이 축의금 명부를 가지고 갔는데 내가 볼 수 있게 달라고 하니까 '이거 다 우리 손님인데 이걸 주면 어떡해' 라며 명부를 보여주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에서 나는 제외인가 보다.
아무튼 처음에는 이건 내 결혼식인데 저 명부는 내가 가져가는 게 맞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싶었지만, 하긴 그만큼 내가 하객을 부르는데 별 다른 힘을 쓰지도 않았고, 부모님의 손님 만으로도 하객수가 충분하겠지 싶어서 손을 놓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축의금을 낸 사람은 대부분 부모님 손님들 일 테니 저런 반응이 이해가 갔다. 또 부모가 자식의 결혼식을 본인들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괜히 혼주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다.
명부는 사진으로라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해서 뒤늦게 받아보니 저 두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답례 문자를 보내는 게 예의라고 남편이 알려줘서 조금 늦었지만 적당한 문구를 작성해서 발신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부모님의 개입은 거의 없었지만, 막상 결혼식이 끝나고 돌이켜보니 부모님이 계신 덕분에 이 결혼을 잘 성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남편은 나와 다르게 남편 지인들을 결혼식에 초대하느라 노력했다.